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재벌 금수저들의 ‘엘리베이터 승진’ 현주소

천방지축 황태자 설익은 주인 행세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제약업계의 3·4세가 대거 경영에 참여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른바 금수저라는 시각을 극복하고 경영성과를 도출해낼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들의 경영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을까.
 

▲ (사진 왼쪽부터)남태훈 국제약품 대표, 윤인호 동화약품 상무,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

국내서 금수저 출신들이 가족 기업에 입사해 임원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임원으로 근무 중인 77개 그룹 185명의 승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입사 후 임원에 오르기까지 평균 4.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2세 저물고
3·4세 시대

이들의 입사 평균은 29.7세, 임원 승진은 33.9세로 집계됐다. 일반 직원의 경우 임원 승진 평균 나이가 51.4세인 점을 감안하면 금수저 출신들의 경영인 승진은 일반 사원에 비해 17.5년이나 단축되는 셈이다.

제약업계서도 엘리베이터 승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는 다른 업권에 비해 연혁이 길다. 따라서 2세 시대가 저물고 3·4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현대약품은 이상준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3세 경영체제를 맞았다. 이한구 대표이사 회장이 대표직서 물러나면서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 대표는 현대약품 창업주 고 이규석 회장의 손자로 3세 경영인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동국대 독어독문과를 나와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약품에 입사한 것은 2003년이었다. 그가 임원직에 오른 것은 2008년 상무에 오르면서다. 입사 5년 만에 ‘별’이 됐다. 2012년 미래전략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7년 신규 사업 및 R&D 부문의 성과를 근거로 신규 사업 및 R&D부문 총괄 사장직에 올랐다. 현재 그는 김영학 사장과 공동 대표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의 성적표는 어떨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별도 누적 기준 1010억2046만원의 매출액을 시현했다. 전년도 978억4228만원 대비 31억7817만원 상승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6075만원인 전년 동기에 대비 6억5489만원이 감소했다. 경영 수장 1년차의 성적표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오너 일가 4년 만에 임원 승진
제약업계는 지금 세대교체 중

이 대표에 대한 승계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회사를 장악할 만큼 확실한 지분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약품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이한구 회장이 17.88%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이 대표는 2대주주이긴 하지만 지분이 4.92%에 불과해 아직 회사에 대한 장악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이번 현대약품 성적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일 수 있다.

일성신약의 경우 가족 세습경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성신약은 현재 2.5세 경영 체제를 갖추고 있는 모양새다. 일성신약은 1954년에 설립돼 1985년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윤병강 창업주 시대서 ‘윤석근’ 시대로 넘어간 뒤 그의 딸 윤형진 상무이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윤석근 대표이사의 경우 3분기 기준 8.44%로 최대주주 신분이지만 윤 상무(1980년생)가 8.03%로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윤 대표의 동생은 윤덕근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특히 지난해 윤 대표의 두 아들 종호·종욱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가족 경영체제를 공고히 했다. 가족 경영의 결과는 어떨까. 지난 3분기까지의 성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당 기간 매출액은 453억6083만원으로 전년 511억8434만원 대비 58억2350만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16억1663만원으로 전년 22억7334만원보다 6억5671만원이 줄었다.

무리한 승계 한계?
불황 따른 결과?


국제약품도 남태훈 대표의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남 대표는 1980년생으로 창업주 고 남상옥 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 국제약품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메사추제츠 주립대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국제약품 계열사 효림산업을 거쳐 2009년 국제약품 마케팅부 과장으로 부친 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기획관리부 차장, 영업관리부 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영업관리실 이사대우를 거쳐 2013년 판매총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4년 만의 부사장 진급은 동종업계서도 상당히 빠른 축에 속한다는 평가다.
 

그의 체제 아래서 국제약품은 비교적 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3개년 매출을 살펴보면 2015년 1176억원, 2016년 1206억원, 2017년 1233억원의 매출을 시현한 것.

그러나 국제약품이 리베이트 논란에 휘말리면서 이 같은 호성적은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월 국제약품은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4년간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에게 42억8000만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남 대표를 비롯해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등 관련자 총 127명을 입건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영업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이나 지원금, 출장비 등을 예산으로 처리해 영업부서에서 실비를 제외한 지급금을 회수하는 수법을 통해 자금을 모았다. 조성된 자금은 의사 등에게 리베이트 형식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올해 매출마저 감소하면서 그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가 찍힐 전망이다. 지난 3분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75억5955만원, 27억192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억1462만원, 2억1944만원 감소했다. 향후 그의 경영자로서의 능력에 의심이 따라다닐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수장되자 적자 행진
리베이트 사건 빵빵

동화약품은 올해 4세 경영 체제에 시동을 걸었다. 동화약품은 지난 신년인사를 통해 윤인호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윤 이사가 입사한 지 4년 만에 상무로 진급한 것이다. 윤 이사는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에 동화약품에 합류했다. 재경·IT실 과장을 거쳐 이듬해 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 등으로 입사 후 매년 진급했다.

이로써 동화약품은 4세 경영인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윤 이사는 기업 내 오너 체제를 처음 갖춘 윤창식 명예회장의 증손자다.

