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획특집 봄을 찾는 사람들 ③ 서민들의 고군분투 사연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어느 해보다 힘들게 맞은 2009년에도 어김없이 설날은 찾아왔다. 눈에 띄게 줄어든 상여금으로 차린 초라한 차례상과 지난 명절보다 부쩍 늘어난 친지들의 하소연으로 우울한 명절이다. 그러나 조카들에게 줄 빳빳한 세뱃돈을 뽑는 손길에는 설렘이 묻어난다. 구정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 저마다의 인생에도 봄날이 오리란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희망은 누구보다 봄날이 찾아오길 고대하는 이들에겐 더없이 값진 에너지다. 2009년 설날을 맞아 인생의 봄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미네르바 논쟁, 정부 각료들의 대대적인 물갈이, 구조조정 바람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오랜만에 뵐 부모님과 모처럼 찾아온 연휴로 설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보다 봄날을 찾는 이들이 있다. 구정을 쇠고 본격적인 2009년이 시작되면 그토록 원하던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사는 이들이다.

 이 시대의 백수, 백조들도 꿈을 위해 설 명절도 반납하고 언젠가 찾을 봄날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 후 수년간 사회에 발조차 딛지 못한 ‘취업 장수생’들에게 설은 풀어진 고삐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몇 년째 면치 못한 백수신세가 친척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더욱 처량해지는 것이 명절이기 때문이다.
2006년 2월 대학교를 졸업한 정모(28·여)씨도 몇 년째 백수탈출에 실패하고 우울한 설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낸 이력서만 수백 통. 면접이라도 본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력서를 낼 회사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나이에 걸려 원서를 낼 자격조차 주지 않고 있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할 따름이다.
지금 정씨에게 가장 부러운 사람은 새벽밥을 먹고 러시아워에 복잡한 지하철을 타는 평범한 직장인들. 그리고 일찌감치 결혼해 전업주부가 된 또래 친구들이다.
정씨는 “이렇게 오랫동안 취업으로 마음고생을 할 줄 알았다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집’이라도 갈 걸 그랬다”며 “속절없이 나이만 먹은 데다 직장도 없는 신세니 선조차 들어오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정씨는 2009년엔 반드시 원하던 직장인이 될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지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월부터 최대의 취업한파가 몰아닥친다고는 하지만 위기는 기회란 말을 곱씹으며 오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막막하기는 대학졸업식을 앞둔 예비 백수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에게 사각모를 씌워드리고 사회로 가는 첫발을 내딛는 날을 축하했던 대학졸업식은 취업난과 함께 썰렁해졌다. 취업을 못한 학생들은 졸업식 전에 졸업장만 찾아 황급히 학교를 떠나기 바쁘고 이미 취업을 한 학생들은 첫 직장에 적응하기 바빠 졸업식은 뒷전이 됐기 때문이다.
오는 2월 서울 모 대학교 졸업을 앞둔 최모(27)씨도 아직 취업을 못한 상태다. 금융권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 4년 동안 관련공부를 했던 최씨. 그러나 막상 취업전선에 나가니 자신이 그동안 쌓아왔던 스펙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경쟁자들은 무시무시한 무기들로 중무장한 채 그를 위협하고 있었다.
결국 다른 분야로도 눈길을 돌려 부지런히 원서를 내고 있지만 좀처럼 합격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최씨는 “졸업식 날짜를 묻는 부모님에게 괜히 신경질만 부린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서울에 올 차비조차 드리지 못하는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얼른 취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경제활동인 중 한 사람이 되겠다는 백수들의 의지는 어떤 한파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기업과 공공기관의 인턴채용 증가, 건설채용 확대 등 조금씩 보이는 불빛은 이들에게 더욱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결혼적령기를 놓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솔로생활을 하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도 인생 제2막의 봄날을 찾고 있다. 점차 늦어지는 결혼적령기로 노총각, 노처녀의 개념 또한 무뎌지는 추세다. 20대 후반이면 ‘혼기 꽉 찬 노총각·노처녀로 치부했던 몇 해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애써 변명하는 노총각, 노처녀도 설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올해 설에도 나 홀로 고향 길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처량할 뿐만 아니라 연휴 내내 들을 부모님의 잔소리도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웹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직장여성 서모(38)씨도 설 연휴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무리 결혼적령기가 높아졌다 해도 여자 나이 서른여덟은 누구나 노처녀로 인정(?)하는 나이다.
