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 끓는’ 최순실 저주설 내막

손석희까지…다음 차례는 누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2017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청문회 스타로 주목받았던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 국정 농단 사건 제보자 고영태의 구속, 태블릿 PC의 존재를 밝힌 손석희 JTBC 대표의 폭행설 등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최순실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국정 농단의 핵심 최순실씨

손석희 JTBC 대표와 프리랜서 김웅 기자가 각각 공갈미수와 폭행 건으로 서로를 고소한 가운데 일각에선 확인되지 않은 동승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손 대표는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내고 “2017년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는 주장과 일부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증명할 근거도 수사기관에 제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흥했다
망했다

손 대표는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고 “2017년 접촉사고 당시 동승자가 있었다”고 주장한 프리랜서 기자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이번 사안을 의도적으로 ‘손석희 흠집 내기’로 몰고 가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당사자 김웅씨의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둘러싼 모든 가짜뉴스 작성자와 유포자, 이를 사실인 것처럼 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추가 고소를 통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김씨가 거액을 요구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김씨의 구체적인 공갈 협박의 자료는 일일이 밝히는 대신 수사기관에 모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김 기자가 지난 1월10일 오후 11시5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일본식 주점서 손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지역 파출소에 신고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김 기자는 사흘 뒤인 13일 마포경찰서를 방문해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했다. 


김 기자는 손 대표와 단둘이 식사를 하던 중 네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기자는 경찰에 전치 3주의 상해진단서와 당시 녹음했다고 주장하는 음성파일을 이메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가 김 기자를 공갈미수와 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경찰은 검찰 지휘하에 이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두 사람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는 손 대표 측이 접촉사고를 빌미로 김씨가 채용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김 기자는 오히려 손 대표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일자리와 투자 등을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청문회 스타서 뭇매 맞는 신세로
논란 중심 손 여론 도마 위 올라 

김 기자는 지난달 27일 문자메시지 한 통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손 대표 측이 자신에게 월수입 1000만원이 보장되는 용역 사업을 주겠다”는 회유성 제안을 했다며 “이는 (JTBC에 대한) 손 대표의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9일 김 기자 측에 수신된 해당 문자에는 손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이 월수입 1000만원을 보장하는 2년짜리 용역 계약을 제안하면서 “월요일 책임자 미팅을 거쳐 오후에 알려주겠다”고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세부적 논의는 양측 대리인 간에 진행해 다음주 중으로 마무리하겠다”라는 언급도 있었다.
 

▲ 손석희 JTBC 대표이사

김 기자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2017년 4월16일 심야 시간에 손 대표가 경기도 과천의 한 교회 인근 공터서 접촉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로 도로변에 정차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최 측근들은?
폭로하고 폭망


관세청 인사와 관련해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서 법정 구속된 고영태씨가 항소심서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한때 최순실씨의 측근이었으나 최씨와 사이가 틀어진 뒤 언론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제보한 인물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해 11월7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고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 2200만원도 명령했다. 고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직원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모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은 뒤 사례금 명목으로 총 2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씨는 재판서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은 단순히 최씨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했고 2000만원은 받은 사실이 없다. 국정 농단을 밝히는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보복을 당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은 고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고씨는 항소심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씨가 공무원 임명 알선에 대한 대가를 집요하게 요구한 데다 사적 이익도 도모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고씨는 2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받은 액수가 크지 않지만 죄질을 고려했을 때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순실게이트’의 진상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장시호씨 역시 수감된 상태다. 장씨는 이모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그룹,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 하여금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총 18억2800만원의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국가보조금 7억1000만원을 부정 수령하고 영재센터 자금 3억원을 유용한 혐의도 받았다.

특히 그는 2016년 11월 구속 이후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검찰과 특검에 적극적으로 진술하면서 ‘특급 도우미’라 불렸다. 검찰은 1심서 장시호의 이 같은 역할을 고려해 징역 1년6개월의 가벼운 형량을 구형했다. 1심 법원은 그러나 “영재센터가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됐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범행 즈음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장시호”라며 지난해 12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 장시호씨 ⓒ사진공동취재단

최순실 국정 농단의 핵심 내부고발자 가운에 한 명으로 꼽히는 노승일씨도 평탄치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노씨는 내부고발 후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직장을 그만둔 이후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국정 농단 조사특위’ 청문회서 ‘K스포츠재단의 국정조사 대응방침’이라는 내부 문건을 폭로하고 최순실씨가 독일서 귀국하기 전 사건을 조작, 은폐하려고 한 발언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했다.

