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변수로 급부상한 ‘런던올림픽’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19 0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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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축제 뒤 샴페인 터뜨릴 자는 누구?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9대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가 급부상했다. 과거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검풍 등 갖가지 변수가 떠올랐지만 다름 아닌 올림픽이 최대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 열리는 런던올림픽이 경선기간과 겹쳐 흥행에 실패하고 ‘그들만의 축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여야는 모두 일정 조정을 조심스럽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촌의 축제인 올림픽이 연말 대선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제30회 런던올림픽(7월27일~8월12일)이 경선기간과 겹쳐 예비주자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경선기간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림픽이 열리면 대선후보 경선을 비롯한 정치이슈가 국민의 관심사와 언론보도의 우선순위 모두를 삼켜버릴 ‘블랙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축제’ 전락?

경선관리위원회를 꾸리고 한창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 중인 새누리당과 예비후보들이 너도나도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런던올림픽 이후에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중 포문을 연 것은 새누리당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언론과 라디오 인터뷰, 기자회견에서 줄곧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올림픽 기간에 경선을 치르는 것은 옳지 않다. 최소한 올림픽이 지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올림픽 이후 경선을 치를 것을 당에 재차 요구했다.


민주통합당에서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 역시 “지금 당원들과 국민들은 대략적으로 (올림픽이 끝나는) 8월 말쯤으로 예측하고 있다. 런던올림픽과 함께 이번 경선이 아주 공명정대하고 민주적으로 축제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올림픽 후 경선이 치러지길 기대했다.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올림픽이 가진 ‘매체장악력’ 때문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큰 스포츠 축제가 열리면 국민의 관심사와 이슈가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 점을 미루어 볼 때 대선후보 경선쯤은 올림픽에 묻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스포츠 행사에 높은 국민적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구상에서 올림픽 중계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로 분류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다.

또한 올림픽이 갖는 정치적 효과를 감안할 때 올림픽의 결과가 경선은 물론 본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 할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할 때 이명박 대통령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각종 신문 1면에 실려 나가자 촛불집회로 궁지에 몰렸던 이 대통령의 여론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민심 흐름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이런 현상을 이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측면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대통령이라도 스포츠를 이용할 것”이라며 “안 하는 게 바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흥행 실패 우려, 경선 일정 한 달 연기될 것으로 보여
메달 수 오르면 여당 지지율 올라가는 특유의 사회현상


임 전 실장이 올림픽 기간에 경선이 열리는 것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청와대에서 실무를 맡은 경험이 있기에 스포츠 이벤트가 가지는 파급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각종 언론이 연일 올림픽 보도만 하면 경선은 묻혀 자신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릴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메달 수가 올라가고 높은 순위를 차지하면 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이 한국 사회의 특유한 현상이기 때문에 비주류로 전략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림픽 자체의 정치성 때문에 이번 올림픽 결과가 대선후보 경선, 나아가 연말 대선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 여야는 모두 올림픽 이후로 경선 시기를 늦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당헌·당규는 대선 120일전인 8월21일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마무리하도록 되어 있지만 경선일정을 조정하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개정을 하더라도 올림픽 종료 직후 시작해도 전국 16개 광역시·도를 순회하는 기간을 한 달쯤으로 잡으면  9월 중순께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민주통합당은 ‘상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대선 180일전인 6월21일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마무리 하도록 되어 있지만 새 지도부가 구성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경선 룰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는 상황이라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 이해찬 대표는 올림픽이 끝난 뒤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쪽으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중 경선 룰을 확정하고 올림픽 직후 경선에 들어가 9월 중순 대선후보를 선출한다는 시나리오다. 이어 11월 초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단일화하는 이른바 ‘2단계 경선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민주당 대선 경선의 역동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 대표가 “선거인단 300만 명을 모을 것”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형 정치 이벤트를 거쳐 선출된 민주당 후보라면 누가 돼도 정당 기반 없는 안 원장과의 승부에서 유리할 거란 판단에서다.

엄청난 ‘매체장악력’

이처럼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경선기간 조정을 검토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다.

경선룰이 확정되지 않은 새누리당과 시간이 촉박한 민주당 모두 올림픽이 경선기간 연기의 하나의 명분으로 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심 흐름에 민감한 정치인들의 특성상 올림픽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는 것은 또 하나의 변수이자 숙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세계인의 축제 뒤에 치러질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샴페인을 터뜨릴 자는 누가 될 것인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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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