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11)성전

어떻게든 애일당에서…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어머님의 정성으로 형제분들 모두 강릉에서 출생하셨고 모두 조선 땅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되셨군요.”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자 그를 이어받은 외삼촌과 부모님이 힘든 싸움을 벌였던 듯해요.”

“그런대도 결국 나리를 낳으시고 서울로 오셨고요.”

철통 방비를 뚫고

“그렇지. 한번 당했던 외할아버지께서 당신의 아들인 김양에게 운명을 달리하시면서 그에 대해 유언을 남기셨고 외삼촌은 철통같은 방비를 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를 뚫고 누나와 나를 잉태하는데 성공했고,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 싶어 한양으로 옮겨왔던 게라오.”


“어머니께서 대단하셨네요.”

“어머니도 그렇지만 아버지 역시 대단하셨다고 보아야지요.”

“그래서 그런 말이 있는가 보옵니다.”

“그런 말이라니.”

“그 부모에 그 자식들이라고 말입니다.”

허균이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매창, 한번 생각해보시오. 그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오.”


“무슨 일을 두고 말씀하시는지요.”

“외갓집과 부모님 사이에 전개된 오랜 기간에 걸친 숨바꼭질 말이오.”

“숨바꼭질이라니요.”

“어머니는 아버지를 종용해서 어떻게든 애일당에서 후사를 보겠다는 절박함 그리고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은 그 행위를 철벽같이 막아야 하는 한바탕 난리를 말이오.”

“하옵시면.”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라 이 말이오.”

“목적이야 총명한 아기를 수태하려는 게 아닌지요.”

“그거야 궁극적인 목적이었고.”

“하오면.”

다시 허균의 얼굴 표정이 진지하게 변해갔다. 그리고는 순간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성전! 성전 말이오.”

“네!”


순간 매창의 표정이 기가 찬다는 듯이 변해갔다.

“가만히 생각해보시오. 결국 외가와 어머니 사이에 밀고 당기는 싸움의 목적은 결국 그 일 아니었겠소.”

김 씨 부인이 신발을 신는 둥 마는 둥하고 한양에서 잠시 짬을 내고 내려온 허엽의 손을 이끌고 급히 애일당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인으로부터 아버지께서 잠시 그곳을 비웠다는 은밀한 소식이 전해진 연후였다. 

“부인, 왜 이리 서두르시는 게요.”

“아버지께서 잠시 출타하신 모양이에요. 그러니 서둘러야지요.”


부인의 손에 이끌려가는 허엽도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이제는 허엽이 앞서서 부인의 손을 끌었다. 절박하기로는 허엽이 더 심했다.

강릉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빨리 일을 보고 한양으로 올라가야 할 처지였다.

문을 열어젖히자마자 대사를 치를 심산이었다. 

“서방님, 빨리요!”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부인이 자신의 치마를 풀었다.

풍성한 하반신이 그대로 드러났으나 그에는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허엽이 부인의 거뭇거뭇한 부분을 주시하기를 잠시 급히 바지를 내렸다.

아내의 아래를 바라보고 자신의 가운데로 시선을 옮겼다.

아뿔싸, 정작 중요한 그 물건이 다소곳하게 고개 숙이고 있었다.

“서방님, 빨리 어떻게 좀 해보세요!”

외삼촌 철통 방비를 뚫고 잉태에 성공
그때 있었던 희귀한 일들 상상의 나래

허엽이 끙 하는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생각만 해도 불끈불끈하던 물건이 정작 판을 깔아놓으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불끈은커녕 고개 들 기미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초조함으로 안타까이 바라보던 부인이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는 허엽의 손대신 자신이 직접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어 손놀림을 급히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다소곳하던 물건이 서서히 고개 들기 시작했다.

“서방님, 이제 된 듯 하니 어서 서두르세요.”

말을 마친 부인이 다시 몸을 눕히자 허엽이 급히 그 위에 자리 잡고 자신의 물건을 부인의 가운데로 밀어 넣으려 했다.

“지금 이게 무슨 짓들이냐!”

막 중요한 행사를 시작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둘은 동시에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뺨이 달라붙은 듯했다.

두 사람이 아래가 아닌 위로 하나 되어 바라본 그곳에는 그 자리에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아버지께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자신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버지!”

자신들의 이상한 행위가 노출된 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간절한 시선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어림도 없는 짓 하지 말고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꼬!”

순간 허엽이 망설였다.

자세를 바로해서 부인의 시선을 바라보았다.

부인의 시선 역시 간절했다.

그냥 장인의 불호령을 무시하고 일을 벌려볼까 하는 생각도 간절했다.

한번 슬쩍 장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바라보았다.

장인의 고함과 쌍심지를 켜고 있는 두 눈에 놀라 질렸는지 고개 숙이고 있었다.

“냉큼 나오지 못할까!”

다시 한 번 장인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물건이 아예 달라붙어버렸다. 

“아버지!”

부인의 한숨에 천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허균이 한바탕 웃어젖히면서 다시 그 일을 되뇌었다.

천장이 내려앉을 정도의 커다란 웃음소리였다.

그제야 매창도 의미를 알겠다는 듯이 얼굴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또 그 과정에서 웃지 못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이 발생했겠소. 외할아버지께서 버티고 앉아 있을 밤에는 그런 엄두도 내지 못했을 터이고 외할아버지께서 잠시 출타하시는 낮 동안에 눈치를 살펴가며 그 일을 해야 했으니 얼마나 희귀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겠느냔 말이오.”

아직도 허균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나으리!”

매창이 더 이상 듣기 거북했던 모양인지 급히 제동을 걸고 나섰다. 허균이 웃음을 멈추며 정색했다.

그러나 얼굴에서는 여전히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콩 튀겨 먹듯이

“한번 그 장면을 생각해보라 이 말이오. 외할아버지께서 잠시 한눈 파시는 사이에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이 하는 그 행위 말이오.”

매창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허균은 스스로가 그 생각에 빠져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각 되고 또…….”

“나으리!”

매창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허균이 잠시 멈칫거렸다. 허균이 능글맞은 웃음을 흘려가며 자신의 상상의 나래를 접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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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