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급 전범의 아들 ‘료헤이’ 전격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9.30 10:13:43
  • 호수 12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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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청초, 문재인은 고자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위안부는 매춘’이라는 망언을 했다. 그는 대표적인 친일파 학자 중 한 명이다. 앞서 류 교수는 아시아연구기금 사무총장을 역임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아시아연구기금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인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의 자본으로 설립된 국내 재단법인이다. <일요시사>는 일본재단과 전범의 아들 료헤이를 전격 해부했다.
 

▲ 류석춘 연세대 교수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강의 도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매춘에 비유하는 망언을 했다. 그는 “(위안부와 관련해)직접적인 가해자는 일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강의 도중 질문한 여학생에게 “궁금하면 (매춘)한 번 해볼래요”라고 묻기도 했다.

류석춘
망언은?

즉각 류 교수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재단 자금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아시아연구기금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사실이 주목받았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지난 23일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기 위해 연세대를 방문한 후 “(류 교수가 몸담았던) 아시아연구기금 역시 일본 전범기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연구기금은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일본재단의 자금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료이치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다. 그는 극우 정치인이자,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의 숭배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3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무솔리니와 회견한 바 있다. 1974년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서 “나는 전 세계서 가장 돈이 많은 파시스트”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료이치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에 전후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돼 스가모 감옥서 3년간 수감됐지만, 이후 불기소 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그는 경정도박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다. 수감생활 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조부와 친해진 그는 국가로부터 해당 사업을 따냈다. 이후 모터보트 경주법 제정에 힘을 쏟았고, 사단법인 일본 모터보트 경주회 설립에 관여했다. 료이치는 지난 1962년 벌어들인 경정 수익금으로 재단법인 일본선박진흥회(현재 일본재단)를 설립했다.

류석춘 망언으로 일본재단 관심↑
일본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고안

일본재단의 이사장은 현재 료이치의 삼남 료헤이다. 그는 일본 내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료헤이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그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나는 일정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료헤이의 아버지 료이치 때부터 두 가문이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비단 아베뿐만이 아니다. 료헤이는 지난 1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아들 신지로의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등 막강한 일본 정계 인맥을 자랑한다.
 

▲ A급 전범 사사카와 료이치의 아들 료헤이의 블로그. 그는 현재 일본재단 이사장으로 문재인정부가 고자질 외교를 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료헤이는 ‘친 박근혜, 반 문재인’ 성향을 보인다. 그는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그 성과-’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대통령은 5개 국어(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를 마스터하고 있으며, 이번 미국 방문은 유창한 영어가 호평이었다”며 “박 대통령이 27∼28세 때였을까. 내 사무실서 점심을 함께한 적이 있다. 언젠가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날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2014년 4월에는 “1976년 9월 한국나병연구원 준공식에 당시 24세였던 청초한 박근혜씨도 참석했다”는 글과 함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은 사진을 올리는 등 호감을 드러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만 하다. 지난달 26일 그는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가 안전을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지”라며 “솔직히 놀랐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에
재단 설립

그는 같은 글에서 위안부 동상 설치와 관련해 “한국의 ‘고자질 외교’, 민간도 철저히 하고 있다. 위안부 동상을 전 세계에 설치하기 위해 관민 일체가 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그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료헤이가 이사장으로 있는 일본재단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여러 연구재단을 설립했다. 문제는 일본재단이 각국에 연구재단을 세우는 목적이다. 일본재단이 이 같은 각국의 재단을 통해 역사왜곡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난징대학살’을 왜곡하려는 시도다. 난징대학살은 지난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난징에 진입해 중국군 잔당을 수색한다는 명분으로 6주 동안 포로들과 민간인들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다. 정확한 학살 규모는 알 수 없지만, 극동국제재판 판결에 따르면 최소 12만명서 최대 35만명으로 추산된다.

