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카' 선택한 윤석금의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24 09: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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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과 잡은 손 "묘수일까 악수일까?"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오너 한마디에 인수전 딜 구도가 '와리가리'를 하고 있다. 유력 인수 후보로 올라 '샴페인 터트릴 날만 기다리던' GS리테일은 물을 먹었고 교원그룹은 적격예비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웅진그룹은 중국 5대 가전사 중 하나인 콩카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웅진코웨이 지분 31%를 합작법인에 넘기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노림수는 뭘까?

국내 유통업계의 '빅딜'로 관심을 모아온 웅진코웨이 매각은 지난 2월6일 웅진그룹이 매각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본입찰이 마감됐고 롯데쇼핑, GS리테일, 교원그룹, MBK파트너스, 콩카그룹이 참여했다.

하지만 하이마트를 손에 쥔 롯데쇼핑이 일찌감치 인수 포기를 선언했고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경쟁업체인 교원은 안 된다"고 나서면서 GS리테일이 유력한 우선협상자로 떠올랐다.

뒤통수 맞은 GS리테일

지난 6일까지만 해도 이 구도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당시 웅진그룹 관계자는 "큰 문제가 없는 한 GS리테일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고 GS리테일 측도 "가격 등 구체적인 협상이 남아있지만 코웨이 인수에 대한 샴페인 터트릴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와 웅진그룹 측이 "GS리테일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거기에 "중국 콩카그룹이 경영권 보장 등을 골자로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면서 "그룹 발전에 도움이 되면 콩카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믿는 도끼에 제대로 발등을 찍힌 격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GS리테일 매각 대금이 웅진그룹 측의 기대보다 떨어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존심을 매우 상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웅진그룹은 당초 매각금액으로 1조5000억원대를 예상했지만 인수자로 유력했던 GS리테일은 약 1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이에 윤 회장이 "이럴 바에는 코웨이 매각을 재검토하라"라는 얘기를 했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웅진그룹은 콩카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웅진코웨이 지분 31%를 1조1500억원에 넘기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콩가그룹이 들고 나온 합작법인 카드가 경영권을 유지하고자 했던 윤 회장의 환심을 샀기 때문에 GS리테일이 제시했던 금액인 1조2000억원에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콩카그룹은 중국에서 가전제품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로 하이얼, 하이센스, 스카이워스, TCL과 함께 중국 5대 가전업체에 속한다. 콩카는 모회사인 중국 국영기업 OCT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3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GS로 간다던 코웨이, 중국 5대 가전사와 합작법인
오너 한마디에 뒤집힌 딜, 매각 결말은 어떻게 날까?

콩카는 중국 정수기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웅진그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은 콩카그룹과 웅진그룹이 각각 51대49로 출자해 설립하기로 했다. 지분은 콩가가 웅진보다 높지만 인수 후 한국사업, 중국사업은 각각 웅진그룹과 콩카그룹이 맡기로 했다.


코웨이가 콩카그룹에 매각되는 것이 최종 결정난 것은 아니지만 윤 회장이 콩카를 '최종안'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합작법인을 함께 설립할 경우 웅진그룹 입장에서는 급한 자본을 유지하고 경영권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다시 사들이기 위한 방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합작법인 형태는 코웨이가 그룹의 품으로 돌아오기가 좀 더 수월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는 그룹 오너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고 이 때문에 업계에선 재인수 관련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계획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우선협상자 결정에 대해서는 "예정 일정은 아직 잡혀있지 않으며 현재 본입찰에 응한 인수희망자들과 인수조건 등을 지속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웨이 인수전에서 콩카그룹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던 상황은 지난 16일 매각 주체측이 또다시 말을 바꾸며 급변하기 시작했다. 웅진그룹와 골드만삭스 측은 "콩카그룹 측과 인수조건에 대해 심도있게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아직까지도 콩카그룹이 우선협상자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 "콩카그룹에 매각하는 것이 웅진 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GS리테일 측과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 철회 하나?

웅진 측이 코웨이 매각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윤 회장이 직접 나서 "매각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각 철회는 없다"고 밝혔지만 애초 웅진 측은 6월 말 코웨이 매각을 완료한다는 입장이었다. 애꿎은 주주와 직원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 매각에 대한 최종 결정은 결국 윤 회장의 몫"이라며 "가격이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기업 이미지에 대한 시장 반응이 냉랭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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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