조건만 따져보면 서씨가 아직 미혼인 것을 누구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여러 가지로 결혼하는 데 결격사유가 없다. 서울의 유명 사립대를 나와 10여년 직장생활을 하며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고액연봉을 받고 있고 통장잔고도 꽤 된다.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또래 유부녀들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미모에 몸매도 늘씬한 편. 거기에다 패션 감각도 뛰어나 스타일리쉬하다는 말을 지겹도록 듣는 그녀다.
누가 봐도 서씨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독신여성이다. 흔히 말하는 ‘골드미스’의 범주에 속한다. 그녀 역시 자신의 나이가 적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마음만 먹으면 결혼쯤 못할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경기 한파 속에서도 설레는 설날, 새해 계획 재정비하는 이들
명절 반납하며 봄날 찾아 취업준비 매진하는 이 시대 백수들 
이번 설도 혼자 고향 가는 노총각, 노처녀들의 짝 찾기 대장정
내 집 장만, 금연, 성매매 탈피 등 목표 향한 소시민들의 노력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남들의 시선에 쫓겨 결혼을 해치우듯 하기는 싫었지만 마흔이 가까워오자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경제적인 안정도 외로움을 떨쳐내 주지는 못했다. 결국 서씨는 결혼정보회사에 가입도 하고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눈에 차지 않는 남성들과 선도 보는 등 결혼을 위한 각고의 노력 중이다.
대기업 마케팅팀에 근무하는 김모(39)씨도 ‘불혹’의 나이가 되기 전 신붓감을 구하려고 종횡무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0살이 넘는 여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눈이 높았지만 지금은 “결혼할 처녀 찾아 베트남이라도 가야할 판국”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대폭 눈높이를 낮춘 김씨는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누구든 괜찮다”며 최대목표가 된 결혼을 위해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결혼을 한 이들 중에도 새 식구를 만드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고통을 받는 이들이 있다. 불임부부들이 그들. 특히 시댁식구와 마주해야하는 설은 아기 없는 며느리들에겐 여간 불편한 날이 아니다.
결혼 4년차인 이모(32·여)씨는 명절이 전혀 즐겁지 않다. 시댁식구를 만나는 것이 최대의 고역이기 때문이다. 이씨 부부는 일부러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생기지 않아 못 낳는 불임부부다.
처음 2년간은 그다지 초조하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터라 임신이 되지 않은 것이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아이를 재촉하는 시어머니의 전화횟수가 잦아졌고 이씨도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결국 그녀는 지난해 3월경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편과 자신에게 별다른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과 달랐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란 진단이 내려진 것. 임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소에 구멍이 뚫려 있어 임신이 쉽게 될 수 없는 병이다.
이때부터 명절은 눈물바람의 연속이었다. 지난 추석에도 이씨는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부엌에서 술안주를 내 오다 “쟤는 언제 아이 가지려고 저렇게 천하태평이냐. 입양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등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남 이야기 듣듯 자리를 지키는 남편도 이씨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이씨처럼 불임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적지 않다. 기혼여성의 불임률이 13.5%에 달하고, 7쌍 중 1쌍이 불임부부란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무려 140만여 쌍의 부부가 아기의 웃음소리를 기다리며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 임신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던 부부들도 새해부터 시작된 각종 정책에 새로운 희망을 얻고 있다. 지자체들의 불임부부 의료비 지원 확대 계획,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기술 개발, 다양한 불임부부 지원 프로그램 등 불임부부에게 힘을 주는 뉴스들이 그것.
