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10)된장

원숙한 아름다움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양서 서우관과의 인연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정여립 모반 사건이 일어나자 서우관은 종적을 감추었고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결국 서우관이 존재하지 않는 한양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는 계생은 다시 부안으로 돌아와 자리 잡았다.    

“지금 정여립이라 하였소?”

“그러하옵니다, 나으리.”


“정여립의 난에 연루되었다고 한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터인데.”

“그 이후로 그분의 소식조차 듣지 못한 것으로 보아 필시 그리되시지 않았나 싶사옵니다.”

“정여립이라…….”

허균이 정여립을 읊조리며 슬며시 눈을 감았다.

찾게 된 이유

“그 분은 어떤 분이신지요.”

“글쎄, 너무 나서대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려.”


순간 매창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나리처럼 말인가요.”

허균이 대답 대신 헛기침을 내뱉으며 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급히 매창의 손이 안주거리로  향했다.  

“나리, 제가 기생인지요.”

“기생이라…….”

“이보시게, 매창.”

“예, 나리.”

“실은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이귀 선배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은 바 있소. 그래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들었다오.”

“비를 피해서 오신 것이 아니고 의도적으로 소녀를 찾으셨다고요?”

“그러이, 바로 고부로 가야 할 일이건만 일부러 매창을 만나기 위해 부안현에 들렀다오.”

일부러라는 허균의 진정 어린 말투에 매창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왜, 내가 매창을 찾으면 안 된다는 말이신가.”

“그런 것은 아니옵고.”

“그래서 이야긴데, 내 매창을 한낱 기생으로 생각한다면 중차대한 일정을 무시하며 이곳에 들렀겠냐 이 말이오.”

“하오면.”

허균이 대답 대신 잔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매창이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호리병을 잡아 들어 기울였다.


잔으로 들어가는 술 소리가, 술이 잔에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경쾌한 음이 잠시의 적막을 갈랐다. 

“우리 아무런 부담감 가지지 말고 서로간의 정분이나 실컷 나누어 봄세.”

잔을 만지작거리던 허균이 그윽한 시선으로 매창을 바라보았다.

매창의 나이 거의 30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들었다.

그 나이면 기생으로서는 퇴물에 해당하는 나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눈가에 주름이 잔잔하게 번져있었다.

“나으리, 저와 같은 퇴물과 정분을 나누려 하심은.”

매창이 허균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허균이 매창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만지작거리던 술잔을 기어코 들었다.

“본시 묵은 된장이 더 맛있는 법이거늘. 그러니 매창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시게. 자, 이번에는 같이 쭈욱 한잔 하시게.”

“네, 묵은 된장이오!”

매창의 손이 잔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제 보니 기생도 아주 햇병아리 기생일세. 매창이 된장이란 이야기가 아니고 원숙한 멋이 풍겨 나와 좋다는 말이요.”

“네?”

허균이 매창에게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도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대가 참으로 갸륵하구려.”

그 소리에 매창이 수줍은 듯 살며시 잔을 들어 허균의 뒤를 따라 입으로 가져갔다.

이번에는 허균이 매창을 바라보지 않았다.

마시든지 말든지 마음대로였다.

그 뜻을 간파했는지 매창도 멈추지 않았다.

“매창의 경우와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구려.”

빈 잔을 내려놓은 허균이 막 술잔을 내려놓는 매창을 주시했다. 

중차대한 일정 무시하며 들른 이유는?
강릉서 태어나기까지…부모님의 노력

“네?”

“놀라시기는. 나도 매창의 경우와 조금은 흡사하다 이 말이오.”

“천하의 나리께서도 말씀이신가요.”

“아니, 그럼 나라고 용빼는 재주 있겠소. 또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정해지는 일이던가. 그저 운명이려니 해야지.”

매창이 이야기를 이어달라는 듯 허균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매창은 이곳 서해에서 태어났지만 나는 반대편인 동해에서 태어났다오.”

“동해요?”

“그렇소. 혹시 강릉이라는 지명을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소.”

“강릉, 많이 들어보았지요. 경치 좋고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태어난다는 곳 아닌가요.”

