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의 ‘갤러리그림손’서 2020년 신년기획으로 작가 이재삼의 개인전 ‘달빛녹취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재삼의 34번째 개인전이다. 목탄으로 표현한 이재삼의 작품을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이재삼은 목탄에 대해 “나무를 태워 숲의 영혼을 표현하는 사리”라고 말했다. 그는 목탄으로 검은 공간을 표현하는 작가다. 이번 ‘달빛녹취록’ 전에서 홍매화 대작을 비롯해 나무시리즈, 물안개, 대나무, 폭포 작업을 선보인다.
검게 칠하고
이재삼은 젊은 시절 인물과 추상, 설치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랬던 그가 자연의 공간을 표현하겠다는 의지로 표방한 검은 풍경은 곧 달빛의 이미지가 됐다. 이미지는 검은 빛이 아닌 검은 풍경으로 드러났다.
빛과 함께 나타난 자연의 형태는 숯을 통해 표현됐다.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대상 그 너머에 있는 적막함, 어둠 속에 보이지 않게 침식된 풍경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숯, 이른바 목탄을 드로잉의 재료가 아닌 회화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있다.
이재삼은 “나는 목탄으로 달빛이 채색된 정경을 그리는 것이 화두다. 목탄은 나무를 태운 숯인데 나에겐 다소 신성함으로 다가오는 재료”라며 “나무가 산소 하나 없는 밀폐된 숯가마서 온종일 불사르고 난 후 재가 되기 전의 검디검은 자태고, 숲의 육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숲에 대한 영혼의 사리”라고 전했다.
캔버스를 검은 풍경으로
빛과 자연의 형태 담아
이어 “촛불은 제 몸을 태워 빛을 발하지만 목탄은 나무였던 스스로를 연소시켜 자신의 온몸을 숲의 이미지로 환생시키는 영혼의 표현체”라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숲으로 이뤄진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고유한 형상에 대한 그 너머다. 무수히 많은 숲과 나무 사이의 깊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 비경이다.
이재삼에게 숲과 나무는 어둠의 공간 속에서 기지개를 펴는 표정이다. 달빛에 비친 음혈의 신령한 존재로 드러난다. 달빛 소리, 달빛 기운, 달빛 냄새가 목탄으로 채색되고자 하는 의지다. 그는 “단 하나의 목탄이 화면에 부딪쳐 으스러지는 가루에 나의 정신과 혼이 묻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언급했다.
초기에는 먹과 목탄을 같이 사용하다가 점차적으로 목탄을 사용하는 비중이 커졌다. 어둠 속에서 어떤 형상 너머의 빈 공간, 보이지 않지만 일종의 초월 공간일 것 같은 비경의 소리와 기운, 냄새를 목탄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단순 재료 아닌 회화의 일부
대상 그 너머의 적막함 포착
꾸준히 목탄 작업을 해온 그는 2018년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대작 위주의 작품을 주로 작업하는 그는 자연의 힘과 기운을 표현하기에는 작은 캔버스보다 거대한 캔버스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커다란 캔버스에 자연의 영혼을 펼친 것이다.
이재삼의 작품은 자연탐사를 시작으로 지역을 돌면서 필요한 풍경을 스케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생각과 구상을 더해 그만의 새로운 자연풍경으로 탈바꿈시킨다. 그가 그려낸 풍경은 실재이면서 실재가 아니다.
검은 공간을 통해 추상적이고 구상적인 이미지가 함께 공존하는 풍경이 표현된다. 그는 검은 풍경을 나타내기 위해 오랜 시간 캔버스에 목탄을 문지르고 문질러서 화면 깊숙이 검은 공간을 품었다.
풍경을 담다
갤러리그림손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선 이재삼의 대표작을 비롯해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고자 했던 목탄과 달빛, 검은 공간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재삼은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의 삶과 영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외에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재삼은?]
▲1960년생
▲학력
강릉대학교 미술학과 졸업(1984)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1989)
▲개인전
박수근미술관(2019)
동대문DDP 갤러리문(2019)
아트센터쿠(2018)
갤러리다함(2018)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2017)
해움미술관(2016)
MAD뮤지움 아트앤디자인(2016) 외 다수
▲수상
제3회 박수근미술상(2018)
한국을 이끄는 혁신리더 문화예술부문(2017)
청남대대통령기록관 윤보선대통령 초상화제작 지명공모부문 작가(2015)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