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급 전범의 아들 ‘료헤이’ 전격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9.30 10:13:43
  • 호수 1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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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청초, 문재인은 고자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망언을 했다. 그는 대표적인 친일파 학자 중 한 명이다. 앞서 류 교수는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역임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연구기금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의 자본으로 설립된 국내 재단법인이다. <일요시사>는 일본재단과 전범의 아들 료헤이를 전격 해부했다.
 

▲ 류석춘 연세대 교수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강의 도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매춘에 비유하는 망언을 했다. 그는 “(위안부와 관련해)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강의 도중 질문한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매춘)한 번 해볼래요”라고 묻기도 했다.

류석춘
망언은?

즉각 류 교수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재단 자금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아시아연구기금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사실이 주목받았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지난 23일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기 위해 연세대를 방문한 후 “(류 교수가 몸담았던) 아시아연구기금 역시 일본 전범기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연구기금은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의 자금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료이치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다. 그는 극우 정치인이자,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의 숭배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3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무솔리니와 회견한 바 있다. 1974년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서 “나는 전 세계서 가장 돈이 많은 파시스트”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료이치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에 전후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돼 스가모 감옥서 3년간 수감됐지만, 이후 불기소 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그는 경정도박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다. 수감생활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조부와 친해진 그는 국가로부터 해당 사업을 따냈다. 이후 모터보트 경주법 제정에 힘을 쏟았고, 사단법인 일본 모터보트 경주회 설립에 관여했다. 료이치는 지난 1962년 벌어들인 경정 수익금으로 재단법인 일본선박진흥회(현재 일본재단)를 설립했다.

류석춘 망언으로 일본재단 관심↑
일본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고안

일본재단의 이사장은 현재 료이치의 삼남 료헤이다. 그는 일본 내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료헤이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그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나는 일정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료헤이의 아버지 료이치 때부터 두 가문이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비단 아베뿐만이 아니다. 료헤이는 지난 1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아들 신지로의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등 막강한 일본 정계 인맥을 자랑한다.
 

▲ 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의 아들 료헤이의 블로그. 그는 현재 일본재단 이사장으로 문재인정부가 고자질 외교를 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료헤이는 ‘친 박근혜, 반 문재인’ 성향을 보인다. 그는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그 성과-’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대통령은 5개 국어(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를 마스터하고 있으며, 이번 미국 방문은 유창한 영어가 호평이었다”며 “박 대통령이 27∼28세 때였을까. 내 사무실서 점심을 함께한 적이 있다. 언젠가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날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2014년 4월에는 “1976년 9월 한국나병연구원 준공식에 당시 24세였던 청초한 박근혜씨도 참석했다”는 글과 함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은 사진을 올리는 등 호감을 드러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지난달 26일 그는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가 안전을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라며 “솔직히 놀랐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에
재단 설립

그는 같은 글에서 위안부 동상 설치와 관련해 “한국의 ‘고자질 외교’, 민간도 철저히 하고 있다. 위안부 동상을 전 세계에 설치하기 위해 관민 일체가 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그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료헤이가 이사장으로 있는 일본재단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여러 연구재단을 설립했다. 문제는 일본재단이 각국에 연구재단을 세우는 목적이다. 일본재단이 이 같은 각국의 재단을 통해 역사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난징대학살’을 왜곡하려는 시도다. 난징대학살은 지난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난징에 진입해 중국군 잔당을 수색한다는 명분으로 6주 동안 포로들과 민간인들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다. 정확한 학살 규모는 알 수 없지만, 극동국제재판 판결에 따르면 최소 12만명서 최대 35만명으로 추산된다.

일본재단의 자본으로 설립된 도쿄재단은 난징대학살이 허구라는 일본 극우 학자의 책 <난징 대학살: 사실 vs 허구, 한 역사학자의 진실 탐구>(The Nanking Massacre: Facts Versus Fiction, A Historian’s Quest for the Truth)를 번역해 미국 주요 대학과 유럽 대학의 도서관으로 보낸 바 있다.
 

