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3>‘LTV 공포’대책은?

주택담보대출 비상…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경보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주택담보대출이 위험 수위다.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도 사정은 마찬가지.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가계부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뒷짐만 지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집 저당 잡힌 서민 늘어
시중은행들 여전히 미련…부실 확대 재생산

빚을 과도하게 진 채 집을 보유 중인 하우스푸어의 부실이 사회문제화 되고 집값마저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집을 저당 잡혀 생활자금 융통에 나선 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연체율 5%까지 치솟아
일부 은행 10%에 육박

여기에 새로운 먹거리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볼륨 확대에 목을 매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의 50∼60%를 차지하는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5%까지 치솟고 일부 은행은 연체율이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부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방책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는 실상 부실을 연장하거나 또 다른 악성부채를 만드는 것이나 진배없다. 비약일 수 있지만 은행과 금융당국이 나서서 부실을 방조·확대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중 기업 및 가계대출 증가폭이 둔화됐다는 한국은행 통계 자료에 반가워했다. 급작스런 대출 볼륨 감소는 중소기업 및 서민들의 자금 융통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계대출 부실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들의 7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연초 대비 최대 1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수도권에 미분양 단지가 넘쳐나고 올해 상반기 주택 거래량은 46만4727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상반기보다 3만여 건 줄어들었다. 다시 말해 금융시장에서 주택 구입을 위해 자금을 빌리려는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는 의미인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가계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인식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을 융통하려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에 따르면 2009년과 올해 7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각각 73조3586억원과 76조5719억원으로 3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올해 7월 말 기준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은 44조1240억원으로 2009년(46조407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줄었다.

“환매조건부 임대 등 집값하락 대비책 절실”

반면 주택구입(거주목적+거주 이외 부동산 구입) 이외의 대출, 예컨대 사업자금 마련이나 생활비 목적 등의 대출은 2009년 27조3179억원에서 32조4479억원으로 늘어 전체 비중 역시 37.2%에서 42.3%로 증가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영세 자영업자들은 까다로운 기업대출 대신 주택담보대출로 자금을 융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수익률 악화에 따른 위기감에 줄줄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이 증가세에 불을 댕기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수년간 주력 자산이던 주택담보대출 증가 비중이 둔화되며 7월부터 수도권보다 부동산 경기가 양호한 지방 등에서 되레 영업확대 전략에 돌입했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10년 넘게 주택담보대출로 자산 확대에 골몰했던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규 먹거리 확보가 딱히 없다”며 “올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쉽사리 줄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국내 가계부채 및 자금시장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만을 내놓고 있다. 가계부채로 시름하는 서민들에게 빚을 내서 당장의 빚을 갚아 현재의 상환부담을 미래로 떠넘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집값 하락에 따른 LTV 상승으로 부채상환 압박이 거세지자 LTV 초과분을 신용대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집값 하락으로 LTV 한도를 초과한 ‘위험대출’은 3월 말 현재 잔액 기준으로 44조원에 달한다. 또 올 들어 5월까지 담보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원금을 일부 상환한 대출규모는 1만5000건, 3000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고위임원은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경기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미래로 이월한 가계부채는 오히려 더 큰 폭발력을 지닌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급락한 아파트가 수도권 5개 신도시에서만 12만 가구 넘게 쏟아질 전망이다. ‘깡통 아파트’우려에 입주자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지만, ‘기획소송’에 휘말려 입주자 피해만 커진다는 논란도 있다.

“현재의 상환부담
 미래로 떠넘기기”

금융권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판교·동탄·김포·광교·파주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의 입주물량은 12만2860가구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입주한 게 8만34가구, 올해부터 2015년까지 입주할 예정인 게 4만2826가구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형성된 시점이나 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점보다 평균 10% 가량 하락했다.

2009년 입주가 본격화한 판교신도시 아파트 2만1410가구는 현재 3.3㎡당 2270만원이다. 2010년 9월보다 약 13% 내렸다.

