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2>정책 진단&제언

죽어가는 부동산 살릴 비장의 카드는?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더 침체돼 있을 분위기다. 끝이 안 보인다. 돌파구는 없을까.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릴 정부의 비책은 있을까.

여름 비수기인데다 폭염까지…최악 상황 직면
추가대책 다각도 거론 “대선 선심성 사업 그만”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추가대책이 다각도로 거론되고 있으나 주택시장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오히려 하락하는 장세다. 시기상 연중 가장 거래가 안 되는 비수기인데다 폭염까지 지속, 시장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표현되고 있다.

정부의 추가대책이 추진되는 방향은 침체된 주택수요를 살린다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DTI 부분 완화를 추진, 자산은퇴자와 탄탄한 직장 샐러리맨에게 대출을 허용해줌으로써 주택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시책을 비롯해 보금자리론을 확대 지원하는 대안,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면제해주는 대안 등 수요를 창출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기능을 되살리는데 역점을 두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시중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임대사업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안 등도 아울러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완화도 시급하지만 자금지원, 세제 혜택 등을 직접 주어서 수요를 유발시키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8월경에 시장을 살릴 몇 가지 대안을 내놓을 전망인데 먼저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일부를 완화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았다.

갈피 못 잡고 하락세
이달 중 대안 나올듯


하지만 DTI 규제는 신규분양의 중도금·잔금대출 등 아파트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파트 구입자들은 대출규제 때문에 매수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당분간 가격 상승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 DTI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보다 양도세 완화와 취득세 인하다.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1가구 2주택자가 개별 주택가격 9억원 이하로 3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한해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3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사업자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이용해 분양이 포함된 보금자리주택보다 장기임대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고객을 우롱하는 허점투성이인 대출금리 문제로 국민은 그저 불쾌하기만 하다. 은행들이 불합리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면 당연히 가계대출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가을 성수기 전 수요창출 방안 찾아야”

올해 실세금리가 하락했는데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감사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가산금리를 올리는 수법으로 2008년 이후 3년간 20조원이 넘는 이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승인 여부와 금리에 영향을 주는 신용평점을 평가할 때 학력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별화하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본연의 임무인 관리와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지점장 재량에 따라 전결금리를 독자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한편, 뒷북 대응이지만 은행의 구체적인 가산기준을 새롭게 규정하고 고객이 다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서두르는 등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무주택 서민의 임대보증금은 전 재산과 마찬가지인데 서울 지역의 대부분이 실질적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50%를 웃돌고 있다. 거래가 끊긴 가운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은행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 처분되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보증금 보호범위는 서울의 경우 7500만원까지이고 최우선변제금액이 25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서울은 전세금이 18% 급등한 상황을 반영해 보호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선 때마다 선심성 국책사업으로 지역 갈등과 후폭풍을 경험했다. 새만금과 세종시,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치논리에 밀려 면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건설된 지방공항들의 현실은 어떤가.

저축은행 비리 ‘악’
CD 금리 담합 ‘헉’

제주와 김해 등을 제외한 국내항공 상황이 적자운영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영남권의 포항과 울산, 사천공항 등은 KTX 개통으로 직격탄을 맞은 사례로 알려져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불거져 진흙탕 싸움을 예고하는 이유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운 지역이기주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대선공약 경쟁보다 갈등과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해 상식에 따라 대선 이후 폭넓은 토론을 걸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정부가 DTI 완화, 원활한 주택거래를 촉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DTI 완화뿐 아니라 취득세 완화 등의 대책도 뒤따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DTI는 매년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과 기타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대출 고객의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서울 50%, 인천 및 경기 는 60%가 적용되고 있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DTI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만큼 이른 시간 내에 구체적인 완화 대상 및 조건 등을 정해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토론회에서 원활한 주택거래를 위해 DTI 제도를 일부 보완하기로 한 만큼 후속조치가 조속히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DTI 규제 완화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은 정하지 않았고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아 상환능력이 있는 고액 자산가 등에게 규제를 완화해 주자는 총론을 밝혔다.

DTI 완화·보금자리론 확대 지원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등 거론

DTI 규제 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상을 조속히 정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체적으로 시장 분위기나 심리상태로 미뤄 DTI 규제 완화만으로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사람은 적다”며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단기간에 주택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DTI 규제가 완화되면 집이 팔리고 대출원리금 상환도 가능해 가계 부채의 질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DTI 규제가 폐지되면 주택거래가 늘어나고 거래가 활성화하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 제3금융권 대출 수요를 제1금융권으로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취득세 감면은 위축된 주택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취득세는 9억원 이하의 경우 1%, 9억원 초과는 4%지만, 취득세를 감면해 주택 실거래를 유도하면 세율은 낮아도 세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취득세 감면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도 취득세가 감면되면 주택 거래 증가로 세수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취득세 재차 감면 시행 요구에 대한 대안으로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시행된다면 주택수요 창출에 기여할 것이 확실하다. 지방세수 감소를 감안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거래 활성화 시 세수를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말만 꺼내고
후속조치 없어”

정부의 DTI 부분 완화 방법론은 투트랙이다. 자산이 많은 은퇴 대상자와 향후 소득 향상이 기대되는 젊은층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 규정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에 따라 원리금 상환금액이 연소득의 50∼60%로 제한돼 있는 DTI 규제를 안정적 직장이 있는 20∼30대 샐러리맨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시 제한 폭을 더 완화해주는 게 주요 골자다. 안정적인 미래 소득을 일부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미래 소득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인정해줄지에 따라 수혜 대상이 달라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집값이 추락하고 있는 장세 속에서 빚을 더 내서 집을 살 수요층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일단 주택수요 창출의 길을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은퇴 자산가들의 경우 상속 등을 감안해 집값 상승의 진원인 강남 등지에서 일부 유망 물건을 저점에 매입하거나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생겨 거래의 숨통을 트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
수백 대 1의 경쟁 속에 청약이 완료된 강남 유망 아파트 분양의 계약률이 절반에 그친 주원인이 DTI 규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시장 견인 효과가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위는 은행감독 규정 및 시행 세칙을 가을 성수기에 앞서 개정 완료, 시행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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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