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건>산부인과 의사와 ‘우유주사’의 두 얼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12: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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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도구가 되고 시체 애호증에 시달리고…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일명 ‘기억상실 우유’라 불리는 마취유도제 ‘프로포폴’. 이 약을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주기적으로 투여 받던 30대 여성이 갑자기 사망했다. 의사는 시신을 여성의 차에 싣고 한강변에 유기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우유주사’ 프로포폴. 희대의 사건에 등장하는 이 약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것일까. 그리고 의사가 프로포폴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건 무엇일까. 캐면 캘수록 나오는 의혹들.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산부인과 의사의 시신유기사건 수사가 거듭될수록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초기 단순의료과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용의자 김모(45·산부인과 전문의)씨가 숨진 이모(30·텐프로 유흥업소 종업원)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전모가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놓은 그 주사는…

사건 당일 김씨가 이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밤 11시 병원으로 불러냈다는 점, 이씨의 몸에서 김씨의 정액이 발견된 점, 이씨 사망 후 시신유기 과정에서 김씨의 아내가 가담했다는 점,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과 마취제 프로포폴 투약 뿐 아니라 13가지 약물을 섞어 투여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날 이 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 사거리에 있는 H산부인과 병실 안. 산부인과 전문의 김씨는 링거에 담긴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5mg과 생리식염수를 이씨에게 투약했다.

이씨가 “평소 맞던 프로포폴과 다르다”고 하자 김씨는 “이것도 효과가 괜찮다”며 안심시켰다. 수면유도제가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자 이씨는 이내 잠들었다.


그리고 20여분 후 잠에서 깼다. 이씨가 깨어나자 김씨는 다시 포도당 영양제 1L가 담긴 링거에 수술용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비타민제 등 10여 종류의 약품을 섞은 뒤 투약했다.

약방울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이씨와 병실에서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이후  이씨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두 번째 링거에는 사람의 호흡을 서서히 멈추게 하는 치명적인 약물이 섞여 있었다.

이씨의 사망사실을 알게 된 새벽, 김씨는 부인을 대동하고 다시 병원을 찾아 병실에 숨져있는 이씨의 시신을 휠체어에 옮긴 뒤 한강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에 버리고 도주했다.

“우유주사 맞을래요?” 꾀어내 주사 놓고 성관계
의료상식에서 벗어난 마취제 13가지 짬뽕투약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전날인 7월 30일 밤(8~11시로 추정) 이씨에게 먼저 “우유주사 언제 맞을래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씨 또한 “오늘요 ㅋㅋ”라고 답장했다. 당시 김씨는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를 받은 이씨가 병원에 도착한 것은 30일 밤 11시쯤. 김씨는 다음날 자정 이씨에게 우유주사를 투여했지만, 그것만 놓은 게 아니었다. 수술용 마취제의 일종인 나로핀, 베카론, 리도카인 및 비타민제 비콤, 진통제 케로민, 항생제 박타신 등 10종류의 약품을 섞어 투약했다.

이 가운데 3개는 마취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에 영향을 주는 나로핀과 리도카인, 인공호흡기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전신마취제 베카론이다. 낯선 약들이 불안해서인지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베카론, 리도카인, 박타신의 용도를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수면유도제는 내가 잠을 못 잔다고 간호사에게 직접 받아왔고 마취제는 제왕절개 수술이 끝난 수술실에서 다른 의사와 간호사 몰래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지난해 6월부터 이씨의 집에 6차례 드나들며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세 차례 투여하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

1년 전 환자와 의사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이씨가 회복된 뒤 함께 식사를 하며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가까워졌고, 이후 3~4개월에 한 번 정도 만나 성관계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포장한
의도적 살해?

그렇다면 김씨는 왜 이 많은 약들을 한꺼번에 섞어 이씨에게 투약한 것일까. 김씨는 이씨가 잠이 오지 않고 피곤하다고 해 많은 약을 썼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10년차 전문의가 투약 방법이 다른 마취제들을 섞어 쓸 경우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씨가 이씨에게 주기적으로 투약한 프로포폴은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죽음에 이르게 한 마취유도제다. 우윳빛을 띠고 있어 일명 우유주사라고도 불리는데 수면을 유도해 피로를 풀어주는 약물로 알려져 있어 유흥업소 종업원 사이에서는 ‘힘주사’라고 불린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작용 발생 시 해독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 약을 이른바 ‘죽음의 마취제’라고까지 부른다. 현행법상 향정신성의약품 품목에서 빠져 있어 관리 소홀로 인한 오·남용 소지도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강남의 D성형외과 이모 원장은 “프로포폴은 수면을 유도해 불면증을 없애고 피로를 해소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환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어 환각제 대용으로 일부 연예인들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 사이에서 많이 오남용 되기도 한다”면서도 “프로포폴뿐만 아니라 더 위험한 약물들을 두서없이 섞어서 투약했다는 것은 같은 의사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프로포폴 하나만 잘못 써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데 거기에 또 다른 마취제를 섞었다니 의사가 제 정신이었냐는 것이다.