다만 승계를 위한 지분 정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동화지앤피는 지주사격으로 동화약품을 지배하고 있다. 동화약품의 주요주주 지분율을 살펴보면 동화지앤피가 지분 15.22%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윤 회장은 5.18%를 가지고 있으며,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가송재단은 6.39%를 쥐고 있다. 윤 이사는 0.88%로 장악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이사가 가지고 있는 동화지앤피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없다. 따라서 승계작업을 위해 경영능력 검증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이사가 상무에 오르고 매출은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수익성은 다소 아쉽다는 평이다. 지난 3분기 별도 누적 기준 매출은 2312억1644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920억2866만원 대비 391억8777만원 증가한 것. 다만 영업이익은 78억884만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11억3055만원보다 33억2170만원 뒷걸음질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원인은 판관비 증가 영향이 컸다. 지난해 654억897만원의 판관비를 지출해 전년도 598억1625만원보다 55억9271만원이 증가했다. 따라서 영업과 마케팅 파트를 맡고 있는 윤 이사의 능력에 눈길이 쏠린다. 윤 이사는 향후 판관비 효용성 제고를 위해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신제약은 2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신신제약은 신년인사에서 이병기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는데 그는 창업주 이여수 회장의 아들이다.

오너 일가의 승진치고는 1957년생인 이 대표의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다. 이 대표가 전자공학 관련 진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서 컴퓨터공학 석사, 산업공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이후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한국학술진흥재단 책임전문위원과 대한산업공학회 이사 등을 맡았다.

이 대표의 회사 장악을 위한 지분율은 낮다. 오히려 이 회장의 사위인 김한기 부회장이 이 대표의 지분을 웃도는 상황이다. 신신제약의 지난 3분기 기준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 회장이 25.6%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뒤이어 김 부회장이 12.6%의 지분으로 2대주주 신분이다. 이 대표는 3.6%로 김 부회장보다 9%p 적다. 재계에선 이 대표가 회사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추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 이병기 신신제약 대표(사진 왼쪽)와 허승범 삼일제약 부회장

신신제약의 지난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487억9140만원으로 전년 동기 476억4537만원 대비 11억4603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악화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4억8247만원, 22억7466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억4065만원, 6억8609만원 감소했다.

삼일제약은 허승범 삼일 부회장 체제로 굳혔다. 지난 7월 삼일제약은 최대주주가 허강 회장 외 8명에서 허승범 부회장 외 8명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허승범 부회장의 보유 주식수가 62만2926주(11.33%)서 72만8758주(11.21%)로 증가하면서 허강 회장의 지분율 9.95%(64만7052주)를 넘어섰다.


후계구도 
뒤바뀔 수도

허 부회장은 허 회장의 아들이자 고 허용 명예회장의 손자로 3세 경영인이다. 1981년생으로 미국 트리니티대학을 졸업, 지난 2005년 삼일제약 마케팅부에 입사해 회사에 합류했다. 이후 기획조정실장, 경영지원본부 등을 거쳤다. 2013년 3월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얼굴을 비쳤다. 이는 제약업계서도 최연소 수준의 대표이사 진급이다.

지난 2014년 3월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르면서 경영 영향력을 넓혔고 같은 해 9월, 사장직을 꿰차면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올해 부회장직으로 승진하면서 회장직 진급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인으로서 허 부회장은 지난해 악몽같은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920억3781만원으로 전년도 967억5806만원보다 47억2025만원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당기순손실로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13억701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 38억5328만원 대비 25억4627만원 감소했다. 그 여파로 2016년 8억8660만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12억6656만원 당기순손실로 전환했다.

무리한 투자 수익악화
욕설 파문으로 아웃도

올해도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712억483만원으로 전년 663억690만원 대비 48억4414만원 증가하는 데 성공했지만 당기손익뿐 아니라 영업이익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손실 37억6777만원, 당기순손실 55억8009만원 수준으로 집계된 것. 이에 따라 허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심의 시각이 불가피해진 상황으로 그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윤재승 대웅제약 전 회장은 구설에 휘말리면서 회장직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 9월 윤 전 회장의 욕설이 담긴 녹취록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직원의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자 “정신병자 XX 아니야. 이거? 야. 이 XX야. 왜 이렇게 일을 해. 이 XX야. 미친 XX네. 이거 되고 안 되고를 왜 네가 XX이야”라는 말을 쏟아냈다.

직원의 설명에도 “정신병자 X의 XX. 난 네가 그러는 거 보면 미친X랑 일하는 거 같아. 아, 이 XX. 미친X이야. 가끔 보면 미친X 같아. 나 정말 너 정신병자랑 일하는 거 같아서”라며 욕설 섞인 말을 했다.
 

당시 그의 형과 경영 후계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 뒤 올라선 회장직이라 더욱 허무하다는 평이 뒤따랐다. 대웅제약의 창업자인 윤영환 명예회장은 슬하에 3남1녀를 뒀다. 윤 회장 위로는 첫째 형 재룡, 둘째 형 재훈 전 부회장이 있다.

지난 2009년 윤 명예회장은 1997년부터 12년간 대표이사직을 맡아 대웅제약을 이끈 윤재승 회장 대신 차남 윤재훈 전 부회장에게 회사 경영 전반을 넘기면서 차기 후계자로 낙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3년 후인 2012년 윤 명예회장은 윤 회장을 다시 대표로 앉히면서 후계자 자리는 윤 회장에게 돌아왔다. 재계에선 윤 전 부회장이 회사를 이끄는 동안 대웅그룹의 전체적인 실적이 부진한 것이 후계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후 2년 뒤 2014년 9월 윤 회장이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오르면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5년 만에 욕설 논란으로 회장직서 물러나게 되면서 경영인으로서 아쉬움을 남겼다.

경영 능력
시험대 올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에는 최근 2세 경영인 시대를 넘어 3·4세 경영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업계 전반의 부진으로 이들 경영인들은 자신의 경영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