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2)간계

돌아온 인문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소신은 이제 자리에서 그만 물러나고 새로운 인재들로 하여금 이 나라의 완성을 기하도록 하셔야 합니다.”

“절대로 허락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행여나 다시는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전하!”

“말씀하세요.”

“지금 당나라가 왜 저리도 기승을 부리는지 그 사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니까 더욱 제 곁에 머물러주셔야지요.”

“헤아려주십시오. 소신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저들은 끊임없이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것입니다.”

“여하한 일이 있어도 허락할 수 없습니다.” 

두문불출

문무왕에게 사퇴 의사를 전한 유신이 궁궐 출입을 멈추고 두문불출했다.

이에 문무왕은 사사로이는 외숙부(어머니인 문희의 오빠)이며 동시에 매부(동생 지소부인의 남편)인 김유신에 대해 일말의 조처도 취하지 않고, 안석(벽에 세워 놓고 앉을 때 몸을 기대는 방석)과 궤장(지팡이)을 내려주었다. 

김유신이 조정 일에 손을 놓고 집에서 아내와 오랜만에 망중한을 즐기며 둘째 아들인 원술의 검술 훈련을 보아주고 있는 중에 동생인 문희(문명왕후)가 방문했다.  


“자네가 어인 일이신가?”

“어서 오세요, 어머니.”

“오랜만이에요, 오라버니.”

유신과 지소부인이 느닷없이 방문한 문희를 맞이했다.

순간 원술이 검술 훈련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외할머니.”

“내 손자, 이리 오너라.”

문희가 가까이 다가온 원술을 가볍게 포옹했다.

“원술이 무술 훈련에 열심이구나.”

“저도 커서 훌륭한 장군이 되려고 해요.”

“아무렴 그래야지. 네 아버지처럼 훌륭한 장군이 되어 이 나라의 동량지재가 되어야지.”   

“그럼요. 저는 반드시 그리될 거예요.”


문희가 자신있게 말하는 손자며 동시에 조카인 원술의 머리를 가볍게 만져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신이 원술에게 눈짓을 주었다.

“저는 훈련할 테니 할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랑 함께하세요.”

“이렇게 기특한지고.”

문희가 원술을 품에서 놓아주고는 지소의 안내로 방으로 들어갔다.

“건강은 어떠세요?”


문희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유신을 주시했다.

“나이가 나이니 만큼 그만그만하지.”

문희가 쓴 웃음을 지었다.

“왜 그러세요, 어머니?”

“네 서방이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니 그러지.”

“그게 무슨 소리냐?”

유신이 살짝 말을 높이자 문희가 유신에게 다가앉았다.

“사실 오라버니께 상의드릴 일이 있어 이리 통보도 없이 찾아뵈었어요.”

저간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문희가 지소를 바라보다 급히 화제를 바꾸었다.

“무슨 일인데?”

문희, 인문의 일로 김유신을 찾다
왕과 인문, 이간질하려는 당나라

“인문 때문에 그러지요.”

“조카가 왜?”

“오라버니에게 무슨 문제 있나요?”

문희가 인문을 거론하자 유신과 지소부인이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문희가 말을 하다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세히 말해보게.”

“인문이 금번에 당나라에서 돌아왔어요.”

“언제 말이냐?”

“바로 어제요.”

“그런데?”

반문하는 유신의 얼굴에 불길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당나라에서 인문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긴 것 같아요.”

“같아요는 무슨 말이냐? 여하튼 무슨 일인데?”

유신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올라갔다.

“당나라에 포로로 잡혀 있다 돌아와서 백제 웅진도독부 도위가 된 부여 융과 웅진에서 맹약을 맺으라는 분부를 받들기 위해 돌아왔다고 하데요.”

“뭐라고!”

김유신이 순간적으로 소리를 높이자 지소부인이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서방과 어머니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금 그 사실을 왕도 알고 있느냐?”

“아직은 모를 겁니다. 어제 신라에 돌아오자마자 어미인 저를 찾아와서 그 사실을 말했으니까요.”

“당나라 이놈들이 간계를 부리는구나, 간계를.”

“저도 그게 걱정되어 급히 오라버니를 찾아왔습니다.”

“장군, 무슨 일인지 속 시원하게 말씀해주세요.”

“이 놈들이 신라를 상대로 이간질하는 게야, 이간질.”

“이간질이라니요?”

“이미 망한 백제의 태자를 다시 웅진도독부 도위로 삼은 일도 그렇고, 또 만일 그런 일이 있다면 왕이 있는데 왜 인문을 내세우느냐 이거야. 그러니 왕과 아우인 인문과의 불화를 조장시키려는 게지.”

지소부인의 표정에도 근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라버니와 함께 왕을 만나보기 위해 이리 예고도 없이 찾아왔어요.”

유신이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군, 왜 그러세요.”

“빨리 궁에 들어 왕을 만나야지. 행여나.”

“행여나 뭐에요?”

“왕이 당나라 놈들의 이간질을 알지 못하고 이 사실을 먼저 안다면 인문 조카가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야.”

지소부인이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문희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유신의 뒤를 따랐다.  

유신이 문희와 함께 궁에 들어 문희의 거처로 왕을 불렀다. 물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처사였다.   

“소자도 방금 전에 이야기 들었습니다.”

문무왕이 차분하게 말하고 유신의 얼굴을 주시했다.

“인문도 걱정이 되어 왕께 바로 아뢰지 못하고 제 어머니한테 먼저 아뢴 모양인데, 어찌 처리하려 하오?”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사사로이 대화가 이루어졌다.

“외숙께서 답을 주셔야지요.”

“그래요, 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 시원하게 답을 주세요.”

“이미 답을 주었지 않소.”

김유신의 답

문희가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하고 문무왕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외숙을 치시라는.”

“바로 그런 이야기요. 그렇지 않으면 당나라 놈들은 지속해서 우리 신라를 농락할 거요.”

“그렇다고 어떻게 외숙을.”

문무왕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고 있었다.

“굳이 그리 생각할 필요 없소.”

“무슨 말씀이신지?”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모든 게 끝이 아니란 말이지요.”

“그래, 이런 식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니?”

문희가 대화에 끼어들자 문무왕이 표정을 밝게 했다.

“그러면 어머니와 외숙의 뜻에 따라 그리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당나라의 처사 그리고 아우의 일은 어찌 처리해야 하는가요?”

“일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당나라와의 일, 특히 백제의 잔당들을 회유하겠다고 구 백제의 태자를 웅진도위로 삼은 일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일이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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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