이쯤 되니 김씨의 ‘고의적 살인’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경찰 역시 혼합한 마취제로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문의 의견을 토대로 미필적 살인을 포함한 ‘고의 살인’으로 보고 엄중 추궁했으나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는 못했다.

알고 보니
시체 성교 애호증?

사건 당시 김씨가 이씨에게 마취제를 투약하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김씨가 술에 취해 강한 성적 자극을 노리고 여러 종류의 마취제를 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는 “김씨의 과거 전력, 그리고 산모가 입원하는 병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정황 등을 볼 때 강한 성적 자극에 집착하는 성도착 증세도 보인다”며 “성적인 불만족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려는 증상을 ‘성도착증’이라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성공하기까지 억압당했던 욕망들이 해소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마취상태에선 사람이 죽은 사람처럼 축 늘어지기 때문에 ‘네크로필리아 증후군’(시체애호증·시신을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에 가까운 변태성향도 추측할 수 있다”며 “여러 종류의 마취제를 여성에게 투약한 것 역시 자신의 변태성욕을 채워주는 일종의 실험도구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가 일종의 약물들을 ‘최음제’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는데 13가지 약물 가운데 ‘리도카인’이라는 것은 흥분을 누르는 약물인 반최음제로 알려져 있다.

즉 최음제와 반최음제의 조합, 혼돈상태로 섞이는 약물들이 이씨를 ‘실험도구’로 이용했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몇 차례의 성관계를 나눈 여성을 상대로 자신이 일하는 병원으로 불러내 실험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의살인인가? 변태성욕자인가?’…커지는 의혹
“푸근하고 믿음 가는 의사” 실체에 산모들 충격

두 사람의 금전관계에 대한 의혹도 남았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채무관계에 특별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가끔 연락을 할 때마다 약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맺은 정황을 감안했을 때 김씨와 이씨가 서로 수면유도제와 성을 교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치정에 의한 살인이었을까? 시신유기를 도왔던 김씨의 아내는 “둘의 관계를 전혀 몰랐고 단순의료사고인줄만 알고 남편을 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두고 김씨와 아내가 다퉈 일어난 사건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13가지 약물을 투약한 것인지,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김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해당 산부인과에서 김씨에게 진료를 받던 산모들이다. 평상시 많은 산모로 붐비던 H산부인과는 고 최진실을 비롯해 김주하 앵커, 축구선수 이동국 등이 거쳐 갈 정도로 강남 일대에서 ‘책임분만제’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책임분만제란 담당의사가 당직이 아닌 날이라도 산모가 한밤중에 오면 달려와서 분만을 봐주는 시스템이다.

김씨 또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임산부 사이에서 ‘실력 있고 친절한 의사’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및 언론 보도 이후 육아 관련 커뮤니티엔 H산부인과와 김씨의 얼굴·실명·프로필 등이 모두 공개됐다.

H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임신·육아 커뮤니티에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다. H산부인과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다른 산모들의 조언을 구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H산부인과 시신유기한 그 의사한테 진료 받고 그 사람이 애 받아준 산모들 지금 너무 화날 것 같다. 아이의 첫 순간을 그렇게 더러운 손으로 받았다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몸서리쳤다.

불륜남녀 침대에
누웠다니 ‘경악’

“가장 축복받아야할 순간이 그런 장소인건 싫다. 불륜남녀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병원의 침대에 눕고 싶지 않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의사들의 윤리의식이 재론되고 있지만 동시에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관련법 제·개정 문제, 마약류의 관리문제 등이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았다.

이에 앞서 경찰이 단순 ‘사고사’로 정리한 여성의 죽음에 관한 실체적 진실은 어떻게든 밝혀져야 한다. 거짓말만 늘어놓는 의사의 자백에만 의존해 한 생명의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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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