비닐 가림막에 의지해 장사를 하고 있는 노점상인들도 따뜻한 봄날을 위해 강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다른 상인들과는 달리 설 대목 특수조차 누리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어엿한 점포에서 장사를 할 수 있으리란 꿈이 있기에 겨울이 그리 춥지는 않다.
또 무점포상인 등 영세상인들을 위한 정책자금과 신용보증이 크게 확대되어 은행돈을 빌리는 것이 한층 수월해지는 등 새로 생긴 정책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봄날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날로 치솟는 전세, 월세에 지쳐 작은 아파트라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소시민들도 어느 해보다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올해 시행되는 부동산정책으로 어느 때보다 집 마련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세금인하와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시킨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새 부동산정책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계획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을 장만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젊은 부부들은 더욱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의 대상이 올해부터 한층 넓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였던 것이 100% 이하로, 맞벌이의 경우 120% 이하로 완화됐고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되는 등 자격이 한층 완화된 것.
이밖에도 새해엔 기필코 성매매에서 벗어나 떳떳한 직업을 갖겠다는 여성들, 몇 번이나 실패했던 금연을 성공하겠다는 흡연자들, 부지런히 돈을 벌어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외국인 노동자들, 길바닥을 떠나 가정으로 돌아가겠다는 노숙자 등 봄날을 찾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설날에도 눈물겹게 이어지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배가 해주는 조언
“분명한 목표부터 세워라”

인생선배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조언으로 분명한 목표를 세울 것을 당부했다. ‘씽굿’과 ‘스카우트’가 성인 789명을 대상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필요한 조언’이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28.90%가 ‘분명한 진로목표를 세워라’ 라고 충고했다.
이어 2위에는 ‘다양한 경력·경험 쌓기’(18.30%)가 올랐으며 ‘영어나 어학공부’(17.50%), ‘인간관계’(13.30%)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어려운 취업난을 헤쳐 나가기 위해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로목표를 세워 이에 맞는 다양한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 ‘자격증 취득’(7.60%), ‘일찍 취업 준비’(5.70%), ‘전공공부’(3.40%), ‘해외여행(어학연수)’(3.00%), ‘취업노하우 습득’(1.90%) 등이 있었다.
한편 취업성공을 위해 꼭 가졌으면 하는 멘토로는 ‘관심분야 전문가’(37.60%)가 1위로 추천됐다. 2위에는 ‘관심분야 직장인’(25.90%), 3위엔 ‘진로분야 커뮤니티’(11.40%)가 올랐다. 이외에 기업인(6.80%), 취업담당 선생님(4.90%), 선배(4.60%), 교수(3.40%), 가족 친척(1.9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60% 상사에 아부 경험
“직장에선 아부도 능력”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사에서 상사에게 아부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12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0%가 ‘직장에서 아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0.2%는 ‘불황 전보다 아부의 빈도가 늘었다’고 말했다.
아부를 하는 이유는 ‘상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71.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48.2%), ‘상사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27.0%), ‘감원 등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서’(15.3%), ‘승진을 하거나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13.6%), ‘원래 성격이기 때문에’(13.4%), ‘주변의 권유로’(4.4%)등 순으로 집계됐다.
자주 쓰는 아부 방법은 ‘재미없는 말도 경청하며 크게 웃어준다’(51.5%)가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커피나 음료를 챙겨드린다’(42.0%), ‘업무능력을 추켜 세워준다’(35.1%), ‘외모나 패션에 대해 칭찬한다’(34.6%) 등이 있었다.
직급에 따라서 사원급은 ‘커피나 음료를 챙겨드린다(41.8%)’가 가장 많았고, 대리급은 ‘재미없는 말도 경청하며 크게 웃어준다’(26.9%), 과장급은 ‘업무능력을 추켜 세워준다’(21.7%), 차·부장급 ‘타인에게 들은 상사에 대한 기분 좋은 말을 전한다’(21.6%), 임원급은 ‘대소사를 챙긴다’(25.0%)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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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