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고액보험의 세계

보험료 얼마까지 내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들어 가입금액이 수십억에 달하는 고액보험 판매가 늘고 있다. 심지어 100억원에 이르는 초고액보험까지 생겨난 상황. 한달 보험료로 따지면 1000만원 이상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초고액 자산가들. 보험사들은 이런 초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보험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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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자산가를 대상으로 내놓은 고액 종신보험 중에선 가입금액 30억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보험 상품의 가입자는 주로 보험사로부터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아온 슈퍼리치 고객이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

삼성 대한 교보 등 생명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이 10억원 이상이면 고액 계약으로 분류한다. 40세 남성 기준 월 200만원 정도 보험료를 20년간 납부하는 조건이다. 웬만한 월급생활자의 한달 월급을 보험료로 내는 것이다. 

하지만 초고액 계약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고액 계약 축에도 끼지 못했다. 한달 1200만원의 보험료를 내 50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는 자산가가 있는가 하면 월 보험료가 20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사망보험금은 90억원에 달한다. 

연금보험도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다. 100억원을 일시납 방식으로 지불한 뒤 20년 뒤 229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한달 5000만원의 보험료를 10년간 내 100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웬만한 대기업 과장의 연봉을 한달 연금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 등 3개 대형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한 30억원 이상 고액 종신보험은 2015년 118건서 2016년 들어서 139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40건 이상 계약이 체결됐다.

일부 보험사에선 100억원짜리 종신보험도 판매됐다. 10년 만기 종신보험이면 매달 내는 보험료만 8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이 같은 고액 계약의 주목적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거액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할 경우 자녀들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물려받은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서 급하게 매각하다 보면 제값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보험이 있으면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월 200만원씩 보험금 10억 이상 고액 분류
상속세 재원 마련 주 목적…맞춤형 상품도

지난해 교보생명은 상속세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교보노블리에종신보험’을 새롭게 출시했다. 최저 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이 상품은 가입 즉시부터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보험금으로 유가족은 상속세 재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계약승계제도’를 통해 세대 간 효율적인 자산 이전도 가능하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배우자나 자녀에게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계약승계가 가능하다. 유가족이 신규로 보험을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승계를 통한 가입이 보험료가 저렴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통한 절세와 세대 간 부의 이전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며 “상속재산의 처분 없이 보험금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고액자산가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밝혔다.


ING생명도 로열 VIP 유니버설종신보험을 내놨다. 최저 가입금액이 3억원이다. 일시납으로 보험료를 낼 경우 20년납 상품보다 보험료를 최대 40%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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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고액자산가 등에게 특화된 ‘행복한NH경영인정기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생겼을 때 대출금 상환, 유동성 확보, 상속세, 유가족 생계 등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금으로 전환해 은퇴한 뒤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상속도 가능하다. 또 특약 15개로 재해사망, 11대 성인병 수술·입원,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을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다. 

“다 맞춰드립니다”
앞다퉈 상품 공개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경영자의 갑작스런 부재는 기업에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이 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일정 부분 회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한화생명 경영인 정기보험’은 물가상승에 대비한 체증형 상품 추가, 가입당시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는 연금전환 기능, 고연령층을 위한 가입연령과 보장기간 확대 등이 특징이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비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망보험금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하는 체증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입시 선택한 체증나이(55세·60세·65세 선택) 이후부터 10년간 매년 10%씩 증액해 보장하는 형태다. 

푸르덴셜생명은 주계약 가입금액이 최소 1억원 이상인 CEO변액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3억원 이상일 땐 주계약 보험료의 1.5%를, 5억원을 넘으면 주계약 보험료의 3%나 가산 적립해준다. 사망보험금의 노후소득 선지급 방식을 도입해 주계약 보험가입 금액의 일부를 매년 자동감액해 감액 부분에 해당하는 해지환급금을 노후소득 선지급금으로 해 20년 동안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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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영업서 가입 고객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계약인수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료 납입면제 대상을 재해로만 설정해 계약인수폭을 넓힌 것도 특징이다. 고객의 건강상태가 더 좋지 않은 경우 특별조건부특약으로도 계약을 받아준다. 

삼성생명은 가입금액별로 세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플래티넘유니버설종신보험(3억원 이상), VVIP유니버설종신보험(10억원 이상), 헤리티지유니버설종신보험(30억원 이상) 등이다. 삼성생명은 법인기업 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편가입 경영인정기보험’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CEO 및 임원의 연령이 비교적 높은 점을 감안해 간편가입 형태로 개발됐다. 별도의 심사 없이 만성질환이나 과거 병력이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다. 


“한명이라도…”
마케팅에 혈안

가입 후 10년 동안은 최초 가입금액을 보장하며 이후부터는 매년 보장금액이 일정 비율로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증가 비율은 10%, 13%, 15%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계약 가입금액 1억원에 가입한 50세 고객이 10% 체증형에 가입했다면 60세까지는 사망보장금액이 1억원이지만 이후 매년 10%씩 늘어나 70세는 2억원, 80세에는 3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전용 보험을 비롯해 골프, 와인, 공연 행사 등 VIP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를 열어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는 은행, 증권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장기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VIP 고객 서비스 역시 장기적인 자산관리에 특화돼있다. 보험사의 VIP 고객들 역시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자산을 불리기보다는 이미 쌓은 자산을 지키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는 은행 등에 비해 가업승계를 포함한 증여, 상속과 절세, 은퇴 대비에 강점이 있다”며 “40대 이하 고객이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 50대 이상 고객은 자산을 유지하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골프, 와인, 공연 등 VIP 잡기
전문팀 꾸려 전국에 VIP센터도

증여, 절세 등의 문제는 대부분 서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문자격증을 가진 재무설계사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등의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하는 곳이 많다. 주요 보험사들은 전국에 VIP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이들 인력을 활용해 1대1 자문과 상담을 지원한다. 


삼성생명은 가업승계에 필요한 세제, 지분 양도, 소득재원 마련 등에 특화된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한다. 한화생명 FA센터에서는 전문직 종사자와 고액자산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상속·증여, 세무, 노무,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 프로그램, 문화예술 행사 등의 비자산관리 서비스도 다양하다.

한화생명은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정기보험 판매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재무설계시스템인 H-TOPS도 업그레이드 했다. 교보생명의 ‘노블리에센터’는 평생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조직으로 보장과 은퇴설계, 투자설계, 상속증여, 부동산, 법률 등 전 금융 분야에 걸쳐 폭넓은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센터를 찾는 고객 대부분은 보유자산 50억원 이상이다.
 

▲삼성생명

ING생명은 VIP전용 멤버십서비스인 ‘오렌지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에게 뮤지컬, 오페라, 아트콘서트 등 문화·예술 서비스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제공한다. 

ING생명 관계자는 “40∼50대 여성 고객들은 문화,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고, 특히 클래식 공연과 전시 관람을 즐긴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빨리 알고 경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ABL생명은 VIP 고객 대상 골프와 절세전략 강의를 결합한 행사가 반응이 좋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 일석이조
앞으로 더 기대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입장에선 수당은 물론 소속 회사에 대한 단체보험 등 연계 영업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VIP 시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1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보험사들도 다양한 상품 출시를 통해 설계사들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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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