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만취한 상태로 8살 여아를 납치 성폭행한 이른바 ‘조두순 사건’에 이어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 최근 발생한 통영 초등생 성추행 살해사건까지. 연이은 아동 상대 성범죄로 인해 ‘소아기호증(pedophili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아기호증은 아이를 보면 성욕을 느끼는 성도착증의 일종. 강한 성적 흥분과 상상이 반복되며, 성행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전체 성도착증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사회안전망 미흡으로 관련범죄는 매년 증가추세다. 아이를 노리는 성범죄자들은 누구고, 어떤 특징이 있을까.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의 실태를 ‘김점덕 사건’을 통해 들여다봤다.
실종됐던 경남 통영 초등학생 한아름(10)양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김점덕(45). 그는 “한양이 짧은 분홍색 치마를 입고 있어서 순간적인 충동을 느껴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그는 한양의 집에서 불과 250여m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 주민으로, 사건이 발생한 후 아름양을 목격했다며 언론사와 인터뷰를 갖기도 해 이 땅의 부모들을 경악케 했다.
‘이웃’이란 이름의
성범죄 전과자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한 용의자는 성폭력과 절도·사기·폭력 등 전과 12범이었다. 2009년 베트남인 아내(22)와 결혼해 세 살 난 딸까지 두고 있었다.
고물 행상을 하며 가계를 꾸렸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16일 아침 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한양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 했으나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점덕의 진술에 따라 중촌마을에서 10㎞쯤 떨어진 야산 일대에서 알몸 상태로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자루에 들어 있던 한양의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은 그동안 김점덕을 용의자로 보고 조사했으나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했다. 신봉마을이 고향인 김점덕은 2005년 산양읍에 사는 62세 노인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돌멩이로 내리쳐 강간상해죄로 4년 실형을 산 뒤 2009년 5월 출소한 전력이 있었다.
통영 살해범 “치마 입은 아이 보자 욕정 느꼈다”
아동 성범죄자 ‘정성현·김수철’ 그들의 공통점은?
그러다 지난 21일 경찰이 자신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한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종적을 감추자 경찰은 본격적으로 김점덕을 추적해 검거했다.
검거 직후 성추행 여부는 부인하던 김점덕은 경찰조사와 변호인 접견에서 “한양을 집으로 데려가 옷을 벗긴 뒤 음부에 손가락을 넣는 등 여러 차례 성추행했다. 한 양이 발버둥을 쳐 목 졸라 살해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경찰서는 김점덕이 한양을 성폭행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이날 부검을 실시했으나 시신이 많이 부패해 확인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김점덕이 ‘소아기호증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그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김점덕의 집을 수색한 결과, 그의 컴퓨터에서 동영상, 문서 등의 218개의 파일을 확보했으며 이중 70개가 음란 동영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병준 통영경찰서 수사과장은 “김씨가 보유한 음란물 중에는 아동 관련 동영상도 있었다”며 “김씨의 컴퓨터에서 파악한 나머지 파일은 음란 소설이었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의 성을 탐하며 꼭꼭 숨겨왔던 욕망의 봉인을 풀어헤치는 사람들. 비단 김점덕뿐이 아니다. 2008년 8세, 10세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토막 살해한 정성현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어린 여아들을 유괴·살해하고 시신을 집안에서 훼손, 야산과 개천에 암매장하거나 유기한 엽기적인 범행수법의 살인마이자 아이들 집과 불과 40m, 130m 떨어진 곳에 살던 동네 아저씨였다.
아동 관련
‘포르노광(狂)’
경찰에 따르면 정성현도 평소 가학적 성행위를 담은 동영상을 수집하는 등 변태성욕에 집착했다고 한다. 그는 컴퓨터 하드에 포르노 영화 785편, 10살 이하의 미성년 누드사진 441장을 보관하고 있었다.
