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성인클럽 뺨치는 청소년클럽 실태

아이들의 선정적 춤판과 헌팅… "어른들은 가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서울 이화여대 앞 골목에서 눈에 띄는 간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00클럽'. 이 클럽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건전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 클럽의 실상은 성인클럽 못지 않았다. 실내서만 음주와 흡연이 금지돼 있을 뿐 밖에서는 버젓이 술과 담배를 손에 들고 탈선을 일삼는 아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인클럽을 모방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00클럽의 충격실태를 알아봤다.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 컬러렌즈에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가린 여중고생들이 짧은 팬츠를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남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밝은 염색머리에 목 뒤, 팔 등에 새긴 문신 등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물론 개중에는 학교를 중퇴하고 일찍 사회에 나온 아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일반 학생들로 보였다.

화장·문신으로 가린
일그러진 10대들

월요일 오후임에도 클럽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지하에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클럽은 버젓이 건물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장료는 5000원. 그 옆에는 손가락밴드 형식으로 된 미니 야광조명이 색깔별로 늘어져 있었다. 야광밴드는 한 개에 500원정도. 아이들은 어두운 실내에서 자신의 춤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저마다 야광밴드를 구매한다. 야광조명은 어두컴컴한 클럽 내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클럽 내 규정을 어겼을 시(흡연, 음주 등) 강제퇴장을 시킬 때 필요한 덩치 큰 안전요원들도 사각지대를 지키고 서 있었다. 

청소년클럽에 맞게 실내에서의 음주와 흡연은 금지된다. 바에서 판매하는 상품도 대부분 탄산음료와 이온음료, 생수 등이었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한 몇 가지 스낵도 함께 구비돼 있으며 가격은 2000원선이다. 이로써 대략 학생 한 명이 클럽에 와서 소비하는 비용은 통상 1만원선이라는 얘기가 된다.


성인클럽과 비교해 음주·흡연만 불가하고 입장료 등 가격만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을 뿐 별반 다를 게 없다. 주중에는 밤 11시까지, 주말에는 무려 새벽 4시까지 운영하고 있어 아이들의 학업에 지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내서만 금지된 술·담배, 밖에선 버젓이 성행
입장료·리본·음료 등 저가판매로 코묻은 돈 눈독  

이 클럽은 개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성인클럽에서만 볼 수 있었던 상업성이벤트가 청소년들을 상대로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클럽 DJ가 현금을 나눠준다며 아이들을 무대 위로 불러 세웠다. 통 안에 있는 현금을 쥐어지는 만큼 가져가도록 하는 현금추첨이벤트와 더불어 값비싼 명품의류를 내거는 등 성인클럽을 모방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라인상에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영업시간 때문에 이대·신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클럽 근처에 위치한 상점 상인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았다. 클럽 옆 상점주인 유모(46)씨는 "새벽까지 청소년들이 몰리다 보니 동네가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다.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놀이공간이라고 떠들어대지만 밖에서는 보란 듯이 담배피고 술 마시고 침 뱉고…. 문화공간은 무슨. 여기는 죄다 문제아들만 오는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신촌 인근에 거주한다는 최모(51)씨도 "애들 스트레스 풀어줄 명목으로 이런 클럽을 만들었다는데 말이 안 된다. 호기심 많은 10대들을 퇴폐적인 곳으로 유인하면서 코 묻은 돈 가로채려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술 담배 제재한다고 하지만 밖에서는 불량 청소년들이 떼 지어 다니면서 동네 시끄럽게 하고 담배연기 내뿜고 다닌다. 이거 생기고 나서 동네가 더 뒤숭숭해 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 아이들은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춤을 추기 위해, 또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정말 춤을 사랑하고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공간으로 이 클럽을 찾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개는 여러 명이 무리지어 다니며 탈선행위를 저지르곤 한다.

밤 10시가 넘어 스테이지 앞에 수십 명이 똑같이 현란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들은 마치 사전에 동영상을 보고 연습해온 듯 동작 중 누구 하나 틀린 사람이 없었다. 언뜻 '플래시몹'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손가락 욕설에
과감한 키스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클럽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야릇해져 갔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곡이 흘러나오자 아이들은 이에 익숙한 듯 멜로디 중 일정 파트에서 하나같이 손가락 욕을 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성인클럽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부비부비(남성과 여성이 서로 하반신을 밀착한 채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행위)를 이곳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야광 불빛이 닿지 않는 클럽 내 어두운 한 쪽 구석에서는 과감한 스킨십과 동시에 키스를 하는 남녀 학생들이 몇몇 목격되기도 했다.

