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일 벗는 BBK, 핍박 받는 김경준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11 09: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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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감시와 검열, 인권유린에 소송 냈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BBK 주가조작 사건이 또 다시 정국의 핵폭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BBK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베일을 벗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입국설 가짜편지’ 전달 당사자들이 입을 열고 있으며 사건의 당사자인 김경준(수감 중)씨가 새로운 증거를 확보한 사실이 알려져 또 한 번의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유원일 전 의원이 김씨를 직접 접견하며 있었던 뒷이야기들을 <일요시사>에 단독으로 털어놨다.

 

정권 말기 청와대와 여권의 힘이 빠지자 ‘보이지 않는 힘’에 희생됐던 이들이 앞 다퉈 진실을 규명하고 나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그 가운데 현재 천안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경준씨가 BBK가 이명박 대통령 소유임을 입증하는 새로운 ‘전표 형식’의 증거를 입수한 사실을 유원일 전 의원에게 밝혀 또 한 번 정국이 거세게 요동칠 태세다.

개인적으로 김씨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유 전 의원은 지난 2일 트위터에 “월요일 오전에 BBK 김경준을 면회할 예정입니다. 김경준이 새로운 증거가 있다는 편지를 보냈는데 내용이 무엇인지 묻고 검증과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김씨 면회 예정 사실을 밝혔다.

7페이지에 달하는
새로운 증거 확보

유 전 의원의 이러한 트위터 글이 알려지자 트위터와 각종 온라인상에서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증거 입수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유 전 의원의 신변에 우려를 나타내자 유 전 의원은 “염려 고맙습니다” “진실을 숨길 수는 있어도 영원히 묻어 버리지는 못 합니다”라며 BBK 의혹 규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일 김씨와의 면회 후 “오늘 김경준을 면회했습니다. 김경준이 제시한 자료를 확인·검증하는 작업에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어서 자료 요구나 확인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새로운 증거를 입수했음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이 언급한 증거는 ‘전표 형식’으로 김씨가 최근 입수한 문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면회 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증거에 대해 “진실을 규명할 확실한 증거”라고 확신하며 “아주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전에 밝혀진(2007년 안원구 당시 국세청 국장이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봤다는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건’) 것과는 다른 내용의 증거라고 밝혔다.

‘규명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확실하진 않지만 모 국회의원을 통해 할 생각이다”며 현재 의원직이 아니니 규명에 제한사항이 많음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증거를 전해준 인물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김경준씨의 지인”이라고만 밝혔다.

유원일, 접견 당시 뒷이야기 <일요시사>에 소상히 털어놔 
“진실 규명할 확실한 증거” 신중하면서도 자신감 내비쳐 


그는 이어 “전표는 7페이지에 달한다”고 밝혔다. 종전의 ‘한 장으로 이루어진 전표’라는 타 언론의 보도와 다른 새로운 사실이었다.

“1장으로 보도가 다 나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착오가 있었다”며 “당시에는 김씨의 말만 듣고 한 장으로 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문건을 입수해 보니 총 7페이지로 돼 있으며 3~4가지의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새 증거의 사실관계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을 하고 있지만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단정 할 수는 없다”며 “충분히 조작될 가능성도 있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매우 신중하게 검증 중이다”고 밝혔다.

평소 사실관계를 완벽하게 증명해낸 후 모든 것을 밝히는 신중하고도 확실한 모습 그대로인 유 전 의원이었다. 

