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팸’ 오산 백골 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24 12:10:38
  • 호수 12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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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 사진 찍어 자랑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기도 오산서 ‘가출팸’ 생활을 했던 청소년이 백골 시신으로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이른바 ‘오산 가출팸 사건’의 주범들은 중형을 선고받았다.
 

경기도 오산서 발견된 백골시신 사건에는 이른바 ‘가출팸’이 자리하고 있다. 가출팸이란 가출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를 합친 말로 이 집단은 리더 격의 아이가 함께 살 아이들을 모아 결성된다. 여기서 문제는 가출 청소년들이 숙박·유흥비 등을 마련하고자 범죄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데 있다.

함께 생활

가출팸서 같이 지내던 10대를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이른바 ‘오산 백골 사건’의 주범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4일, 수원지법 형사11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3)씨에게 징역 30년을, B(23세)씨에게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두 사람 모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간 부착 명령을 내렸다. 미성년자 유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C(19세)양 등 10대 남녀 2명에게는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6월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한 경찰은 향후 수사가 쉽지 않음을 직감했다. 백골 상태로 변한 시신은 이렇다 할 단서가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고도의 충치가 있고 15~17세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전부였다. 대퇴골서 확보한 DNA를 국과수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해 일치 여부를 확인했지만 허사였다.


이때부터 경찰은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수사 범위를 오산, 화성은 물론 수원, 평택 등으로 넓히고 가출, 장기 결석자,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등 15개 항목에 해당하는 인물 리스트를 만들었다. 추려진 인물만 무려 3만8000여명. 경찰은 이들의 신변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한 달이 지날 무렵, 주민등록증 미발급자 2276명을 살펴보던 한 형사가 반지서 힌트를 찾았다. 2272명에게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머지 4명의 SNS를 살펴보던 중 한 프로필 사진서 낯익은 반지를 목격한 것. 피해자 시신이 발견된 장소서 유류품으로 확보한 검은색 반지와 동일한 색깔과 모양이었다.

경찰은 급히 D군(당시 17세)의 가족 DNA를 확보해 대조했고, 7월25일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시신 발견 49일 만이다.

피해자 신원을 특정하면서 용의자 수사도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D군의 행적을 역추적해 함께 생활한 A(22)씨 등이 삽과 장갑 등 범행도구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차량 트렁크서 D군의 혈흔도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 발견 74일 만에 A씨 등 3명을 살인 및 암매장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협조했다” 이유로 살해
자신만의 규칙 만들어 가혹행위

경찰조사 결과 가출팸에 다른 가출 청소년들을 끌어들이는, D군은 미성년자 약취 유인 혐의로 지난해 6월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서 D군이 A씨 등 자신들의 지시로 하게 된 일이라는 사실을 경찰에 알리자 그를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A씨 등이 지난해 사용한 차량의 트렁크서 D군의 DNA가 나오고 A씨 등이 범행도구인 삽과 장갑 등을 범행 전 구매한 사실까지 확인되자, 경찰은 A씨 등을 체포했다. A씨와 다른 1명은 별개의 범죄로 각각 구치소,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서 나머지 1명은 군 복무 중 체포됐다. 이들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D군은 경찰조사 후 보복이 두려워 가출팸서 나와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 등지서 생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C양으로부터 “문신을 해주겠다”는 연락을 받고 오산 공장으로 갔다가 변을 당했다. C양은 평소 A씨, D군 등과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 ⓒ경기남부경찰청

A씨 등은 지난 1월 열린 결심공판서 “정신이 나가 피해자를 죽인 것 같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기회를 주신다면 복역 후 아버지에게 돌아가 봉양하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등이 피해자의 사체 사진을 찍어 주위에 자랑하기도 하는 등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경찰조사 결과 가출 청소년인 D군은 A씨 등이 SNS에 올린 고수익 알바 광고를 통해 이들을 만났다. 경기 성남, 충남 천안 등의 원룸서 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변을 당했다.

또 A씨 등은 대포통장을 수집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팔아넘기는 일에 가출청소년들을 이용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뿐만 아니다. 신분 노출을 피하려고 ‘선생’ ‘실장’ 등의 별명을 사용하고,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가출팸 청소년들에게 ‘스파링’ 명목으로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범 중형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토막 내서 시신을 유기하거나 암매장하는 건 사회적으로 암시를 받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사회적으로 시신을 훼손하는 범죄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학습한 것”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죄의 온상 ‘가출팸’이란?

경찰에 의해 해체된 가출팸 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추산으로 가출 청소년은 연간 27만명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들 공동체인 가출팸이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8월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 발견돼 해체된 가출팸 수는 2017년 51개(254명)서 지난해 91개(435명)로 약 78.4% 급증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59개(335명) 가출팸이 경찰에 의해 해체됐다.


경찰은 ‘학교·가정 밖 청소년 일제 발굴 기간’을 정해, 위기 청소년들을 찾아 학교나 집으로 돌아가도록 돕거나 전문기관에 연계했다. 

이 기간 경찰이 발굴한 위기 청소년은 학교 밖 청소년 1824명, 가정 밖 청소년 236명에 달했다. 경찰은 또 이 기간 15개 가출팸(82명)을 찾아내 해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18년부터 위기 청소년 선도·보호 활동을 강화하면서 전년 대비 가출팸 해체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향후 가출팸과 관련한 온·오프라인 정보 수집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발굴·해체하고,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수사 부서와 공조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은 선도프로그램 등 각종 청소년 안전망과의 연계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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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