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여기자 직접 결혼정보업체 '무료상담' 받아보니…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3 11: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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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원으로 100억 인생역전 가능”…혹시 로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내 짝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변에 넘치는 건 남자고 여자인데 실제로 내 인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감질나게 찾아오는 연애는 갈증만 남기고, 후에 더 좋은 인연이 찾아올 것 같아 결혼결심은 망설여진다. 넘치고 넘쳐도 성에 안차고 또 그만큼 신중해야 하는 결혼. 이 때문인지 나에게 꼭 맞는 배우자를 찾아준다는 결혼정보회사들이 장안에 성업 중이다. 그러나 항간에 떠도는 설과 소문 때문인지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돈’을 주고 나에게 맞는 배우자를 고르는 시대. 결혼정보업체의 배우자감 매칭시스템을 취재기자임을 숨기고 직접 들어봤다.

강남의 유명 결혼정보업체를 찾은 김모(28ㆍ여)씨로부터 무료상담을 받은 후 강압적인 등록 강요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김씨는 “결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 갔지만 당일 가입을 망설이자 조폭 같은 여성이 다가와 ‘평생 이렇게 살거냐’는 식의 자존심 짓밟는 발언을 해 속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나이에 따라
‘배우자’ 취사선택

실제 결혼정보업체에서 저마다 실시하고 있는 무료상담 과정에서 등록 강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배우자감을 나누고 또 비용은 얼마정도일까.

지난 16일과 17일, 기자는 27세의 중소기업 홍보팀 여직원을 가장해 강남 유명 결혼정보업체 두 곳을 찾았다.


먼저 찾은 곳은 유명 연예인이 대표로 있는 B업체.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본사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상담실로 안내한다. 이어 상담 매니저가 들어오고 고객정보 작성이 이뤄졌다.

고객정보카드는 커플매칭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고객정보를 알아야 원하는 배우자감이 업체에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며 자신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과의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총 3페이지로 이루어진 정보카드에는 나이ㆍ학력ㆍ직장ㆍ연봉ㆍ키ㆍ혈액형ㆍ종교ㆍ최근 연애경험 등 자신의 정보는 물론 부모의 직장 및 학력ㆍ형제관계ㆍ학력ㆍ자산(전문직 남성을 만났을 경우 지원해줄 수 있는 수준) 등도 기입하도록 돼있다. 기본적인 정보 확인이 끝난 후 본격적인 상담이 이뤄진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돈 많은 남자 만나라!
남 ‘능력ㆍ집안’, 여 ‘나이ㆍ외모’에 따라 등급 매겨

상담팀장은 “다이아몬드 같은 나이에 잘 왔다”며 “26~28세면 내가 남자를 선택할 수 있다. 29세가 되면 데드라인으로 반은 선택할 수 있고 반은 받을 수도 있고, 30세가 넘으면 남자한테 선택을 받아질 확률이 더 높다. 33세가 넘으면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나이’는 여성을 판가름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됐다. 상담팀장은 “요즘 여자들은 나이가 경쟁력”이라며 “능력 있는 남자들은 한 살이라도 어린 여자를 선택하는 게 불변의 진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상담팀장은 ‘여자가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를 늘어놨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처럼 여자는 남자로 인해 생고생하면서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내가 이 정도까지 레벨(학력ㆍ자기관리 등)을 올려놨는데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나서 보너스로 사모님 소리를 들어가면서 살 수도 있다는 것.


상담팀장은 “2년 전에 결혼한 회원은 전문대밖에 안 나온 여자였지만 모 병원을 두 개나 개업한 남자와 살고 있다”고 예를 들며 “여자는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도 ‘남자’로 인해 묻힐 수 있고 남자가 어떤 직업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제일중요하다”고 열변을 토했다.

능력 없는 남자
‘접근금지’

다음으론 원하는 배우자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배우자의 직업ㆍ연봉ㆍ학력ㆍ키는 물론 나이차이ㆍ외모ㆍ스타일ㆍ체형ㆍ성향ㆍ종교ㆍ흡연과 음주 여부ㆍ차량 및 집 소유 유무ㆍ부모님 자산 등까지 앞서 한 자기정보 카드보다 더 상세했다.

상담팀장은 “남성들은 직업과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가입조건이다”며 “여성들은 무직이나 프리랜서도 등록이 가능하지만 남성들은 프리랜서ㆍ영업직ㆍ여자를 상대하는 직업은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업체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재직증명서 및 등기부등본, 혼인관계 여부 확인, 졸업증명서, 사실임을 증빙하는 서약서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이상형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서비스 종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업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서비스 종류는 크게 3가지. 만날 수 있는 회원 기준과 횟수에 따라 일반 165(부가세 10%포함)~275만원ㆍ노블레스 385~495만원ㆍ성혼 660만원으로 나뉜다.

