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조직 ‘선진한국 민족연합’ 실체 <추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13 10: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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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나선 박정희 추종자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세력이 속속 결집하고 있다. 최근 박 전 위원장의 ‘정치적 배후’로 알려진 ‘7인회’의 실체가 밝혀져 파장을 몰고 온데 이어  ‘종북세력 척결’과 ‘박정희 찬양’을 외치고 있는 ‘선진한국 민족연합’(이하 민족연합)이 움직임을 가동한 것이다. 민족연합은 7인회와 마찬가지로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정부 요직을 지냈거나 그들을 찬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 ‘유신체제 부활’을 염려하는 우려의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민족연합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봤다.

정치권이 본격 대선정국으로 돌입하기 직전인 요즘 박근혜 전 위원장은 대선캠프를 20여 명 내외로 간소하게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은 캠프에 국한되는 듯하다.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연일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대선주자에게 지지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원로급 인사가 아니라 ‘박정희 유신체제’를 이끌다시피 한 핵심 인물들이라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유신체제 이끈
핵심인물들 모임


박정희 정권 시절 국무총리와 경제기획원 장관 등 요직과 박 전 위원장의 후원회장을 지낸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명예총재로 있는 보수성향의 모임인 ‘선진한국 민족연합’은 지난달 25일 서울 한복판에서 비공개 단합모임을 열며 움직임을 재개했다.

‘종북세력 척결’과 ‘박정희 찬양’을 외치며 창립 3주년 기념대회를 연 것이다.

하지만 민족연합의 역사는 더욱더 오래됐다. 이 모임의 모태는 남 전 총리와 고 신현확 전 총리, 김준성 전 부총리 등과 경제5단체 임원을 중심으로 만든 보수단체 ‘기업문화포럼’이다.

2001년 ‘21세기정경연구소’로 확대 개편한 뒤 2007년 신 전 총리의 별세로 다음해 ‘우호 신현확 기념사업회’를 발족했고 2009년 현재의 민족연합을 결성했다.

김 전 부총리는 박 전 위원장의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구 출신으로 대구은행을 설립한 초대회장이다. 제일은행장·외환은행장·산업은행총재를 거쳐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고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다. 이후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삼성전자 회장·(주)대우 회장을 지냈으며 이수그룹 명예회장을 끝으로 2007년 작고했다.

생전의 김 전 부총리는 박지만씨의 회사를 만들어준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박 전 위원장의 프랑스 유학을 추천하기도 할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

고 신현확 전 총리, 김준성 전 부총리 등이 중심이 돼 만든 보수단체
남덕우 전 총리 명예총재, 총재는 신현하 아시아일보 회장, 박근혜 고문 

신 전 총리는 제1공화국 탄생에서부터 제5공화국 출범에 이르기까지 정계·관계와 재계를 오가며 4·19혁명과 5·16군사정변, 12·12사태, 1980년 ‘서울의 봄’ 등 한국 현대사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10·26사건을 맞아 국무총리직을 수행했고 1980년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상황에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결의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정계 은퇴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맡는 등 극우 강경세력의 선두주자이자 ‘TK의 대부’로 알려졌다.

신 전 총리의 친동생인 신현하 <아시아일보> 회장이 현재 민족연합의 총재를 맡고 있다. 이들은 2009년에는 월간 시사종합지 <빛나는 한국>을 발간해 홍보기관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21세기정경연구소’는 정책과제를 개발하고 민족연합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300만 회원을 확보할 예정(특히 수도권과 호남지역, 20~40대 여성회원 확보에 주력한다)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족연합의 인터넷 카페 메인화면에는 박 전 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박근혜와 함께 하는 선진한국 민족연합’이라는 문구로 ‘친박’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사조직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카페 메인화면
박근혜 사진으로

한편 인터넷 언론 <진실의길>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3주년 기념대회에는 미리 초청장을 받은 400여 명의 많은 회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회원들은 행사 중간에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종북좌파 척결’ 등을 외치며 보수단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추종자들이 주축이 돼 ‘박정희 찬양’ 일색으로 치러졌으며 이는 은연중에 박 전 위원장에 대한 호의적 분위기로 이어졌다.

