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③> ‘경제 살릴’ 재계 신사업 대해부

남들 다 하는 미투 옛말 ‘각자도생’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가 신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새해에도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양한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재계의 성장은 곧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들의 가계를 풍성하게 할 재계의 사업계획을 살펴봤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2012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인 2.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에 강경했던 기존 기조에서 다소 완화된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불황 타개책
한 우물 판다

재계는 신사업을 통해 경제 위기 속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AI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격적으로 기업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케이엔진은 AI검색엔진 스타트업 회사다. 케이엔진은 인간의 두뇌처럼 설계됐다. 문서, 책, 설명서, 웹 등을 지속해서 읽고 내용을 이해한다.

삼성벤처투자는 2014년부터 케이엔진에 투자하면서 준비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자체 AI 인터페이스인 빅스비는 한층 정교화될 전망이다. AI 관련 투자는 꾸준했다. 2017년에는 미국 빅데이터 스타트업에 500만달러(약 54억원)를 투자했다.
 

그동안 삼성의 성공이 국내 경제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면 재계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매출 90%는 해외서 발생하지만 전체 투자액 180조원 가운데 70%인 130조원이 국내에 투자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거의 매달 해외출장을 떠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도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현대차는 수소차 사업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서 가진 전국경제투어서 현대자동차 관계자에게 수소차 ‘넥쏘’에 관한 설명을 듣고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에선 내가 아주 홍보 모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넥쏘를 출시하면서 수소차 시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 아래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를 180만대까지 늘리며 점유율 1위에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다양한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소차 보급에 가장 중요한 수소차 충전소와 관련된 규제를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이 검토되면서 관련 사업이 한층 활기를 띨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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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기존 에너지, 반도체, 통신, 바이오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이동성) 사업에 발을 넓힌다. 완성차 제조를 제외한 나머지 관련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이천 포럼’서 자율차와 관련된 사업성을 확인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AI부터 로봇까지 첨단사업 추진
각양각색 해법으로 위기 극복!

SK이노베이션은 폴크스바겐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나흘간 열린 세계 가전·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서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C 등 SK그룹 4개사는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소재를 선보였는데 중앙 계기판 등에 곡면의 터치 스크린을 적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혹독한 환경서도 강한 내구성을 가진 차량용 반도체를 선보였다. 자율주행차를 외부와 연결시켜주는 5G 통신 사업은 SK텔레콤서 맡기로 했다.

LG의 경우 로봇산업에 뛰어들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을 낙점한 모습이다.

조성진 LG전자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서 로봇을 LG전자의 새 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았다. LG전자는 올 조직개편서 로봇사업센터를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두면서 힘을 실었다. LG전자는 2년 안으로 순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은 생활로봇, 공공로봇, 산업로봇,  착용(wearable·웨어러블)로봇, 놀이(Fun)로봇 등 5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될 방침이다.

과감한 투자 
성장동력 발굴

LG전자는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LG전자와 네이버의 기술연구개발법인 네이버랩스는 LG 안내로봇에 네이버의 ‘xDM’ 플랫폼을 적용하는 공동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양사는 CES 2019에 출품된 서로의 로봇을 보고 공동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로 했다. 본원 사업인 철강을 중심으로 두고 2차 전지 사업은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2차 전지사업 매출액은 800억원 수준으로 2020년까지 종합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 매출액 17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2차 전지는 양극재(리튬 포함),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며 포스코는 리튬, 양극재,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리튬은 2010년 리튬 직접추출 독자기술을  개발한 지 7년 만에 광양제철소 내 연산 2500톤 데모플렌트를 준공해 탄산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는 호주와 남미에서 리튬광석과 염호를 확보해 국내외서 5만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가 생산한 리튬은 양극재의 주원료로 포스코ESM과 국내외 주요 베터리사에 공급된다.

GS의 GS리테일은 미래형 편의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마곡 LG CNS 사이언스파크 내 스마트 GS25를 테스트 점포로 운영해 안면인식기술을 통한 출입문 작동, 상품 이미지 인식 방식의 스마트 스캐너, 진열상품 품절을 알려주는 적외선 카메라 시스템 등 ‘스마트스토어’를 지향하는 다양한 솔루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일단 스마트 GS25에선 점포 출입문부터 첨단 안면인식기술로 자동 개폐된다. 출입문 옆에 있는 안면인식카메라를 통해 사전 등록 절차를 마친 LG CNS 임직원들은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다. 안면인식을 통한 상품 결제도 가능하다. 스마트 GS25의 전자장비, 에너지 관리는 원격점포관리시스템(SEMS)이 담당한다. 이 시스템은 이미 전국 5000여개 GS25 점포에 도입돼 에너지 절감과 점포 관리 편의 제공에 기여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SEMS는 점포의 온도, 습도, 조명 등의 에너지 관리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전자장비의 이상 유무를 즉시 파악해 관제본부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GS리테일은 올해 말까지 총 13가지 신기술을 실증, 보완해 가맹점의 인력 운용 부담을 크게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분주히 뛰고 있다.