동탄신도시(2만308가구)와 파주신도시(2만6238가구)의 매매가격도 고점 대비 약 6%와 5% 내렸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10∼20% 하락한 단지가 수두룩하다. 그나마 거래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신도시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분양가를 기준으로 LTV가 책정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LTV 한도가 60%다. 집값이 내리면 LTV는 상승하고, 한도를 넘으면 만기 때 집을 팔아서라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가계부채·자금시장 불안 가중
금융당국 주먹구구 땜질 처방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분당, 과천 등 1기 신도시의 LTV가 급등해 상환위험이 커진 것처럼 2기 신도시도 이런 추세로 가격이 내리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신도시는 분양가보다 하락할 가능성에 LTV를 탄력적으로 운용하지만, 가격이 너무 내린 곳까지 위험을 떠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세가 분양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깡통 아파트로 전락할 우려에 입주자들은 집단 민원과 소송을 내고 있다. 올 들어 손해배상소송이나 분양계약해제소송 등이 벌써 90여 건 제기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소문해보니 소송을 준비 중인 단지도 100곳을 넘는다”고 전했다.

특히 입주한 아파트가 계약 내용과 다르다는 분양계약해제소송은 대출금을 갚지 않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과 함께 제기돼 대출자의 연체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몇몇 변호사와 브로커가 승소 확률이 높다며 입주자들을 모아 소송을 거는 기획소송 탓에 대출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가, 오피스텔, 공장 등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내 경제 뇌관으로 자리 잡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대출 규모나 연체율 등에서 위험성이 높아 자칫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란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대출자들이 자영업자들이어서 대출 규제를 할 경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자 19개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지역별, 담보 형태별로 LTV를 비롯한 부실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사실상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LTV 규제가 없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실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금감원은 상업용 부동산대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시장의 침체로 이어져 신중히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실태조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개선하겠다는 의지지만 LTV 도입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재 상업용 대출의 LTV는 평균 60∼80%대로,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48.5%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부실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상업용 대출이 또 다른 가계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LTV 기준을 강화할 것이란 시각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자영업에 나선 사례가 급증해 최근 3년간 상업용 부동산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09년 1.2%에 불과했던 우리·국민·신한·하나·농협·하나은행 등 6개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증가율은 2010년 8.0%, 2011년 11.9%로 높아졌다.

5월 말 기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19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9% 증가했다. 연체율 역시 5월 말 기준 1.44%로 지난해 말보다 0.4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상업용 대출 가운데 약 4분의 1(49조5000억원)을 차지하는 상가 대출의 경우, 상가를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이른바 ‘깡통 상가’가 25.6%(12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대출 가운데 18.5%가 시가의 70%를 넘는 대출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하거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과 은행들은 최근 LTV 한도 초과 대출을 상환하는 대신 장기분할이나 신용대출로 전환하기로 했다. 집값 하락과 대출 상환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예방하는 취지지만, 원리금 상환부담을 미루는 효과밖에 없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가계 부도’뇌관
빨리 대책 내놔야

국내도 고령화와 핵가족화 등을 고려하면 집값 하락을 장기적인 추세로 받아들여 선진국처럼 임대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를 겪은 미국에선 ‘바이백 리스(Buyback Lease)’가 도입됐다. 담보가치가 급락한 아파트의 소유권을 은행이 넘겨받고 통상 임대료보다 싼 값에 3년 단위로 빌려주면서 원래 집주인이 기회를 봐서 되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뉴욕,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등 일부 주에서 이 제도를 시범 운영해 2500건을 성사시켰다. 1990년대 주택시장의 ‘버블(거품) 붕괴’를 겪은 일본에서도 주택임대 전문회사가 등장해 매매보다 임대 시장이 활성화했다. 다만 금감원 측은 “은행의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는 현행 법령을 고려하면 국내 도입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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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