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르노삼성의 끝 모를 추락 사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0: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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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 '꼴찌' 쟁탈 성공(?)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르노삼성차가 꼴찌 탈환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는 지난 6월 국내시장에서 모두 4008대의 차를 판매해 4033대를 판매한 쌍용차에 간발의 차이로 4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판매실적은 14.1%나 감소했다. 한때 현대기아차의 대항마라고 까지 칭송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르노삼성차가 끝 모를 추락을 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SM3, SM5, SM7, QM5가 전부인 라인업이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올 뉴 SM7이 그나마 신상품이다. 초기 월 3000대까지 팔리던 SM7은 지금은 월 400대도 팔리지 않는다. 경쟁차종인 현대차의 그랜저가 월 8000대씩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SM7은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신차 부재를 만회하기 위해 르노삼성차는 프리미엄 사양을 추가한 올 뉴 SM7과 보스오디오를 장착한 SM3, SM5를 내놨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차의 옵션이 조금 추가됐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평가 최하위

반면에 현대차는 13개, 기아차는 14개, 한국GM은 10개 등 경쟁사들은 모두 10개가 넘는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라인업이 4종이면 그만큼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하지만 르노삼성은 디자인마저 실종상태다. 2011년 기준 제품·서비스 종합부문평가에서 르노삼성차는 품질스트레스에서 4위, 디자인에서 5위를 차지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르노삼성차는 디자인부문 1위를 수성했다.


지난 5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르노삼성은 콘셉트카 '캡처'를 소개했지만 이마저도 '참신하다'는 평가와 '과장됐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부품 자체 조달 비율도 문제다. 르노삼성차는 핵심기술을 르노에, 핵심부품을 닛산에 기대는 구조다. 국내 경쟁사보다 1대당 판매마진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엔고에 허덕일 때 르노삼성차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2007년 2067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2008년 760억원, 2009년 800억원, 2010년 361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지난해에는 2921억원의 치명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이 와중에도 르노와 닛산에는 각각 773억원과 156억원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해야만 했다.

르노삼성차가 르노와 닛산에서 부품을 사고 이를 가공해 다시 르노와 닛산에 공급하는 규모가 전체 매출액의 절반이 훌쩍 넘는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구조가 결국 영업이익의 감소로 이어졌고 신차 출시를 위한 재투자가 어려워져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차의 추락에 삼성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르노삼성차가 삼성 계열사는 아니지만 삼성 브랜드를 갖고 있고 지분의 19.9%를 삼성카드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20년까지 르노삼성차 매출의 0.8%를 브랜드 사용료로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르노삼성차가 적자가 나기 시작해 브랜드 사용료를 받기는커녕, 삼성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차 없는 르노삼성 쌍용차에 밀려 5위 추락
타바레스 부회장 방한…신통치 않는 타개책

사정이 이렇다 보니 르노삼성차의 핵심임원들과 영업사원들도 사측으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박수홍 기획본부장, 필립 게랑부토 R&D본부장, 김중희 R&D부소장, 장익순 전무 등이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줄줄이 옷을 벗었다. 앞선 2월에는 홍보를 책임졌던 이교현 홍보본부장이 퇴사했다.


여기에 노른자지점으로 손꼽히던 압구정지점 매장이 철수했다. 판매부진에 따른 영업망 위축으로 영업사원들도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수시로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부산공장에서는 잔업과 특근이 사라지면서 협력사 직원들까지 발을 돌리고 있다.

르노삼성차 매각설과 한국 철수설도 큰 악재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대표가 직접 나서 "근거 없는 소문이다"며 매각설과 철수설을 부인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르노그룹은 그룹 2인자를 한국에 급파해 사태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르노삼성의 향후 계획을 밝힌 것.

타바레스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의 부진은 디자인 때문이다"며 "곧 외관을 바꾼 SM시리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소형 SUV를 출시해 곧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여줬다.

르노삼성차는 올 하반기에 SM3와 SM5의 부문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내년 출시예정인 소형 SUV는 기존 SUV인 QM5보다 작기 때문에 QM3라는 명칭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설 강력 부인

부품 조달 비율에 대한 방안도 제시했다. 타바레스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부품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높여 수익성을 올리겠다"며 "지난 5개월 동안 1200여 개 부품을 국산화 했다. 추가로 200개 부품을 국산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 관심사인 르노삼성차 매각설과 한국 철수설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르노 본사는 한국시장에서 성공해야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지금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아·태지역 수출 전진기지로서 한국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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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