일본재단의 자본으로 설립된 도쿄재단은 난징대학살이 허구라는 일본 극우 학자의 책 <난징 대학살: 사실 vs 허구, 한 역사학자의 진실 탐구>(The Nanking Massacre: Facts Versus Fiction, A Historian’s Quest for the Truth)를 번역해 미국 주요 대학과 유럽 대학의 도서관으로 보낸 바 있다.
 

류 교수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아시아연구기금 역시 일본재단의 돈으로 설립됐다. 지난 1995년 종전 5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30주년을 기념해 일본재단은 연세대에 75억원을 출연했다.

처음에는 대학교 내에 설립하려 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결국 학교 독립 법인으로 설립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역사왜곡
앞장선다

표면상으로는 여느 연구단체와 차이가 없다. <일요시사>가 일본재단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일본재단은 아시아연구기금의 목적을 “한일 양국의 상호 이해와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동시에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위해 국제 수준의 연구와 학술활동을 수행하고 다음 각 호의 열거 사항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각 호는 ▲한국과 일본의 상호이해와 협력 증진을 위한 양국의 역사와 사회·문화에 관한 연구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평화에 관한 연구 ▲동북아시아의 경제와 산업 협력에 관한 연구 ▲기타 아시아 지역에 대한 학술연구 및 교류 사업 등이다.

일본재단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4차례에 걸쳐 총 3억887만3259원을 아시아연구기금 사업에 지원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13년 한일 심포지엄 개최를 위해 조성한 금액이 6716만3949원, 2014년 한일 관계 50년 연구 사업에 7139만1730원, 같은 해 한일 심포지엄 개최에 6743만6596원, 2015년 한일 심포지엄 개최에 1억247만6960원이었다.

아시아연구기금 역시 친일을 미화하는 역사왜곡 논란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12년 아시아연구기금 이사회는 아카자와 료세이 자민당 중의원을 이사로 선출했는데, 료세이는 과거 “다케시마(독도)는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다” 등의 발언을 한 정치인이다.
 


류 교수는 지난 2003년 11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글을 발표했다. 아시아연구기금이 후원한 한일 밀레니엄 포럼서였다. 그는 “식민지 한국에서는 다른 유럽 동남아 식민지와는 달리 상당 규모의 인구가 농촌서 산업부문에 유입돼 근대적 규율을 학습할 기회를 가졌다”며 “이런 한국의 식민지 경험이 근대성의 확립을 진척시켰다는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연구기금에 3억 사업비
“박근혜 5개 국어 능통” 찬양

이 때문에 아시아연구기금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2005년 5월 연세대 교수협의회는 ‘누가 일본 극우세력의 검은 돈, 아시아연구기금을 연세로 끌어들였는가’라는 자료집을 냈다. 당시 협의회 측은 “일본 전범 재단의 돈을 받을 경우 그들에 부합하거나 저항적일 수 없는 연구 활동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당시 학생들도 학교 측에 기금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카롤린 포스텔 비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일본재단이 국내 대학에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일본의 식민지배를 당한 한국사회가 일본 극우 세력의 과거사 왜곡을 뒷받침하는 일본재단에 관대하다는 점은 의외”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재단은 다수의 공익사업을 진행해왔다. 한센병, 재해복구, 저소득층 지원 등의 활동이다. 일본재단은 국내서도 이 같은 활동을 계속해왔다.


일본재단 도서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1977년과 1984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게 집중호우에 대한 지원금 7793만원을 기부했다. 그 외 민간단체인 대한나협회, 한국나병연구원, 명휘원을 지원하는 모임, 나자레원, 한국 장애인 스포츠 협회 등 한센인과 장애인, 노인을 위한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전범행적
지우려…

학계는 일본재단이 표면적으로 인적자원의 개발, 인도주의적 교류 등을 내세우면서 실상은 료이치의 전범행적과 일본의 전쟁범죄를 미화하는 역사왜곡에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일본재단의 이중적 행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류석춘의 변명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3일 입장문을 냈다.

그는 “식민지 시대는 물론 오늘날 한국, 전 세계 어디에도 매춘이 존재한다는 설명을 하면서 매춘에 여성이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학생에게 한 발언에 대해서는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조사해볼래요”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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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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