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88>상반기 결산&하반기 전망

남은 2012년도 어둡다…잘해야 ‘상저하중’

<일요시사=장결철 르포라이터>임진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경기침체와 수요 위축이 지속된 가운데 상품별,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아 잘해야 ‘상저하중’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의 상반기를 결산하고 하반기를 예상해 봤다.

경기침체로 수요 위축…상품·지역별 희비 엇갈려
당분간 ‘흐림’예상속 대선효과 등 3대 변수 주목

상반기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 상품은 단연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수익형 부동산이다. 서울 강남권, 마포, 세종시 등 오피스텔 신규 공급이 이어졌고 좋은 성적을 보였다. 기존 오피스텔 가격도 꾸준히 오르면서 올 상반기에 서울지역 3.3㎡당 매매가 평균이 1000만원을 넘어섰고 전국 평균 가격도 830만원에 육박했다.

소형주택 인기 지속
재건축·재개발 탄력?

저렴한 가격과 알짜 입지를 내세운 지방 신규 분양은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강남 재건축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했다. 지방은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신규 분양시장 열기와 대조를 보였다. 재개발은 잇따른 정책 발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010년 이후 2년 연속 지분가격이 하락했다.

유로존 위기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하반기에도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쉽지 않아 잘해야 ‘상저하중’의 전망이 감지된다.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움직이게 할 3대 변수로 ▲대선 효과 ▲거시경제 동향 ▲정책변화 등이 꼽힌다. 이들 변수 움직임에 따라 시장 진입 시기를 저울질 하면 된다.


하반기에도 환금성이 좋고 임대수익도 얻을 수 있는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품별 투자 선호도를 따져보면 오피스텔, 아파트, 재건축, 재개발 순으로 꼽을 수 있다.

재개발, 재건축은 투자기간 부담과 개발 진행 상황, 정책 등 여러 변수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하기가 까다로워 선호도가 다소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규 오피스텔,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세장이 이어지고 기존 아파트는 가격하락이 충분히 일어나 투자 부담이 줄어든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부동산 상품별 결산 및 전망이다.

▲아파트 분양 = 상반기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가격, 입지, 개발호재에 따라 청약결과의 희비가 더욱 극명해진 모습을 보였다. 신규공급이 서울과 경기에 집중됐음에도 청약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고 세종시, 부산, 광주 등 지방 분양물량의 강세가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수도권 사업장은 유망 지역임에도 개발호재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청약률 제로 단지가 등장하는 등 분양시장에서 굴욕을 당했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수도권 신규 분양 사업장에도 유망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경쟁률이 양호한 성적을 거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7월 동시분양이 예정된 동탄2신도시를 시작으로 지방 분양 열기가 수도권 분양시장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건축·재개발 = 부동산 시장의 핵심인 강남 재건축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시와의 정책 갈등이 불거지면서 사업 진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일부 단지는 조율을 통해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을 비켜갔지만 재건축 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지고 시세보다 싼 급매물 출시에도 매수세가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강남 재건축을 매도하고 투자성이 있는 소형 아파트 구입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아파트 시장 역시 전반적으로 불황의 기운이 드리웠지만 산업단지와 기업체가 밀집한 수도권 안성, 이천, 평택, 오산 등은 매매가격이 강세를 나타냈다. 이들 지역은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 매입에 나설 수 있어 가격메리트가 있고 배후수요가 탄탄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재개발 시장이 강세를 보였던 2005∼2008년 투자수요가 대거 몰렸지만 2009년 이후 재개발 시장은 내림세를 보였다. 경기침체로 재개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곳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에는 서울시가 뉴타운, 정비사업의 신 정책구상을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시작을 알렸고 이 여파로 재개발 지분가격은 지난해보다 1∼3% 가량 하락했다. 서울시 정책발표 이후 혼란스러웠던 상반기 재개발 시장은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돼 사업 추진 막바지 구역을 중심으로 매입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투자 전략으로 보인다.

▲수익형 부동산 = 임진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익형 부동산의 강세가 예상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만한 특이한 사항은 수익형 부동산의 상품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은 1∼2인 가구의 폭발적인 인기로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강세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비즈니스호텔, 레지던스 등의 강세도 예상된다. 더불어 정부의 1인 창조기업의 지원으로 소형 오피스도 약진이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수익형 부동산의 맏형격인 상가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올해 개통 예정인 7호선 연장선 라인, 분당선 연장선, 수인선 구간도 상권활성화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상반기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상품별, 지역별로 희비가 갈렸는데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 상품은 단연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수익형 부동산이다.

