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자연의 재발견’ 황다연

나만의 파라다이스를 찾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세먼지의 침투로 맑은 하늘 보기가 어려운 날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푸른 하늘, 깨끗한 공기를 갈망했다. 청정한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올라오는 상황이다. 이 시기에 딱 맞는 전시회가 롯데갤러리에 상륙했다. 황다연의 개인전 ‘#푸릇푸름을 만나러 가보자.
 

▲ 황다연 Today 45.5x145.5cm gouache acrylic on canvas  2015 80변형 RGB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왔다. 롯데갤러리는 봄을 맞이해 황다연의 개인전 #푸릇푸름을 준비했다. 황다연은 자연을 싱그러운 휴식과 위안을 주는 존재로 여겨왔다. 끝을 알 수 없는 푸른 바다와 하늘, 화면 가득히 펼쳐진 초록빛 나무 등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낙원서의 기억을 담은 회화 35여점을 소개한다.

소리·향기·감정

몇 해 전 몰디브로 여행을 떠난 황다연은 눈앞에 펼쳐진 자연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하늘과 바다, 땅이 연결돼 경계를 알 수 없고 가끔씩 보이는 인공물조차 원래 거대한 자연에 속한 듯 순응적인 모습이었다. 새와 바다 소리만 가득한 그곳에서 황다연은 자연에 완전히 속한 느낌을 받았다.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으로 정신과 육체는 충만해져갔다.

황다연은 몰디브에서의 경험을 계기로 파라다이스를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대자연서의 무한함과 안락함, 치유의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선과 색을 세밀하게 사용했다. 특히 선은 평온함과 부드러움, 조용함을 느끼게 해주는 주된 요소다. 화면을 크게 분할하는 정적인 수평 구도는 대자연의 광활함과 안정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뻗어나간 나무의 가지는 바람의 방향을 보여준다. 오묘한 색의 변화는 한 번의 붓질로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 번 관찰하고 덧칠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림 속 색은 맑지만 가볍지 않고 밀도가 느껴진다.
 

▲ 황다연 Bloom_7, 161.8x130cm gouache acrylic on canvas 2017 100F RGB

황다연이 섬세하게 되살리고자 한 것은 풍경 자체보다는 풍경에 속했던 순간이다. 바람, 파도소리, 향기, 평온함과 아름다움의 기억을 고스란히 화면 속에 담고자 했다.

황다연의 그림은 단순하게 풍경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화초나 선인장, 석고상 등 이질적인 오브제는 황다연의 작품이 단순 재현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런 오브제들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것들이지만 원래 그곳에 있던 것처럼 평온하게 자리한다.

몰디브 여행 경험을 계기로
이질적 오브제 곳곳에 배치

선인장과 스투키는 물이 있는 곳에선 키우기 어려운 식물들인데 황다연의 작품 속에선 물에 잠겨 있다. 석고상은 미대 입시를 거친 작가에게 애증으로 남은 불편한 물건이다.

잔잔하면서도 어색한 풍경, 사람은 없고 사람의 흔적만 있는 풍경은 공허함을 자아낸다. 부조화된 장치를 통해 황다연은 파라다이스의 완벽한 균형을 깨고 그 속에 개입할 수 있는 틈새를 마련한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풍경을 관조하는 외부적 시선을 넘어 풍경에 속하고 자신들만의 이상적인 낙원을 그려볼 수 있기를 권유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풍경이 현실과 맞닿는 순간이다. 황다연의 파라다이스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천상의 그곳이라기보다 일상과 가까운 어디쯤이다.
 

▲ 황다연 Paradise_7, 90x90cm gouache acrylic on canvas 2019 50S RGB

황다연은 날씨, 시간, 바람, 향기까지 표현하려 한다. 낙원은 실제 존재하는 공간이며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상상을 더해 현실공간 속으로 이상적인 자연을 가져온다. 그가 머무는 곳이 작업의 소재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던 곳, 어딘지 모르지만 익숙한 장소들이 낙원처럼 느껴지며, 평범한 장소에서 판토피아를 꿈꾸길 원한다. 판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다를 뜻하는 유토피아의 반대말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상품을 구입하고 폐기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뒤처지지 않는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현대사회의 개인은 자유를 얻은 대신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유지하고 갈망한다. 황다연의 파라다이스는 이러한 갈망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파라다이스의 허구를 이야기함으로써 현대사회의 단면을 파라다이스라는 세계로 그려낸다.

휴식과 위로

자연과 만나는 순간이라면 누구나 낙원을 그려볼 수 있다. 소소한 기회라도 기억은 위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갤러리 관계자는 인공적이고 삭막한 것이 대부분인 도시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 가끔이나마 마주하는 자연은 늘 휴식과 위로를 준다.

또 여행은 새로운 자연과의 만남을 주선한다”며 황다연의 전시회를 통해 도시에서의 복잡함, 잿빛을 걷어내고 푸르고 푸른 곳으로 떠나보자. 나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황다연은?]

학력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푸릇푸름롯데갤러리 잠실점/일산점(2019)
‘The memory of paradise’
수호갤러리, 분당(2018)
네이버 프로젝트 꽃X광주’ / ‘크리에이터 in 시리즈 광주 릴레이 프로젝트_네이버X얼반테이너’ ‘광주 in paradise’ 인천학생문화예술회관, 인천(2018)
네이버 프로젝트 꽃 2’ ‘그라폴리오 스토리’ ‘네이버x어반플레이퍼슨비, 서울(2017)
‘The moment of a Life’
휴멕스 빌리지, 분당(2017)
‘Paradise society’
고양시청 갤러리 600, 경기

수상


8회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서양화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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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