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8 국회의원 결석왕 공개

혈세 받아먹고 출근도 안 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다사다난했던 무술년이 지나고 2019년 기해년이 다가왔다. 기해년은 재물과 다산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다. 풍성한 한 해가 기대되면서도 올 한 해의 빈약한 성과가 눈에 밟힌다. 국회가 그랬다. 누군가는 성실히 의정활동에 임한 반면 누군가는 게으름을 피웠다. <일요시사>는 ‘2018년 국회 본회의'에 관련된 의원들의 출결 상황을 되짚어봤다.
 

▲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참여연대서 운영하는 국회 감시 누리집 ‘열려라 국회’는 국회의원들의 출결 현황을 한눈에 보여준다. 물론 국회서 공개하는 본회의 회의록을 통해서도 국회의원들의 출결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회의록이 영상과 한글문서, 그리고 PDF 파일로 구성돼있어 출결 현황을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36차례 본회의
무단결석 분석

열려라 국회에 따르면 올 한 해 국회 본회의는 36차례 열렸다(오는 27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 제외). <일요시사>는 지난 1월30일 열린 제356회 1차 본회의부터 예산안이 처리됐던 지난 8일 제364회 16차 본회의까지 국회의원들의 결석수를 열려라 국회를 통해 살펴봤다.

본회의는 국회 의사를 최종 결정하는 곳이다. 각 상임위원회서 심사된 안건은 이곳서 결정된다. 의안 심사 외에도 국정 전반에 대한 토론이 열리기도 한다.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 대정부질문, 각 교섭단체의 대표연설이 이곳서 열린다. 결국 본회의 출석은 의정활동의 기본 중에 기본이자 국회의원들의 책임성과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 꼽힌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국회는 그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국회의원 출석부는 ‘출석’ ‘청가’ ‘결석’ ‘출장’으로 구성돼있다.


청가와 출장은 사유서를 작성하고 의장에게 제출해 결석한 경우를 뜻한다. 청가는 의원이 사고로 인해 출석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단결석은 사전에 어떠한 고지 없이 본회의에 나오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일요시사>는 결석 횟수를 계산할 때 청가와 출장을 모두 제외했다. 의원 겸직 장관과 의원직을 사퇴한 이들도 제외했다.

통계에 따르면 무단결석 최다 의원은 한국당 이우현·최경환 의원이다. 이들은 총 36차례 열린 본회의서 36번 불출석했다. 다만 최 의원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혐의로, 이 의원은 공천헌금과 뇌물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본회의에 출석할 수 없는 처지다. 

이들에 이어 무단결석을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은 총 22차례의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 다음으로 무단결석을 많이 한 의원이 15차례인 것을 봤을 때 압도적인 횟수다. 조 의원은(대구 달서병) 3선 중진 의원이다. 

결석 최다 22회, 10번 넘는 의원도 6명
한국, 113명으로 1위…전원불참 경우도

무단결석을 10번 이상 한 국회의원은 총 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광림·김세연·김재원·홍문종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세부적으로 김광림·홍문종 의원이 15회, 김재원·김세연 의원이 13회, 심상정 의원이 10회 무단결석했다. 이들은 모두 중진 의원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광림·김세연·김재원·심상정 의원 모두 3선 국회의원이다. 홍문종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이다.  

무단결석 9회를 기록한 국회의원으로는 한국당 김영우·박명재·엄용수·윤상직 의원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의원이 9번 본회의장을 찾지 않았다.

무단결석이 8회에 달한 국회의원은 모두 6명이며 한국당 김성찬·윤한홍·이군현 의원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윤영일·황주홍 의원, 그리고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8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사진 왼쪽부터)김진표(더불어민주당)·홍문종(자유한국당)·유승민(바른미래당)·심상정(정의당) 의원

7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한국당 김무성·여상규·윤영석·주광덕·홍문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진표·이상민 의원, 바미당 박주현·정병국 의원, 그리고 무소속 정태옥 등 10명이었다.

뒤이어 6회 무단결석을 기록한 국회의원은 총 13명으로 집계됐다. 한국당 김석기·김용태·김태흠·이장우·이학재·최교일·한선교 의원과 민주당 김두관·우상호·이해찬 의원, 평화당 김경진 의원, 그리고 바미당의 이태규 의원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다.