끊이지 않는 
논란과 의혹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 때 누구보다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들을 강하게 추궁했던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여야의 공방전은 계속됐다. 손 의원 논란을 ‘손혜원 랜드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목포를 찾아 투기 의혹이 불거진 역사문화거리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전남 목포시청서 업무보고를 받고 “사업 관련 실질적으로 노른자위 땅 28%는 외지인이 갖고 있고 노른자 땅의 18%가 손 의원 일가의 땅”이라며 “이 사업 구역 지정이 계속 변경되는 과정에서 손 의원 일가의 부동산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목포 시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특정인과 특정인 일가를 위한 사업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선 “민주당서 대대적으로 손혜원 구하기가 진행 중”이라며 “민주당이 그렇게 당당하다면 국정조사와 특검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 의원은 야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격을 가했다.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이 나 원내대표의 회의 발언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번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감조차 못 잡으면서 어찌 4선 의원까지 되셨는지 의아하다”고 비꼬았다. 또 “곧 반전의 빅카드가 폭로된다. 방송 한 번 같이했던 정으로 충고한다. 부디 뒷전으로 한 발 물러나 조심하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최순실 측근 줄줄이… 
제보자서 피의자로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을 두고 가족들 간에 폭로 공방도 이어졌다. 남동생 A씨는 손 의원과 나머지 가족들이 의혹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생방송을 자청해 “제 남동생이라고 누가 말한다고 속아 넘어가면 여러분 잘못이다. 조심하라”고 말했다.