이중 노블레스는 일반직 여성들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상품으로 등록 시 노블레스 파티 참석이 가능하고 피부과 지정 에스테틱 관리 3회를 받을 수 있으며, 치과에서 구강검진ㆍ스케일링ㆍ미백을 받아볼 수 있다.

조건 까다로울수록
높아지는 가입비

385만원짜리는 연간 7회 만남 주선으로 대기업, 공기업, 항공 관계자, 교사, 대학강사, 공무원, 방송 관계자, 연구원, 세무사 등을 만날 수 있고 495만원짜리는 연 14회 만남 주선에 의사, 한의사, 변호사, 회계사, 외무고시ㆍ행정고시 합격자, 대학교수, CEO, 연예인, 애널리스트 등을 만날 수 있다. 기간은 1년이지만 교제를 한 뒤 헤어질 경우 그만큼의 기간연장은 가능하다.

두 번째로 찾은 K결혼정보업체에도 ‘노블레스 프로그램’이 있다. 전문직 종사자, 사회 엘리트계층과의 만남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루비’ 프로그램, 배우자의 기품과 집안은 물론 최고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VIP회원과의 만남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에메랄드’ 프로그램, 기간제한 없이 성혼 시까지 만남을 원하거나 상류층ㆍ전문직 종사자와의 성혼을 원하는 ‘다이아몬드’ 프로그램이 있다.

가격은 B업체와 비슷했다. 전문직을 제외하고 일반직 중 가정환경 좋은 사람과 만날 경우 253만원, 전문직과 일반직(가정환경 포함)을 모두 만날 경우 396만원, 전문직과 가정환경을 겸비한 사람만 만날 경우 660만원이다.

상위층을 위한 VVIP 성혼 프로그램도 있다. 3년 동안 만남 횟수 제한은 없으며 가격은 1100만원이다.

K업체는 가입 방법과 절차, 본인 데이타 설문조항, 프로그램 및 가격 등은 B업체와 대동소이했지만 ‘가격 선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K업체의 경우 본인 프로필과 원하는 배우자 조건에 따라 가격이 저렴해 질 수도 있고 반대로 비싸질 수도 있다는 것.


K업체 커플매니저는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며 “남자의 경우 30대 중후반에 경제적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서 원하는 배우자감으로 비슷한 나이대를 본다고 하면 가입비가 저렴해지고, 4살 이상 어린 여성을 만나겠다고 하면 더 비싸진다. 가능성 있는 부분을 보고 진행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제보와 달리 두 업체모두 프로그램 소개가 끝난 후 당일 등록을 강요하진 않았다. 다만 결혼정보업체 등록이 미래 배우자를 만나는 데 있어서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에 대한 강조는 공통적이었다. 

가입분류ㆍ프로그램에 따라 100만원~1000만원대
사람 등급별로 상품화…"위화감 조성한다” 지적도

K업체 커플매니저는 “시대가 바뀌었다. 능력 있는 남자들은 자신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집안이나 능력보다는 외모를 많이 본다”며 “이런 흐름에 여성은 욕심 부릴 수 있다. 본인의 가치가 괜찮을 때 높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이 된다면 논현동에 빌딩 가지고 있는 사람, 집안 경제력이 뛰어난 사람, 서울 수도권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바로 만남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B업체 상담 매니저 역시 “결혼은 꼭 해야 하고 빨리 할수록 좋고, 욕심 부리면 한도 끝도 없다. 마음은 있는데 가만히 앉아서 인연이 오겠지 기다리면 알아서 걸어오지 않는다”며 “특별한 인연을 만나는 데 투자하기 싫다면 평범한 사람,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400만원 투자로 연봉 7000만원~1억원의 남자를 만나 100억원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혼수해갈 때 냉장고ㆍ세탁기 하나 안 해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은행에 넣지 말고 적금 든다고 생각해라. 투자의 200% 가치는 분명 볼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최근에는 대학생 및 사회 초년생들도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할 만큼 결혼과 만남에 대한 인식과 추세가 변하고 있다. 각계ㆍ각층의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실질적인 만남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결혼정보업체가 담당해야 할 몫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혼맥’으로써의 
역할 더 중요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결혼을 등급별로 상품화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결혼이 마치 ‘로또’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때야 말로 고객이 원하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매니저의 노력과 역량이 더욱 시급하다. 외모와 나이ㆍ능력에 따라 나뉘는 등급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서로 이어주는 혼맥으로써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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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