“나와 나의 형님 그리고 누님도 역시 그곳에서 태어났다오.”

허균의 아버지 허엽이 일찌감치 상을 당했다.

현모양처였던 청주 한 씨 부인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당시 예조참판을 지냈던 김광철의 딸과 재취하게 되었다.

외할아버지 김광철의 호는 애일당으로 그는 강릉의 경치 좋은 자리에, 풍수지리상 가장 총명한 영기가 서려있는 장소에 애일당이라는 조그마한 정자를 짓고 자주 그곳에 기거했다.

아버지 허엽이 혼인하고 강릉을 자주 방문했다.

한양에서 벼슬하고 있던 당시 사정으로 처갓집 나들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허엽은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강릉 처갓집을 자주 찾았다.

애일당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수태하려는 어머니의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혼인 전에 아버지 또 주변 사람들로부터 애일당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는 반드시 자신의 아이들은 그곳에서 수태하겠다는 집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허엽이 강릉을 찾을 때면 외할아버지 김광철과 아버지 허엽 그리고 어머니 사이에 긴장감이 형성되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친손자를 그곳에서 수태하도록 하겠다는 외할아버지와 자신의 아이들을 반드시 그곳에서 수태하겠다는 부모와 일대 신경전이 벌어지고는 했었다.

외할아버지 몰래

아버지가 강릉에 오실 때면 외할아버지는 항상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행여나 애일당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도록 조처를 취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외할아버지께서 당신의 동생 일로 급하게 출타하시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그 틈을 이용해 애일당으로 들어가 결국 수태에 성공했다.

