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가마니 살인 사건 전말

전 여친 죽이고 가족까지 속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가마니에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사체를 유기하는 과정서 유가족에게 거짓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달이 넘도록 이 사실을 몰랐던 유가족.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가족에게 거짓 문자를 보내는 등 엽기행각을 벌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10월, 20대의 한 남성이 중고거래로 만난 여성을 살해한 것. 여성의 핸드폰을 갖고 현장을 이탈한 그는 여성의 가족 및 직장 동료에게 ‘당분간 연락이 안 될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얼마 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홧김에…

A(27)씨는 지난 1월12일 오전 10시경 서울 강서구 빌라서 혼자 살던 전 여자친구 B(29)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후 시신을 5일간 B씨 집에 방치하면서 B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가족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그는 해당 사실을 지금의 여자친구인 C씨에게 알린 뒤 시신을 가마니에 넣어 인천 경인 아라뱃길의 한 공터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때 연인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A씨와 C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뚜렷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해오던 A씨는 ‘헤어지자’는 B씨의 말에 화가 나 일을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다툼 도중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고, 이후 A씨는 B씨의 시신을 5일 동안 방치한 채로 유기 장소를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B씨의 휴대전화로 유가족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별통보에 격분해 목 졸라
5일간 방치하다 공터에 유기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피해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면서도 “문자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전송 횟수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이 B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서 드러났다. 경찰은 B씨의 부모가 장기간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을 찾아 나서는 상황에 대비해 거짓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시신을 B씨의 집안에 5일간 방치하다 같은 달 16일 새벽을 틈타 차량에 시신을 싣고 유기 장소를 물색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B씨 시신을 인천시 서구 시천동 경인 아라뱃길 목상교 인근 도로 옆에 유기했으며, 당시 C씨가 동행했고 시신 유기 현장에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A씨의 범행 사실을 접한 뒤 A씨가 전 여자친구였던 B씨와 연락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C씨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A씨 범행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5일 오전 10시경 아라뱃길 목상교 인근 공터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로 접수되면서 드러나게 됐다. 한 시민이 “시신이 담긴 가마니가 발견됐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 발견 당시 B씨의 시신은 옷을 입은 상태였고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고 한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장소 주변의 CCTV 영상 등을 확인한 뒤 A씨의 동선 등을 추적했다.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11시50분경 서울시 강서구의 한 빌라서 A씨와 C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 C씨가 동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유족 연락 없어 걱정하자 
“아빠 걱정 마” 거짓 문자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최근 교제를 시작한 연인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 출석해 “헤어지는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화가 나 목을 졸랐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신을)집안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시신 유기에 동참한 C씨는 “A씨를 좋아해 범행을 도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가족들은 MBN과의 인터뷰서 “‘휴대전화를 물에 빠뜨려 통화가 되지 않는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로만 연락했다”며 “지방서 시작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전화번호도 바꿀 것이라는 메시지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 A씨가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청구한 요금도 40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단독으로 살인했고, C씨는 유기만 협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B씨는 부모와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수사를 벌여 구체적인 범행 방식과 동기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여친 도와

한 범죄사건 전문가는 “C씨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볼 때 A씨와의 관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관해 두 가지 가능성이 점쳐진다. A씨와 B씨가 둘이 교제하는 과정서 C씨와 만남을 시작했느냐, 사건 발생 이후에 사귀었느냐 이 두 가지 중에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C씨가 살해 현장에 있었냐는 것도 중요하다. 범행동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추가적으로 경찰이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분만 도중 변기물에…

화장실 변기에 영아를 출산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땅에 묻은 30대 여성이 항소심서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5 형사항소부는 지난달 19일 영아살해,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0)에 대한 항소심서 원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률적으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고 있는 피고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특별히 원심의 형량을 변경할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선고 후 A씨는 “항소 기각해줘서 고맙다. 그럼 난 죽을게. 재판장 모독죄로 나를 꼭 신고하라”고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5월27일 새벽 5시경 경북 의성군 자신의 집 화장실 변기에 앉아 영아를 분만하면서 변기 물 위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음날 오후 4시경 집 근처 공터의 땅을 삽으로 판 뒤 숨진 영아를 담은 종이상자를 묻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2015년 이혼한 후부터 우울감, 자살 충동 때문에 전 남편과의 사이서 태어난 딸을 스스로 양육할 수 없게 되자 극심한 무기력에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과 지능지수 52 수준의 지적장애 3급 진단도 받았다. 

2018년 7월경 친구 소개로 만난 남성과 성관계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평소 지적장애인인 어머니와 신장 질환으로 투석 치료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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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