 

신 총재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지도력과 이를 헌신적으로 뒷받침한 정책수행집단 및 국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민관 혼연의 일체감으로 잘 어우러진 결과”라며 “이제 우리 국민들은 역사관, 민족관, 국가관에서 투철한 소명의식을 지닌 새로운 국가적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공 정권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박희도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회장도 “오늘의 대한민국은 위대하신 이승만 건국대통령과 민족중흥의 대역사를 이룩하신 박정희 대통령의 영도가 있었기에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었다”며 “우리 국민은 박정희 대통령 이후 국가원수들이 치명적인 과오를 반복해서 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될 사람은 민족중흥의 영웅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박정희 대통령을 닮은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간절하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건강한 보수’ 표방하지만 사실상 박정희 정권 이념 계승
‘종북좌파 척결’ 외치며 보수단합 강조, ‘박정희 찬양’ 일색

한편 민족연합에는 박 전 위원장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은 못 했지만 “우리는 그동안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 오늘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세계 속의 중심국가로의 발전과 국가재정비가 강력하게 요청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전진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치권은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새로운 국가적 리더십을 만들어내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감내해야할 것”이라고 축사를 보내왔다.

고문단에는 박 전 위원장을 비롯해 이수성 전 총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종하 전 외무장관, 손병두 전경련 고문, 임덕규 전 의원, 고병우 전 건설부 장관, 김창준 전 미연방의회 의원, 강경식 전 부총리, 이승윤 전 부총리, 진념 전 부총리, 장영철 전 노동부 장관, 신상식 전 한국세무사협회 회장 등 고위 경제관료 출신들과 정진익(고려대), 권기성(세명대), 조한유(한남대) 교수 3인방과 성상철 전 서울대병원장, 권기호 <아시아일보> 발행인,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대거 참여하고 있다.

부총재로는 김복란 UN기구한국재난구호 부총재, 김태수 21세기정경연구소 소장, 김용주 한국자유총연맹 사무총장 등이 있는 이 단체는 ‘건강한 보수’를 표방하면서도 경제성장과 선진한국 등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박정희 정권의 이념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도
고문단에 참여


한편 민족연합은 지난해에도 운영위원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단합을 다졌다. 2차 운영위원회에서는 김태수 상임부총재가 ‘왜 박근혜인가?’라는 내용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위원회에는 박 전 위원장의 동생 근령씨도 참석해 “부드러운 나라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박근혜 국회의원이 대통령이 되도록 우리 모두 일심으로 단결하자”고 축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근령씨는 민족연합의 수석부총재를 맡았지만 현재 박 전 위원장과 사이가 멀어져 현재의 활동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대한불교본조계종, 정토정 종정 회암스님도 참석해 “선진한국 민족연합 중앙회 운영위원동지와 차기 대통령은 여성대통령이 선진한국을 이끌어 나가므로 부강한 선진한국이 계속 될 것이다”고 강조했고 “불교에서 말하는 불국정토 즉 극락세계를 이룩하고자 함은 선진한국민족연합 중앙위원회 동지들의 한마음이다”며 “그러기 위해 박근혜 전 대표를 여성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회암스님은 한 인터넷 카페에 “박근혜 국회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중앙회 운영위원들과 2000만 불자에 호소하여 박근혜 대통령되기를 기도할 것이다”며 불교계 전체에 설파할 것을 알리기도 했다.

민족연합은 지난해 11월 창당을 준비하기도 했다. 당시 신 총재는 “이번에 창당되는 정당에는 나라를 걱정하는 보수 민족단체들이 대거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친박을 표방하고 몇 개의 소수정당들과 통합 해 친박계의 힘을 한 곳으로 모으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분산되어 있는 친박계의 통합에 앞장 설 것임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는 나경원 후보 지지선언을 한 바 있다.  


박희도 “박정희 닮은
국가지도자 보고 싶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박 전 위원장의 주변으로 사람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다. 7인회에 이어 민족연합까지 이 두 모임의 공통점은 박정희 유신체제를 대변하는 핵심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다.

이는 ‘유신의 딸 박근혜’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박 전 위원장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출신 면면들이 워낙 화려해 이들의 영향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돼 든든한 버팀목과 지원군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큰 박 전 위원장의 사조직이 본격 대선정국에서 어떤 파급력을 몰고 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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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