외할아버지의 망연자실 속에서 태어난 이가 바로 허균의 형인 허봉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매창이 웃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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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대선판 흔들 최대 변수 다섯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구도는 여전히 ‘1강’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쳐 조기 대선에 이르는 과정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로 보인다. 그의 대형 ‘리스크’도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당선’이 상수가 된 걸까? 12일,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대선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인한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다. 짧은 시간, 최고의 선택을 위한 빠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일 남은 결정의 순간 여론조사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독주 중이다. 어떤 후보와 맞붙어도 지지율 격차가 10~15%p가량 나고 있다. 당락을 가른다는 중도층서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과반인 상태다. 현재 분위기로는 대권에 가장 가까이 자리한 후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모래주머니’처럼 발목에 매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도 일단 털어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대선 이후로 바꾸면서다. 지난 1일 대법원이 항소심서 무죄를 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이 후보는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판결 과정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의 취지를 받아들였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됐다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이 나올 가능성이 컸던 것. 파기환송심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을 받고 재상고심서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다. 이 후보는 물론 민주당 입장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었다. 실제 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사법부를 압박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탄핵 예고, 대법관 수를 늘리는 내용의 법안 발의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재판을 중지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과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인 ‘허위 사실 공표죄’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다. 지난 7일 서울고법은 이 후보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기일을 다음 달 18일로 변경한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 안팎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재판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기일 연기로 사법 리스크 해소 법원이 정치에 휘둘린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으로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던 부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 후보로선 안 그래도 독주 상황서 날개를 단 격이 됐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 추가 변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먼저 보수 결집 가능성이 꼽힌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원죄’를 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또다시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배경엔 45년 만에 재현된 비상계엄 사태까지 있다. 헌재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의 결집력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역대 선거서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등이 대형 선거 때마다 보수 진영을 떠받쳤다. 지금보다 지역 갈등이 강했던 과거에는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과 비교해 표밭이 큰 편이었다. 진보 진영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일정 정도의 표를 얻어야 보수 진영과 비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이번 대선과 똑같은 이유로 치러진 19대 대선 결과를 보면 대통령은 진보 진영서 나왔지만 전체 표수는 보수 진영이 더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진행된 19대 대선은 투표 전부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싱거운 싸움이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간의 표차는 무려 557만표였다. 17대 대선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 전신) 정동영 후보 간의 표차인 531만표를 넘어서는 수치였다. 하지만 당시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을 뜯어보면 양 진영의 표 크기가 대략 보인다. 풀린 족쇄 훨훨 날까 19대 대선서 문 전 대통령에 이어 홍 전 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전 국민의힘 의원), 정의당 심상정 후보(전 정의당 의원) 순으로 표를 얻었다. 총 15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서 5% 이상 득표한 후보들이다. 문 전 대통령과 심 후보는 진보 후보로, 홍 전 시장과 안 후보, 유 후보는 보수 후보로 크게 묶인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범진보 후보는 1544만1258표, 범보수 후보는 1705만9962표를 얻었다. 150만표가량 보수 진영이 많이 득표했다. 제3당 후보의 사퇴로 1 대 1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선서도 박 전 대통령이 1577만3128표(51.2%), 문 전 대통령이 1469만2632표(48%)를 얻었다. 108만표 차이다. 당시 투표율은 75.8%였다. 17대 대선보다 12%p 오른 수치로 양 진영에서는 ‘총력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표심 잡기’에 혈안이 된 상태였다. 양 진영 모두 투표장에 나올 만큼 나왔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이냐, 이재명이 아니냐’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명연대’의 선봉에 서서 이 후보 외에 모든 후보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선거전략을 짜는 모양새다. 이 후보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후보가 출마했던 20대 대선 때는 역으로 진보 진영의 표가 더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639만4815표(48.6%)를, 이 후보는 1614만7738표(47.8%)를 득표하면서 24만표(0.7%p)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당시 제3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의당 심 후보가 얻은 표는 80만3358표였다.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대통령이 바뀔 수도 있었던 수치다. 생각보다 복잡하다 결국 표심이 나뉘는 걸 얼마나 저지하느냐에 따라 대통령 당락이 바뀌기도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단일화 이슈가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선은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서 1명의 후보만 나와 1대 1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함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가 완주하면 지난 대선 때와 달리 보수표가 갈릴 가능성이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지난 8일 발표했다. 이날 조사에서 이준석 후보는 가상 대결서 6~7%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당 이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서는 6%, 국민의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바꿨을 때는 7%였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2.1%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지만 이 후보는 뜨뜻미지근한 상태다.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투표 용지에 후보 이름이 찍히는 오는 25일까지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의 단일화 여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20~30대 청년층의 표심도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20대와 30대는 지난 대선서 성별에 따라 투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 세대다. 남성은 윤 전 대통령을,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20대에서는 그 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여성의 과반이 이 후보를, 남성의 과반은 윤 전 대통령에 표를 던졌다. 보수 결집하고 단일후보 누가 더 지지층 끌어오나 30대 역시 남녀 간 차이를 보였지만 그 격차는 20대보다 작았다. 반면 40~50대는 이재명 후보, 60대 이상은 윤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도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서 20~30대 여성은 탄핵 찬성 쪽에, 남성은 반대 쪽에 선 사례가 많았다. 실제 지난 대선, 탄핵 반대 집회 등을 보고 20~30대 남성의 ‘보수화’를 조명하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시절 그 선봉에 대학생이 섰던 때와 비교하면 한 세대 만에 젊은 남성이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쪽으로 이른바 ‘전향’이 이뤄진 부분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투표율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선 세 번의 대선은 투표율이 모두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유권자 4명 가운데 3명은 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이 유리하고 낮으면 보수 진영이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중년, 노년층은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반면 청년, 장년층은 상대적으로 투표 의지가 약하다는 과거 사례서 비롯됐다. 하지만 투표율이 75% 이상 나온 세 번의 대선서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한 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다. 단순히 전체 투표율이 높은 걸로 당락을 가를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대별, 성별로 투표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세부 투표율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다 된 밥’이라는 인식을 깨야 하고, 보수 진영은 ‘어차피 진 싸움’이라는 생각을 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결국 투표 포기층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누가 더 많이 투표장으로 지지 세력을 끌고 올 수 있느냐에 대선 결과가 달린 셈이다. 삐끗하면 골로 간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말실수’를 하나의 변수로 꼽았다. 선거 기간이 짧은 만큼 후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도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선거서 후보의 말실수가 낙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대선 토론회 등 주목도가 높은 자리에서의 말실수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