클럽에 거의 매일 발도장을 찍는다는 오모(18)군은 "주말이 되면 더 심해요. 애들 진짜 개나 소나 다 오고…. 그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자애들이랑 춤추다가 여기저기 몸 스치거나 만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거기서 같이 춤추다 눈 맞아서 키스하는 애들도 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모군처럼 일주일 내내 클럽에 출입한다는 이모(16)양도 "요즘은 방학이라서 애들이 더 많이 모이는 것 같아요. 저처럼 매일 오는 애들도 있고 여기서 놀다보면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재미있어요. 그렇게 비싼 편도 아닌 것 같고 또 새벽까지 놀다 나오면 밥이나 술 사주겠다는 대학생 오빠들도 많아서 차비랑 입장료 외에는 돈 쓸 일이 없어요. 공짜로 노는 거죠. 그러다 마음 맞으면 사귀기도 하고…"라며 클럽출입의 장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10대들의 문란한 춤사위
한 번 나가면 재입장 못 해 밖에서 '헌팅' 노려

근처에 있던 고등학생 이모(17)군은 "한 번 나가면 재입장이 안 돼서 거의 끝날 때까지 버티다가 나와서 담배 피우면서 헌팅도 대수롭지 않게 하고 그래요. 주말에는 다음날 학교 가야된다는 부담이 없으니까 클럽 끝나고 2차로 여자애들이랑 인근 포차(포장마차) 같은데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그냥 춤만 추러 오는 애들도 있긴 한데 여기 애들 거의 여자 꼬시려고 오는 거죠"라고 말했다.

클럽 재입장이 불가능한 것은 밖에서 흡연이나 음주를 한 후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보안요원을 둔다고 해도 그 많은 아이들을 제재하기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재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몰래 클럽 안팎을 드나드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고 새벽녘 클럽을 빠져나온 아이들은 일일 이성친구를 만들기 위해 헌팅과 즉석만남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이 클럽에 출입하는 아이들은 보통 떼로 무리지어 다니기 일쑤였고 사람수에 맞춰 헌팅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단속을 피해 담배를 사거나 술집을 드나드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같은 클럽은 비단 서울 뿐 아니라 부평 인근이나 경남 창원, 부산 남포동 등 전국 각지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나 도서관 이외에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는 아이들이 춤과 음악을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은 취지에서 비롯된 이 같은 클럽은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성인의 잘못된 밤문화만 모방한 꼴이 돼버렸다.

잘못된 밤 문화만
그대로 베껴    

유럽처럼 10대들의 하우스 파티가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청소년클럽으로 아이들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춤이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클럽을 찾는 중고등학생 상당수는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성인클럽의 모습을 기대하고 똑같이 모방하려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아직까지 경찰의 특별한 단속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큰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클럽업주가 청소년보호 대상 시설이 아닌 콜라텍 형식의 청소년클럽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찜질방, 노래방, PC방 등은 청소년 출입제한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밤 10시가 되면 청소년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는데 콜라텍인 00클럽은 자유업으로 등록돼 있어 단속이 힘들다는 것이다. 자유업으로 등록이 되면 청소년들이 심야에 출입해도 행정처분 대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관할경찰서 관계자는 "청소년클럽이 생긴 이후에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단속을 하려고 했지만 규제방안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마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큰 범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클럽 주변에 유흥가가 많은 점을 고려해 순찰강화에 더 힘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소년클럽사태를 지켜본 한 심리학 교수는 "청소년 문제는 거의 기성세대를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청소년전용클럽이 성적지상주의 사회풍토 속에서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생겨났다고 하지만 과연 클럽의 용도가 건전한 청소년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건전한 문화공간
vs 퇴폐업소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조카의 처지가 안타까워 스트레스해소 수단으로 청소년클럽을 개장했다는 한 클럽업주. 그러나 업주의 본 취지와는 반대로 날이 갈수록 탈선의 장소로 변질되는 청소년클럽의 현실에 강력한 제재방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소년클럽이 건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려면 학생을 상대로 상업하는 데 열을 올리기보다는 심야영업을 삼가고 클럽 안팎의 철저한 단속을 통해 더 이상의 탈선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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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