앞서 손 의원 동생이라 주장하는 A씨는 전날 한 인터넷 게시판서 “손혜원이라는 괴물을 누나로 두게 되고 전 국민을 거짓말로 속이고 여론을 호도하는 사람을 가족으로 두게 돼 죄송하다”며 투기·차명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도박하는 사람들은 주변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돈을 끌어내려고 한다”며 “저와 가족이 동생과 만나지 않은 것이 한 20년 된 것 같다. 어머니 혼자서만 동생 옥바라지를 했다. 어머니가 4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동생에게 가서 돈을 넣어준 것을 제가 알았다”고 동생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 ‘아들 성매매 의혹’으로 입길에 올랐던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그러면서 그는 “언론에 나오는 가짜뉴스를 다 믿지 않겠지만, (제 동생의 말은) 더 이상 믿을 만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른 청문회 스타들도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31일 오후 10시55분께 술을 마신 채 7∼8㎞가량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적발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강남구 청담공원 인근서 이 의원 차를 붙잡았고 운전자가 이 의원인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이 의원 혈중알코올농도는 0.089%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쏟아지는 비난
순간 나락으로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아들의 성매매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장 의원의 아들은 2017년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방송을 본 누리꾼들이 “장모군(장 의원의 아들)이 과거 미성년자를 상대로 ‘조건 만남’을 시도하는 등 인성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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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들을지언정 정국 대응에 일사불란하다. 이는 강성 지지층의 압박으로 형성된 중앙집권 형태의 정치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봉건 영주처럼 군림하는 봉건제 형태 정치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무기력함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맹탕’이란 표현이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올해엔 ‘추태’란 표현도 나왔다. 미국 의회에선 상시 청문회 제도를 안착시켜 아주 촘촘한 청문회 제도를 운용한다. 이를 토대로 “정기 국정감사를 없애고, 상시 국정감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어김없이 나왔다. 변함 없는 맹탕 국감 국민의힘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과거 이력과 함께 그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에 당력을 기울였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도 그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범여권에선 방어막을 쳤다. 당력을 기울여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태도는 김 실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키운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그에 대한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4일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반말 논란으로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질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이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 전원이 나간 이후에도 계속 질의를 이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제지하려 들었다. 박 의원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자, 신 의원은 “왜 반말을 하느냐”고 반발했고 다시 박 의원이 “난 옛날부터 너한테 말 내렸다” 등 언쟁을 벌였다. 한술 더 뜨는 논쟁은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이어졌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박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 중엔 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에휴, 이 찌질한 X아”라는 욕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때 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에 항의하던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한심한 XX는 나가”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지난달 2일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방통위 관련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저를 지칭해 ‘저 인간만 없으면 과방위가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며 “김 의원이 시끄럽게 전화 통화까지 하길래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제 가족 사진까지 화면에 띄우면서 저를 비판했다”며 “김 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루 사실까지 폭로했더니 제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고 강조했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지난달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과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사진을 제시하면서 ‘조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다음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움되지 않았고, 조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 압박해 망신을 줬단 프레임에 갇혔다”며 “지나치게 과했다”고 지적했다. 강성 지지층 눈치에 몰아치는 민주당 특유의 봉건제…국감서도 의욕 상실 최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배우자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을 상대로 “나 의원의 언니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내연남 김충식씨의 새 내연녀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김 법원장은 “나 의원에겐 언니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최 의원에 대한 비판·조롱이 이어졌다. 최 의원은 이튿 날 진성철 대구고등법원장에게 재판소원 관련 질의를 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옆에 있다가 바라보는 자세로 몸을 돌렸다. 이어 주 의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딸 결혼식을 진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 의원이 배포한 모바일 청첩장엔 신용카드 결제 링크가 포함돼있었다. 지난달 초엔 청첩장을 과방위 소속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도 전달했다. 최 의원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는 기이한 해명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달 26일엔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보좌진에게 “축의금을 피감기관들에 돌려주라”고 지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결혼식 축의금 50만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사람 중 1명은 다름 아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지정한 경조사비 한도는 5만원이다. 여야의 정쟁 때문에 국정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일어나는 사례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국정감사엔 다수의 증인·참고인이 출석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시간을 쪼개 출석 의무에 응했거나, 출석할 필요가 없는데도 출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시간·일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모적인 정쟁을 거듭하면서 이들 증인의 시간도 잡아먹는다. 이는 국회의원 특유의 꼰대질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이 욕설을 주고받는 현장엔 사이버 레커들로부터 피해를 본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있었다. 쯔양은 이들이 욕설을 주고받자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몰아치는 사법개혁 이날 여야는 박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한 공방을 밤 늦게까지 이어갔다. 