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8) 인연

사명당이라는 고승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허균이 어머니께 그리고 갓 혼인한 부인에게 초시 급제를 핑계로, 더 많은 공부를 위해 형에게 지도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길을 나섰다.

스승인 이달을 통해 허봉이 포천의 한 산, 백운산에 기거한다고 전해 들었다. 그곳에서 여러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곁들였다.

백운산으로

길을 가면서 형을 생각해보았다.

스승인 이달의 말에 따르면, 형은 문재와 관련하여서는 이달을 최고로 평가했었지만, 형이 조선 땅에서는 감히 그 벽을 넘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지에 올라 있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허균이 바라본 형의 행동은 매사에 유별나게 보였었다. 현실에 안주하지 못했었다.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런 연유로 자연스럽게 동인의 입장에 서게 되고 기존의 관습을 중시 여기던 서인들의 행태를 참지 못했다.

아니, 단순히 동인과 서인의 견해차 문제가 아닌 듯했다.

형의 열려 있는 사고를 이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고 그런 요인들로 인해 형은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전개하며 스스로 고립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순간 누나의 삶의 방식과 겹쳐 그려지고 있었다.


자신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홀로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누나의 방식과 동일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에 이르자 고개를 세차게 가로로 저었다.

형까지 그런 삶을 살면 안 될 일이다 싶었다.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형은 이 사회 가운데에 서서 형이 지니고 있는 재질을 십분 발휘해야 할 일이었다.

또 충분히 그럴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확신까지 들었다.     

형과 관련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길을 걷다보니 저녁 무렵이 되어 이달이 이야기한 백운산의 조그마한 움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먼발치에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으며 움막을 바라보았다.

흡사 거렁뱅이들이 거주하는 장소처럼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움막을 바라보자 팔봉이 걸음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제 다 왔거늘 서두를 이유가 무엇이냐.”

“도련님, 어깨가 무너져 내리는 모양입니다.”

“내 등에 있는 책은 가벼울 거 같으냐.”

“그거야 도련님 양식이잖아요. 그러니 무거운들 무겁게 느껴지겠어요.”

“이놈이, 아니 이놈아 그럼 네 놈 등에 달라붙어 있는 것은 양식이 아니란 말이냐.”


어머니와 부인이 형과 같이 기거하는 친구들을 위해 산골 구석에서는 구경하지 못할 음식들을 바리바리 챙겨 팔봉의 등에 실었던 터였다. 

“문제는 이 음식이 제 음식이 아니란 점이지요. 도련님 등에 있는 책들은 도련님만의 양식이니 무거울 리 없다는 말씀입니다.”

초시 급제 핑계로 길을 나서다
허봉 거처 도착…이상한 분위기

허균이 팔봉의 이야기가 일리 있다는 듯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 놈의 잔머리는 발달해서 잔수는 부리는데. 이놈아, 이 책이 어찌 나만의 양식이란 말이냐. 향후 너 같은 놈에게도 유용하게 쓰일 터이거늘.”

“그거야 두고 봐야 알 일 아니옵니까.”


“두고 봐야 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팔봉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팔봉의 이야기가 결코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냥 그대로 머무른다면 자신만의 양식이 될 터였다.

반드시 세상을 향해 이롭게 쓰일 수 있어야 할 일이었다.

“그놈 참, 바른 말 할 때도 있구먼.”

피식하고 웃으며 움막으로 걸음을 옮겼다.

움막에 당도한 팔봉이 대문 아니 얼기설기 엮은 싸리를 제치고 마치 제 집 들어가듯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갔다.

아마도 저 놈의 눈에도 성에 차지 않으니 저리 행동하리라 생각하며 뒤를 이어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이 조용했다.

방문을 바라보았다.

신발이 있는지 여부도 살폈다.

집안이 조용하듯 신발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허균이 급히 방문을 열었다.

탁한 기운이 방에서부터 밀려나왔다.

흙냄새와 나무가 썩어서 나는 쾨쾨한 냄새였다. 

희미한 어둠속에 가라앉아 있는 방안은 단출했다.

세 개의 상이 있고 그 곁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를 확인하고 등에 지고 온 보따리를 풀러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가슴 속으로부터 뭉클한 기운이 목구멍을 타고 솟구치고 있었다.

“그래, 해보자!”

고개를 돌리자 팔봉도 지고 온 짐을 방문 앞에 내리고 소매로 머리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나리, 빈집 아닌지요.”

“이 놈아, 너는 사람의 온기가 이곳에서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냐?”

“사람의 온기요?”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의 온기 말이야.”

팔봉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코를 벌름거렸다.

“제 코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가 아니라 흡사…….”

“흡사 뭐란 말이냐.”

“이게 어찌 살아있는 사람의 온기…마치 송장의…….”

“예라, 이놈아.”  

더 이상 팔봉도 대꾸하지 않았다.

허균도 잠시 집안을 둘러보려다 그만두고 싸리문을 제치고 밖으로 나서 숲을 바라보았다.

저만치 숲 어디에선가 형이, 아마도 형을 포함해서 몇 사람이 함께 뭔가를 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방안에 상이 세 개가 놓여있는 모습으로 보아 세 사람이 함께 기거하는 듯했다.

어둠이 내리고 있는 숲을 잠시 바라보며 형을 찾아 숲으로 들어갈 것인지 망설였다.

숲으로 향했던 시선을 팔봉에게 돌렸다.

“왜요, 도련님.”

“왜요는 무슨 왜요냐. 밥 때가 되지 않았느냐. 그러니 형님 일행이 오시기 전에 밥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자.”

“만약 오시지 않으면 어쩌려고요.”

“그 놈 별걸 다 걱정하네. 그러면 네 놈과 내가 다 먹으면 될 거 아니냐.”

팔봉이 그 말은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입을 한번 해죽 벌리고는 부엌으로 짐작되는 곳으로 들어갔다.

팔봉을 따라 부엌으로 들어가 볼까 하는 생각이 일었으나 그냥 팔봉에게 모두 맡겨두기로 하고 다시 방으로 움직였다.

염주와 목탁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전에는 어둠속에서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한 상 옆에 있는 이상한 물건이 시선에 들어왔다.

가만히 손을 뻗어 그 물체를 집어 들었다. 허균의 시선을 가득 채운 물체는 반질거리는 염주와 목탁이었다.

그 물건의 주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이달로부터 형과 함께 기거하는 사람 중에 사명당이라는 고승이 있다고 들었었다.

이달의 스승인 박순 대감과 가까운 사이로 봉은사 주지로 초빙되었으나 그를 사양하고 도를 닦기 위해 산천을 떠돌아다니다가 잠시 백운산에 기거한다고 했다.

한 그분의 가르침을 받고자 허봉이 백운산을 찾아들어간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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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