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서 내놓은 ‘애경 3남’ 채승석 논란

“정신 언제 차릴래?”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채 전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로 한성주 전 아나운서와의 결혼과 이혼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이번 마약투약 논란으로 인해 채 전 대표와 관련된 논란들이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 ▲ 애경 본사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의료 외 목적으로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의 일종으로 마약류로 분리된다. 채 전 대표는 1994년 애경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 애드벤처 월드와이드AE와 애경개발 전무 등을 거쳐 2005년 애경개발 대표이사로 부임했었다. 미스코리아 출신 전 SBS 아나운서 한성주씨의 전 남편이다.

‘우유주사’
자진 퇴사

지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채 전 대표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재벌 2세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다는 혐의가 제기된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를 수사하던 중 채 대표의 덜미를 잡았다. 

검찰은 채 전 대표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대표는 수사가 진행된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난달 말 인사 시즌에 맞춰 모든 직책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그룹은 채 대표가 스스로 대표이사 직책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으며 현재 사표가 수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애경과 애경 오너들은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엄격한 윤리 기준이 있으며, 대주주의 경우에도 예외란 없다”며 “실수를 인정함과 함께 즉각 채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 전 대표가 맡은 사업이 한 해 동안 성공적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이런 일이 생겨 돼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채 전 대표의 마약 투여 사건이 논란이 되자 채 전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 채 전 대표의 ‘돈세탁’ 의혹이 제기됐다. 자신의 현금을 운전기사 A씨의 통장 계좌에 입금했다가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시켜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우유주사’ 투약 혐의…대표 직책 사퇴
돈 세탁과 땅 투기…지난 논란 수면 위로

또 제3자를 통해 운전기사 통장 계좌로 입금된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채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입출금된 금액은 A씨가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6년여간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한 점은 500만원 이하의 돈만 채 전 대표로 이체됐고, 500만원 이상의 돈은 제3자가 운전기사 A씨의 통장으로 입금, 이를 현금화한 뒤 채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돈은 채 전 대표가 돈이 필요한 경우에 바로바로 진행됐고, 그 주기도 들쑥날쑥했다는 게 운전기사 A씨의 주장이다.

이처럼 금액의 차이를 두고 이체와 현금화한 점에 대해 은행권은 ‘의심거래’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될 경우 은행은 고액현금 거래로 인식해 FIU(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게 되고, 소액이라도 제3자를 통한 거래가 반복될 경우 ‘범죄 수익 은닉 의심거래’로 지목, 금융권의 관리대상이 될 수 있다.


당시 운전기사 A씨에 따르면 채 전 대표는 실제로 지난 2008년 의심거래 의혹이 제기돼 S지청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충격적인 폭로의 전말은 ‘채 전 대표가 A씨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 세탁?
기사 폭로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채 전 대표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채 전 대표 친구의 소개로 인맥이 형성된 것. 이 과정서 A씨가 채 전 대표의 사생활을 정리해 준 점이 채 전 대표에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대표와의 인연을 맺을 후 갑작스레 채 전 대표의 운전기사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A씨가 이를 맡게 됐다. 특히 A씨는 채 전 대표의 사적인 영역까지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채 전 대표는 A씨에게 이것저것 제안을 하며 자신의 옆에 남아있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여 책정 부분에 대한 상의는 없었고, 제안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결국 학비 등을 대기 힘들 정도로 생활이 힘들어져 가정의 불화가 발생해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가 퇴사하는 과정서 ‘퇴직 위로금을 수령하고 애경개발에 추가적인 금전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며, 재직 시 알게 된 모든 사항을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채승석 애경 전 대표

이에 대해 당시 애경 측은 “오너의 개인적인 부분”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법무법인 김앤장서 이와 관련된 사안을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보다 전인 2014년에는 채 전 대표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애경그룹은 2013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위치한 온천리조트 ‘테르메덴’을 인수했다. 애경개발은 사실상 이 리조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땅 투기?
의심 정황

이후 테르메덴은 서림리조트서 AK레저로 사명을 바꾸고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다. 2013년 중순 1차 증설을 위한 개발 계획을 이천시로부터 승인받았다. 리조트 주변 부지도 추가로 매입했다. 

AK레저는 2014년 9월12일 이천시 모가면 신갈리 일대 1만5300㎡(4600평)의 논(전)과 밭(답), 임야 등을 40억원에 매입했다. 매각을 위해 신탁회사에 맡겨뒀던 20만㎡(6만500평)의 임야도 귀속시켰다. 


문제는 채 전 대표가 리조트 주변의 농지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채 전 대표는 2014년 9월12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일대 농지 8377㎡(2534평)를 10억원에 매입했다. AK레저가 리조트 주변 부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테르메덴 리조트가 채 전 대표의 땅과 수백 m가량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알박기’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리조트가 추가로 개발되면 주변에 위치한 채 대표의 땅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당시 재계의 한 관계자는 “AK레저의 주주는 애경개발(69.1%)과 (주)서림(30.9%)이다. 애경개발이 서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애경개발의 100% 자회사나 마찬가지”라며 “오너 일가가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다면 채 대표가 주변 농지를 매입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성주와의 인연 재조명
회사 “관련 없다” 일축

애경그룹 측은 “내부적으로 합의한 사항이며, 투기를 위해 농지를 매입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리조트를 인수하고 추가로 개발하는 과정서 자금이 많이 소요됐다”며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인과 채승석 대표가 나눠서 부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또 있었다. 등기부등본상 채 전 대표가 매입한 부지의 지목은 모두 논으로 표시돼있었던 것이다. 예외적으로 위탁 영농을 허락하고 있지만 현행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농민만 농경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논과 밭을 소유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농지를 매입하는 사람은 우선 농업 경영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읍·면장은 농사를 지을 여건이 되는지를 확인한 후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하게 된다. 이 증명서를 등기소에 제출해야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

주소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인 채 대표가 어떻게 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애경 측은 “오너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알 수 없다. 투기 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회사도 외면
내놓은 자식?

과거 한성주 전 아나운서와의 결혼도 재조명되고 있다. 부산 출신인 한 전 아나운서는 1994년 미스코리아에 출전해 ‘진’으로 당선된 이후 1996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6기로 데뷔했다. 두 사람은 1999년 결혼식을 올렸으나 10개월 만에 이혼을 선언했다. 두 사람의 이혼 이유는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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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