한편 유 전 의원의 면회와 증거 입수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BBK 문제에 지쳐도 유 전 의원처럼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어 이 나라가 그래도 제대로 돌아가는 거다”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접견 당시 몸수색
 상당히 불쾌했다”

유 전 의원은 김씨의 근황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심적으로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다”고 입을 뗀 그는 “경준씨는 약속을 지키는데 익숙한 미국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뒤집은데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에서 3년 반, 한국에서 4년 반 살았으니 지난달 26일로 8년간의 형기가 끝이 났다”며 “그런데 아직도 형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억울해 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이어 “경준씨가 교도소에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그동안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되어 아주 많은 감시와 검열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기자들의 면회가 차단되어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에 유 전 의원은 김씨가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천안교도소장을 지난달 28일 대전지방검찰청에 고소한 사실도 <일요시사>에 처음으로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얼마나 감시당하고 부적절한 처우를 받아 억울했으면 소송까지 냈겠냐”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또한 접견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내가 접견신청을 했을 당시 교도소 측에서 ‘사전 몸수색을 하겠다’고 전화가 왔었고 접견하러 갔을 때 실제 몸수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유를 묻는 질문에 녹취와 녹음의 우려가 있다고 했지만 상당히 불쾌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나에게도 그런 불쾌한 수색을 하는데 경준씨에게는 어떻게 했겠냐?”며 김씨의 교도소 생활이 순탄치 않은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한 접견 당시 동행한 한 방송기자는 카메라를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해 교도소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경찰을 부르겠다”는 극한 대립상황까지 간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교도소 측에 김씨가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된 이유와 기자의 면회가 차단된 것에 대해 물었더니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에 유 전 의원은 “무엇이 그렇게 중대한 사안이냐”고 기자에게 반문하며 “윗선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김씨는 유 전 의원에게 “‘검찰과의 딜’이 있었다는 부분을 자꾸 말하려고 한다”며 억울해하고 항변하고 싶어 하는 그의 답답한 속내를 기자에게 털어놨다.

“진실을 숨길 수는 있어도 영원히 묻어 버리진 못 한다”
사실관계 확인차 통화한 교도소 측 “내부방침상 못 밝혀”  

유 전 의원의 이러한 주장을 확인차 천안 교도소에 직접 전화취재를 시도한 결과, 무성의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김씨의 특별관리대상 지정 이유를 묻자 교도소 측 관계자는 “해제됐다”며 짤막하게 답했다.


의문을 품은 기자가 ‘언제 해제됐냐?”고 따져 묻자 잠시 머뭇거린 교도소 측 관계자는 “약 일주일? 그전?”이라고 했다.

기자는 재차 ‘유원일 전 의원 접견 전이냐, 후냐?’고 물었다. 그러자 “보도하기 위해 취재하는 것이냐?”기에 맞다고 하자 “그렇다면 내부방침 상 개인 대 개인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기자는 ‘한 가지만 확인해 달라’며 ‘김씨가 천안교도소장을 상대로 대전지검에 고소장을 냈는데 입장은 어떠한지?’ 물었지만 “답변해 줄 수 없다”고만 했다.

기자는 “정식 취재요청 공문과 질의서를 팩스로 보내면 되느냐?”고 물었지만 “죄송하지만 그것도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8년 형량 끝났지만
계속되는 형에 억울

이밖에도 BBK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된 ‘가짜편지’의 전달 경로가 밝혀지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지를 공개했던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편지의 전달자로 은진수 전 감사위원(수감중)을 지목함에 따라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편지가 공개됐던 2007년 당시 은 전 위원은 이명박 대선후보캠프의 법률지원단장과 BBK사건 대책팀장이었기 때문에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은 전 위원은 “김병진(현 두원공대 총장) 당시 이 후보 상임특보로부터 편지를 받아 홍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해 사건은 거침없이 커지고 있다.

입을 다물고 있던 홍 전 대표와 은 전 위원이 입을 열자 검찰도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가짜편지의 배후에 한나라당 대선캠프 법률팀과 상임특보가 관여해 있다면 이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 2007년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BBK 사건이 대선을 앞두고 재점화 되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진실을 숨길 수는 있어도 영원히 묻어 버리진 못한다”고 밝혔듯 모든 진실은 하나하나 밝혀질 것이다.

지난 5년간 ‘판도라 상자’ 속에 갇혀 있는 진실의 내용과 대선 판도를 뒤흔들 초강력 ‘뇌관’의 폭발력이 어느 정도일지 더욱더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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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