류 교수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아시아연구기금 역시 일본재단의 돈으로 설립됐다. 지난 1995년 종전 5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30주년을 기념해 일본재단은 연세대에 75억원을 출연했다.

처음에는 대학교 내에 설립하려 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결국 학교 독립 법인으로 설립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역사왜곡
앞장선다

표면상으로는 여느 연구단체와 차이가 없다. <일요시사>가 일본재단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일본재단은 아시아연구기금의 목적을 “한일 양국의 상호 이해와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동시에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위해 국제 수준의 연구와 학술활동을 수행하고 다음 각 호의 열거 사항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각 호는 ▲한국과 일본의 상호이해와 협력 증진을 위한 양국의 역사와 사회·문화에 관한 연구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평화에 관한 연구 ▲동북아시아의 경제와 산업 협력에 관한 연구 ▲기타 아시아 지역에 대한 학술연구 및 교류 사업 등이다.

일본재단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차례에 걸쳐 총 3억887만3259원을 아시아연구기금 사업에 지원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3년 한일 심포지엄 개최를 위해 조성한 금액이 6716만3949원, 2014년 한일 관계 50년 연구 사업에 7139만1730원, 같은 해 한일 심포지엄 개최에 6743만6596원, 2015년 한일 심포지엄 개최에 1억247만6960원이었다.

아시아연구기금 역시 친일을 미화하는 역사왜곡 논란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12년 아시아연구기금 이사회는 아카자와 료세이 자민당 중의원을 이사로 선출했는데, 료세이는 과거 “다케시마(독도)는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다” 등의 발언을 한 정치인이다.
 


류 교수는 지난 2003년 11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글을 발표했다. 아시아연구기금이 후원한 한일 밀레니엄 포럼서였다. 그는 “식민지 한국에서는 다른 유럽 동남아 식민지와는 달리 상당 규모의 인구가 농촌서 산업부문에 유입돼 근대적 규율을 학습할 기회를 가졌다”며 “이런 한국의 식민지 경험이 근대성의 확립을 진척시켰다는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연구기금에 3억 사업비
“박근혜 5개 국어 능통” 찬양

이 때문에 아시아연구기금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2005년 5월 연세대 교수협의회는 ‘누가 일본 극우세력의 검은 돈, 아시아연구기금을 연세로 끌어들였는가’라는 자료집을 냈다. 당시 협의회 측은 “일본 전범 재단의 돈을 받을 경우 그들에 부합하거나 저항적일 수 없는 연구 활동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당시 학생들도 학교 측에 기금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카롤린 포스텔 비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일본재단이 국내 대학에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일본의 식민지배를 당한 한국사회가 일본 극우 세력의 과거사 왜곡을 뒷받침하는 일본재단에 관대하다는 점은 의외”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재단은 다수의 공익사업을 진행해왔다. 한센병, 재해복구, 저소득층 지원 등의 활동이다. 일본재단은 국내서도 이 같은 활동을 계속해왔다.


일본재단 도서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1977년과 1984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게 집중호우에 대한 지원금 7793만원을 기부했다. 그 외 민간단체인 대한나협회, 한국나병연구원, 명휘원을 지원하는 모임, 나자레원, 한국 장애인 스포츠 협회 등 한센인과 장애인, 노인을 위한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전범행적
지우려…

학계는 일본재단이 표면적으로 인적자원의 개발, 인도주의적 교류 등을 내세우면서 실상은 료이치의 전범행적과 일본의 전쟁범죄를 미화하는 역사왜곡에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일본재단의 이중적 행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류석춘의 변명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3일 입장문을 냈다.

그는 “식민지 시대는 물론 오늘날 한국, 전 세계 어디에도 매춘이 존재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매춘에 여성이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학생에게 한 발언에 대해서는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조사해볼래요”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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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