한화는 에너지 신사업 분야에 집중하는데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한화에너지(대표 류두형)는 지난 21일, 미국 하와이 전력청이 주관한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 건설과 운영사업 입찰서 최종 계약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하와이 오와후 섬에 태양광발전 52MW와 ESS 208MWh를 연계한 발전소를 20년간 운영하게 된다. 전체 사업규모는 프로젝트 개발비용과 건설비용 1억4000만달러(1570억원)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다.
 

국내기업 가운데 단일 프로젝트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 최대 용량 사업을 에너지 신사업 분야 강국인 미국서 수주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는 “태양광과 ESS 융합은 미래 에너지 산업을 주도할 혁신적인 기술이며, 한화에너지는 신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신사업을 통한 수익 다변화를 목표로 경영행보를 펼친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경영체질 개선과 잠재 수익역량 확대’로 확정하고, 순이익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을 개선하고 신사업으로 수익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래 신성장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2020년까지 1000명 이상 양성하기로 했다. 은행·핀테크기업·제휴기업이 함께 공동 연구하는 ‘NH디지털캠퍼스’를 조성해 AI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글로벌 사업은 전략적 선택과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다. 신규 진출 대상 지역 선정, 신사업 발굴, 정보 공유 등 그룹 차원의 추진 체계를 강화한다. 
 


범농협 시너지도 극대화해나갈 계획이다. 금융, 경제 자회사 간 영업채널 매칭 등 범농협 시너지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홍콩, 뉴욕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CIB 추진기반을 확충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오픈 예정인 범농협 통합멤버십은 광범위한 시너지 자원을 결집시켜 마케팅 기회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활로 찾기 분주
국가의 지원은?

현대중공업은 신사업으로 빅데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8월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서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상도 서울아산병원 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이 총 1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하는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지는 의료 데이터 전문회사다. 사업모델 다각화 및 전략 등을 담당할 계획이며, 서울아산병원은 비식별화 및 익명화된 의료정보와 교수들이 참여한 의학자문정보 등을 제공키로 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다양한 플랫폼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플랫폼을 구성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 정보들은 의료 환경 분석을 통해 서비스 질 향상을 원하는 의료 기관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인사를 통해 신사업 육성의지를 드러냈다. 온라인 유통채널 강화가 목적이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사업 강화와 새로운 성장 모멘텀 창출에 중점을 뒀다. 백화점과 이마트 등 기존 사업에서는 임원 수를 줄였다. 지난해 11월30일, 앞으로 문을 열 온라인 신설법인 대표에 현재 신세계그룹 쓱닷컴을 총괄하고 있는 최우정 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세계사이먼 대표이사로는 조창현 신세계 부사장을, 까사미아 대표로는 임병선 전략실 인사총괄 부사장을, 신세계 TV쇼핑 대표로는 김홍극 이마트 상품본부장 부사장보를 각각 앉혔다.

기업 경영 성적표
올 국가경제 좌우

다양한 사업군으로 구성된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푸드는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부문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 대표 및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 대표엔 차정호 대표를, 코스메틱 부문 대표이사에는 이길한 글로벌2본부장을 내정했다. 

김운아 신세계L&C 대표가 신세계푸드 제조 서비스 부문 대표이사로, 성열기 매입유통본부장이 매입유통본부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제주소주와 신세계L&C 대표에는 우창균 대표를 신규 영입했다. 반면 신세계그룹을 이끌어왔던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선 임원 수가 각각 1명씩 줄어 눈길을 끌었다.

KT는 중소기업과 손잡고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기로 했다. KT가 공동 사업이 가능한 유망 중소·벤처기업 발굴 프로그램인 비즈 컬래버레이션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메를로랩 등 3개사를 대상 기업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비즈 콜라보레이션’은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협업이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아이디어 단계부터 KT 부서와 일대일로 매칭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KT는 선정한 중소·벤처기업에게 연구개발은 물론 특허출원, 시제품 제작, 마케팅·홍보 등을 위한 비용으로 최대 7000만원을 지원한다. 이 중 메를로랩은 비즈 콜라보레이션 지원 이외에도 KT로부터 1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받는다. 이에 따라 메를로랩의 ICT 기반 IoT 전구, 조명 기술은 KT의 IoT 연계 신사업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은 협동로봇 부문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제조용 로봇을 앞세워 중국로봇시장에 진출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19일, 중국 쑤저우(蘇州)서 중국 최대 산업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인 보존 그룹의 링호우(Linkhou)와 중국 내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공급을 위한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동로봇은 산업 제조용 로봇의 하나로 기계, 차량 부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 리서치 회사인 루프 벤처스(Loup Ventures)에 따르면 올해 13억8000만달러 수준인 전세계 협동로봇 시장은 2025년에는 6.7배 증가한 92억1000만달러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생협력
이제 세계로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계약으로 협동로봇을 포함한 전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의 36.1%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 기업들은 각양각색 해법을 내놓고 있다”며 “기업들의 성과에 따라 국내 경기가 좌지우지되는 만큼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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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