양당은 국정감사가 이어진 지난달에도 자신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 의원이 박 의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한 후 박 의원은 이날 내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내는 문자폭탄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는 재판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추진되는 듯했다가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반대로 사그라들었던 법원행정처 폐지도 다시 추진할 조짐을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1일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후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대법원을 겨냥하고 있다. 대법관 수 증원은 민주당 내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확정한 방안이다. 재판소원은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당 지도부와 협의해 당론 법안으로 별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안을 일컬어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 전엔 법원의 각종 숙원사업을 들어주려고 했다”며 “판결 이후 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이라며 “법원이 마음에 안 드는 결정을 할 때마다 단세포적으로 대응한단 느낌마저 든다”고 해석했다. 반대 진영의 날 선 지적에도 민주당은 특유의 몰아치기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법원 등 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관념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성 지지층의 욕구는 몰아치기와 일부 의원들의 과도한 언행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최 의원도 대법원·국민의힘 공격 최전선에 서자,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반대로 예의 무기력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름대로 ▲김 실장 관련 의혹 제기 ▲정희철 단월면장 사망 등 김건희 특검의 과잉 수사 의혹 제기 ▲10·15 부동산 대책 비판 등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힘 특유의 무기력함이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선 별다른 의욕도 느껴지지 않고, 국민이 관심가질 만한 내용도 발언으로 채우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진짜 친윤)’ 그룹의 존재를 주장한 이후 많은 사람에게 인식된 국민의힘 특유의 봉건제로부터 비롯된다. 토착 세력 주도 형태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대구·경북·강원 등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두고, 지역구 관리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구의 왕이자 소리 없이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핵심 그룹이다. 이들은 “당권을 지켜 공천만 계속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기반을 완전히 움켜쥐고, 중앙 정치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토착 세력이 주도하는 정치 형태는 봉건제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국민의힘 내부의 봉건제는 전제 왕조 시절의 봉건제보다 후퇴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언더 찐윤 의원들이 지역구를 스스로 개척해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봉건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중국 주나라에선 왕이 제후들에게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이민족 중심 미개척지를 봉토로 하사했다. 이는 “미개척지를 개척·장악하면, 봉토로 인정해주겠다”는 취지였다. 주나라는 봉건제를 토대로 중앙의 왕이 각지의 제후들을 통제하는 통치 형태를 완성했다. 초기엔 주로 종친들을 제후로 책봉했기 때문에 가부장적 질서가 유지됐지만, 세월이 흘러 혈연 의식과 왕실의 힘이 약해지자 춘추전국시대란 난세가 열렸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중앙 정치에선 적당히 치적으로써 지역에서 내세울 만한 ‘사진’만 얻으면 된다. 이런 성향이 핵심 지지 기반에 퍼져 굳어지자,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추진했던 체질 개선이 번번이 무력화됐다. 그럴수록 당은 무기력해지고, 존재감을 잃는다. 반면 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의원들도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당론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는 중앙집권형 정치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는 국민의힘 같은 무기력한 야당을 만나면 상대적인 장점으로 보일 소지가 강하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한번 어긋나면 결정적인 파국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였던 지난 2021년 12월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갈등하던 중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이들을 ‘봉건 영주’라고 지칭했다. 당시 이 대표는 “윤 후보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봉건 영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 정치는 ‘사진’만 얻으면 그만? 귀족이 왕권 능가했던 백제의 끝은? 이들이 바로 훗날 김 의원이 규정한 ‘언더 찐윤’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지역 기반에서 자리 잡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앙당으로부터 지역구를 ‘분봉’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분봉받은 지역구의 공작 작위를 받아 공국을 구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봉건제 국가에서 외침이 발생하면 제후들이 각자 군을 이끌고 와서 연합군을 구성한 후 전쟁에 나선다. 따라서 왕이 제후와 사이가 안 좋으면, 제후가 방어에 협조하지 않아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친다. 백제 개로왕은 왕권 강화를 시도하면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존 귀족을 배제하고, 잦은 토목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던 중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를 침략해 큰 위기를 맞았다. 고구려는 공격 7일 만에 수도 한성을 함락했고, 개로왕은 고구려군에 사로잡혀 죽었다. 귀족은 아무도 개로왕을 돕지 않았고, 당시 동맹이었던 신라만 구원군을 보내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후 백제에선 문주왕·삼근왕·동성왕 등이 연이어 귀족에게 피살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은 즉위 후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정적들을 추방하고, 아들 40명을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좌평에 임명해 중앙 정계에 진출시켰다. 백제가 멸망하는 과정엔 귀족이 구원군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던 영향이 있다는 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실제로 영화 <황산벌>에선 이 설을 그대로 반영해 귀족이 의자왕에게 “당신이 아들 40명을 좌평에 임명했을 때, 우리의 조국은 진작 망했다”고 비웃는 장면이 묘사됐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도 미개척지가 많은 영토 특성 때문에 세습령병제가 시행됐다. 이는 신하가 병사를 대대로 소유하면서 마음대로 부리는 제도를 말한다. 이 때문에 오나라는 위나라·촉한의 침략은 성공적으로 막았지만, 두 나라를 상대로 한 영토 확장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신하들의 이권도 함께 걸려 있던 남방 개척은 성공적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백제와 오나라의 상황은 핵심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엔 능숙하지만, 중앙 정치에선 기행을 거듭하는 등 불성실한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초유의 기행을 거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옹립된 대선후보였다. 체계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이익에 따라 큰 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거칠게 요약하면, 역사는 봉건제를 중앙집권제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선 많은 변혁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체질 개선을 거부했다. 계획 없이 그때그때 장동혁 대표도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에선 혁신 담론이 아예 실종됐다. 장외투쟁에 대해선 보수 성향 신문도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웬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는 국민의힘 내부에 스며든 봉건제로부터 비롯된 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보면 봉건제가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봉건제를 알아야 국민의힘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말 봉건 영주의 연합정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