도시형 생활주택 둔화
상가 수요 증가할 듯

오피스텔은 서울 강남권, 마포 등 에서 신규 공급이 이어졌고 세종신도시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였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수도권의 경우 공급 논란이 일면서 지역별로 분양성적이 양극화 현상을 보였고, 그 동안 공급이 없었던 천안, 전주 등 지역에서는 좋은 성적을 보였다. 상가의 경우 LH단지상가 견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가격과 매매가격이 올랐고 단기간 공급도 늘어 실질적인 임대수익률은 오히려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투자할 상품과 입지를 고르는 투자자들의 눈길이 더욱 매서워졌다.

하반기에도 일단 수익형 부동산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1∼2인 가구와 임차 수요가 늘고 은퇴 세대의 투자 관심도 높아져 임대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급량이 급증하고 있는 지역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과열된 열기가 둔화되거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가, 오피스텔,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도 관심은 예상되나 임대수익률과 공실로 인한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어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안정적인 대단지 단지 내 상가나 근린시설, 복합상가를 비롯해 용산, 상암동 등 업무지구 주변의 소액 오피스 건물 등에 투자 문의가 한정될 수 있다.

오피스텔·소형 아파트 강세
수익형은 양극화 심화될 듯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이 결합된 기타상가의 경향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과 도심 접근성이 개선되는 신흥 역세권 주변 상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전반적인 건설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상가 공급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반대로 수요자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며 수요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미 상권이 활발히 형성된 지역이나 신도시 및 택지지구 중에서도 인기지역에 관심도가 집중될 것이다.

하반기에는 입주가 마무리에 접어든 광교 신도시와 서울 강남 보금자리에서 상가공급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들 지역은 입지적 장점과 함께 민간상가 대비 낮은 분양가에 공급되는 공공상가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곳이다. 도심 접근성 좋아지는 신규 역세권 주변상권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하반기에는 개통 예정인 분당선 연장선과 7호선 연장선 등이 대표적이다.

소형 오피스텔 꾸준한 수요도 예상된다. 특히 신축 오피스텔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임대 수익률이 높은 노후화된 단지에 투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평균 임대 수익률이 낮고 가격이 높은 강남, 분당, 고양 일산 등 일부 지역에서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후화된 단지를 투자하려면 투자할 단지의 주변으로 공급량이 얼마나 증가할지 따져봐야 한다. 최근 신규 공급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주거 환경이 열약한 노후화된 오피스텔의 경우 임차 공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경매를 통해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경매를 통해 시세보다 싸게 매입하면 임대 수익률도 높아질 뿐 아니라 시세 차익도 가능하다.

또 매입임대주택 등록 신규와 기존 오피스텔 활용을 차별화해야 한다. 8·18대책을 통해 지난 4월27일부터 오피스텔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이 가능해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신규 분양 오피스텔에 한해 면적별로 취득세 감면이 가능하다. 기존 오피스텔의 경우에도 재산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중과배제 등 다양한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 가능한 오피스텔은 화장실 등이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기존에 바닥난방 가능 조건은 제외됐다. 기존 오피스텔 사업자들은 주택 임대사업자로의 등록 전환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일반 임대사업으로 등록한 오피스텔의 보유 기간을 먼저 따져보고 이미 환급 받은 부가세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다양한 세제혜택 등
정부 대책 따져봐야

의무 임대기간을 채웠다면 전환하는 것이 보유세 감면 등의 혜택에서 유리하겠지만 임대기간이 남았다면 부가세 환급금의 추징금이 주택 임대사업자의 혜택보다 더 클 수도 있다. 주택 임대사업자 전환 등록에 따른 실질 세후 수익률의 하락 여부를 따져보고 전환 시기나 처분 여부를 결정하는 등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 신규 오피스텔의 경우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 시 취득세 감면을 통해 수익률 개선이 가능하다.

강남3구(서초, 강남, 송파)도 5·10대책을 통해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취득세를 감면 받을 수 있게 돼 전국 모든 분양 단지들의 감면 혜택이 가능해 졌다. 개정된 임대주택법 시행일인 4월27일 이후 잔금 납부를 한 단지라면 취득세 감면이 가능하다.


일반임대사업의 경우 건축비의 10%의 부과세를 환급 받을 수 있었지만 임대기간 동안 분기별로 임차인에게 따로 납부토록 해야 해 번거로운데다 주소지 이전이 불가능해 임차인 모집 시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오피스텔보다 불리하다. 주거용 임대가 주목적인 사업자라면 중장기적으로 투자 관점에서 일반임대사업보다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것이 관리·운용이 유리하다.

판교·광교·세종신도시 등 투자 유망지역 전매제한까지 없어 단기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장기 임대목적이라면 수익성, 공급상황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하는데 신규 분양시장은 당분간 호조가 예상된다.

오피스텔 분양시장은 전매에서 자유롭고 매입임대주택으로 등록 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져 단기 투자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수익형 부동산은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분양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투자 오피스텔 주변으로 공급 증가에 따른 임대료 하락과 공실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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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