당시 경찰은 “정성현의 집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음란물 동영상과 사진 수 만건이 저장돼 있었고, 그중에는 '로리타'라는 아동 포르노물도 몇편 있었다”며 “이는 정씨가 소아기호증을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폭력전과 2범에 몇 개의 벌금전과가 있던 정성현은 조사과정에서 2004년 군포에서 실종된 정모(당시 44세) 여인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미성년자 약취ㆍ유인 및 살해와 강제추행 등의 죄가 적용돼 1ㆍ2심 재판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10년 백주에 초등학생을 학교에서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도 있다. 동네 골목골목을 잘 알고 있던 그는 친한 아저씨 행세를 하며 8살 여아를 납치해 500m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끌고 가 무참히 성폭행했다.
김수철은 공사판을 전전하며 막노동 일을 해왔다. 특별한 일거리가 없자 범행 전날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10대가 등장하는 포르노 동영상 52편을 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김수철이 소장하고 있던 음란물 목록에는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등장하는 일본 음란물과 납치·강간을 다룬 동영상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줬다.
음란물광인 동네아저씨 주의보…내 딸이 위험하다
‘소아성기호증’…원인 파악 및 치료도 쉽지 않아
당시 김수철은 경찰 조사에서 여아를 성폭행한 후 “기분이 좋아 스르르 잠들었다”고 진술하거나 “얼마나 살게 되냐”고 묻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져 분노를 샀다.
김수철은 “소주 1병과 맥주 2병을 마셨다”며 “맥주를 마시면 성적 욕구가 일어난다”고 진술했으며 자기 스스로를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소개했다.
역시 동네 아저씨였던 김수철은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강도·강간과 미성년자 성추행 등을 여러 차례 저지른 상습 성범죄자였다.
전과 12범으로 1987년 부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성폭행한 뒤 강도짓을 하는 등 인면수심의 범행을 저지른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15년간 복역했지만 출소 4년 뒤인 2006년에는 15세 소년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혼자 있는 아이들…
‘제2의 아름이’ 될 수도
음란물을 즐겨보던 동네 아저씨들은 그렇게 괴물이 됐다. 최근 조사를 보면, 아동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가 무려 85%를 넘었다. 범행 현장도 가해자 집이나 집 주변 3km 반경이 65%나 됐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곳이라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점, 피해자 입장에서는 아는 사람이라 쉽게 경계를 늦춘다는 점이 범죄로 이어진 것이다.
범죄심리전문가들은 “범인들이 자신의 거주지 주변 익숙한 장소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며 “특히 성범죄자의 60~70%는 범행 장소 주변의 지역 주민으로 사전에 CCTV 설치 장소, 도주경로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음란물이 성범죄를 부채질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도 있다. 미국의 한 연구진이 아동을 학대한 150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모두 아동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었고 3명 중 1명은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에 음란물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에서 발표된 ‘음란물과 성범죄의 연관성’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을 많이 본 남자일수록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통념, 여성과의 변태적 성행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음란물을 즐겨본 성폭행범은 아이들이 나를 먼저 유혹했으며, 그 아이들이 오히려 그 피해 상황을 즐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는 보고서도 있다. 그러나 아동성애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모든 아동성애자가 반드시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많은 아동성애자들은 범죄와 동떨어져 자신의 소아성애욕구를 억제하며 생활한다”며 “아동성애자들 역시 스스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두려워한다. 다만 그들이 순간적으로 욕구를 억제하지 못할 때, 그리고 때마침 범죄를 실행하기에 적절한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면 범죄 발생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우리 아이들을…”
어른들의 추악한 혓바닥이 핥고 간 잔해. 그 속에서 아이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그리워도 볼 수 없는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으로 남았다.
세상을 발칵 뒤집은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아동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새삼 환기됐지만 아직도 꿈나무들의 싹을 자르는 검은 그림자는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책 아닌 실효성 있는 예방책이 시급한 이유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주는 일이 어른들의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