5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14명으로 한국당 김재경·김정훈·김진태·이명수·정종섭·정진석·추경호·황영철 의원, 평화당 박지원 의원, 그리고 바미당의 신용현·이상돈·이언주·지상욱 의원과 무소속의 강길부 의원이었다.

4회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은 모두 3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당 강석호·김학용·나경원·박맹우·박인숙·유재중·윤상현·이완영·이주영·이진복·주호영 의원, 평화당 김종회·이용주·정동영·정인화·조배숙·천정배·최경환 의원, 바미당 권은희·김동철·김삼화·김성식·김중로·박선숙·박주선·오신환·유의동·이찬열·임재훈·장정숙·정운천·주승용 의원, 그리고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이었다.

최다 22회
최소 1회

무단결석을 3번 한 국회의원은 총 40명이었다.

한국당 강효상·경대수·곽대훈·곽상도·김규환·김기선·김명연·김정재·김종석·김한표·민경욱·박덕흠·박순자·성일종·송석준·신보라·신상진·안상수·염동열·유기준·유민봉·윤종필·이양수·이은재·이채익·장석춘·전희경·정갑윤·함진규·홍철호 의원, 민주당 신창현·전혜숙·정재호 의원, 평화당 김광수 의원, 그리고 바미당 김관영·김수민·이동섭·채이배·하태경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었다.

무단결석을 2번 한 국회의원은 56명이었다. 한국당 강석진·권성동·김도읍·김상훈·김선동·김성원·김성태(비례)·김성태·김순례·김승희·김현아·문진국·박대출·박성중·백승주·송희경·심재철·원유철·윤재옥·이만희·이은권·이종구·이종명·이종배·이철규·이헌승·이현재·임이자·장제원·정양석·정용기·정우택·정유섭·조경태·조훈현·최연혜·홍일표 의원, 민주당 강창일·김한정·맹성규·박완주·박재호·안호영·이규희·이종걸·제윤경·최인호·홍의락 의원, 평화당 유성엽·장병완 의원, 바미당 이혜훈·최도자 의원 그리고 정의당 윤소하·이정미 의원과 무소속 손금주·이정현 의원이었다. 

무단결석을 1번 한 국회의원은 한국당 송언석 의원, 민주당 김병기·김성환·김종민·김현권·노웅래·민병두·박영선·백재현·손혜원·송갑석·신경민·안민석·오제세·이춘석·이훈·임종성·전해철·전현희·조정식·진영 의원으로 모두 21명이다.

각 정당서 2018년 동안 열린 본회의 기간 가장 많이 무단결석한 의원은 민주당의 김진표·이상민 의원, 한국당의 김광림·홍문종 의원, 바미당의 유승민 의원, 평화당의 황주홍·윤영일 의원, 그리고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다.
 

▲ 국회 본회의장

무단결석을 한 국회의원의 수를 정당별로 따져보면 한국당 의원이 모두 1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의석수 전체에 해당하는 수다. 그 뒤로 민주당 38명, 바미당 29명, 평화당 14명, 정의당 5명 순이었다. 민중당과 대한애국당은 각각 1명씩이었다.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은 모두 의석수만큼 결석했다. 무소속 의원의 경우 7명 중 5명이 본회의에 무단결석을 했다.

무단결석, 국회법으로 방지해도 무용지물
27일 마지막 본회의…또 말없이 안 올까?
 

당 차원서 전원불참석을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5월24일 열린 제360회 4차 본회의의 경우 한국당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한국당 의원들의 전원불참으로 본회의 참석인원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결국 투표 자체가 진행되지 못했고, 개헌안은 부결됐다.

당시 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는 “헌법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야당 의원들”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해달라는 야4당의 간곡한 호소는 독선과 아집에 무시당했다”고 맞받아쳤다.

바미당도 김관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 모두가 불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지방선거와 동시개헌이라는 약속을 저버린 한국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당시 여야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차원의 전원불참석 사례는 한 번 더 있다. 지난 3일 열린 제364회 14차 본회의서 한국당과 바미당 그리고 평화당 의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극심했을 때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가 오후까지 합의하지 못할 경우 본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을 상정하고, 정부의 제안 설명을 진행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완고했다. 한국당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는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본회의를 일방적으로 개회하려는 것은 여야의 합의정신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출석 평균 257
결석 평균 25

바미당도 전원불참을 선언했고, 평화당 역시 전원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바미당 김관영 의원은 이날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일 본회의가 개의되더라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수정예산안을 향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황서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들과 합의 없이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평화당 장병완 의원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일 본회의가 개의될 예정이지만 여야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평화당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 출석의원 수는 105명이었던 반면 결석 인원은 180명이었다. 2018년 본회의 중 가장 많은 의원이 결석한 때였다. 가장 적은 결석 인원을 기록했던 때는 지난달 29일에 열린 제364차 13차 본회의였다. 당시 출석한 의원은 287명이었던 반면 4명의 국회의원이 결석했다. 결석한 의원은 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다.
 

▲ 문희상 국회의장

36차례 열린 본회의 중 평균 출석 의원 수는 257명, 평균 결석 의원 수는 25명이었다. 한 회당 257명 정도가 출석하고 25명 상당이 무단으로 결석했던 셈이다. 

국회법 제155조 12호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 집회일로부터 7일 이내에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의장 또는 위원장의 출석요구서를 받은 후 5일 이내에 출석하지 않았을 때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그 의결로써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무단결석으로 징계를 받은 의원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접수된 징계안은 모두 19건이다. 이 중 국회의원의 무단결석을 이유로 접수된 징계안은 0건이다. 또한 국회 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8년에 접수된 징계안 중 국회의원의 무단결석과 관련된 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은 개개인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과 지역구 행사 등 본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운 이유가 아주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국회의원 스스로 본회의 참석에 엄격해야 한다. 본회의 참석은 국회의원의 신성한 의무”라고 전했다.

마지막 회의
유종의 미?

오는 27일 마지막 본회의가 국회서 열린다. 27일 임시국회 이전까지 열린 2018년 본회의서 의원들이 단 한 차례도 무단결석을 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올해의 마지막 본회의에 몇 명의 국회의원들이 다시금 무단결석을 단행할지,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8 본회의 개근왕

올 한 해 동안 열린 본회의에 무단결석한 국회의원은 모두 158명이다(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 제외). 반면 한 번도 빠짐없이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도 있다. 이른바 ‘본회의 개근왕’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단 한 번도 청가나 출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34명의 의원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한국당과 바미당, 평화당은 모두 본회의에 전원 불참석한 경력이 있다. 또한 정의당 소속 의원들 모두 본회의에 불참한 전력이 있다. 민중당, 대한애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청가서를 제출한 이용호 의원과 출장을 다녀온 적 있는 문희상 의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무소속 의원들은 한 차례 이상 본회의에 불참한 적 있다. 2018 본회의 개근왕들의 명단은 아래와 같다.

▲강병원(서울 은평구을) ▲김민기(경기 용인시을) ▲김병욱(경기 성남시분당구을) ▲김상희(경기 부천시소사구) ▲김영진(경기 수원시병) ▲김영호(서울 서대문구을) ▲김정우(경기 군포시갑) ▲김철민(경기 안산시상록구을) ▲김해영(부산 연제구) ▲박경미(비례대표) ▲박광온(경기 수원시정)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박주민(서울 은평구갑)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박홍근(서울 중랑구을) ▲백혜련(경기 수원시을) ▲서삼석(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송기헌(강원 원주시을) ▲신동근(인천 서구을) ▲어기구(충남 당진시) ▲위성곤(제주 서귀포시) ▲유동수(인천 계양구갑) ▲윤일규(충남 천안시병) ▲윤준호(부산 해운대구을) ▲윤후덕(경기 파주시갑) ▲이원욱(경기 화성시을) ▲이후삼(충북 제천시단양군) ▲정성호(경기 양주시)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최운열(비례대표) ▲최재성(서울 송파구을)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한정애(서울 강서구병) ▲홍영표(인천 부평구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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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