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박근혜 ‘박 터지는 승부수’ 전말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9 11: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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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박’ 중 한쪽은 ‘쪽박’ 한쪽은 ‘대박’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박지원 두 ‘정치거물’이 대선을 반년 남짓 앞두고 ‘박’ 터지는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애초 설전에서 시작된 공방전은 양측이 서로 맞고소를 하며 판이 제대로 커졌다. ‘미래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원샷 원킬 스나이퍼’로 유명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한 치의 양보 없는 혈투에서 살아남는 자는 과연 누구일까. 죽여야 사는 두 거물의 숙명적인 한판 대결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인 박태규씨와 연루 의혹을 두고 박근혜 전 위원장이 지난 21일 박씨와 자신의 회동설을 주장한 박지원 원내대표를 고소한데 이어 24일에는 박 원내대표가 박 전 위원장 측 인사 2명을 고발했다.

양측은 모두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주장하고 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또한 이들의 승패 결과는 대선정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져 더 이상 둘만의 싸움이 아닌 정치권의 ‘빅 매치’로 확전됐다.

정치권의 ‘빅 매치’

이번 공방의 포문은 박 원내대표가 열었다. 지난달 18일 당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와 수차례 만났는데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박태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9일 다시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위원장, 사실 부인? 밝혀집니다. 누가 진실인가를 검찰에서 말할 차례”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박 전 위원장을 이를 참지 못한 듯 이틀 뒤인 21일 박 원내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쟁 대신, 정면 승부를 통해 조기대응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22일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앞으로 벌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를 흥분하게 한다”고 고소를 반겼다(?). 

박 전 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를 해 네거티브를 뿌리 뽑고 결과도 소상히 밝혔으면 한다”고 고소 의지를 확고히 했다.

‘양측의 입’도 나섰다. 23일에는 박 전 위원장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박 원내대표의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질 것” “흥분된다”라고 말한데 대해 “뒷골목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깐죽거림은 정치가 아니라 장난”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갖고 있는 관련자료를 다 공개해야 한다. 그것도 지체 없이 즉각 해야 한다”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통합당도 즉각 성명을 내고 “대변인까지 한 사람이 야당 대표의 의문 제기에 대해서 막말을 한 데 대해서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즉각 맞받았으며 “박 전 위원장 치마폭에서 잘 보이려고 막말을 하면 한자리를 얻는가”라고 원색비난을 퍼부었다.

이규의 수석대변인은 “고소 고발로 ‘고소공주’라는 별칭까지 들어가며 무차별로 ‘고소행진’을 벌이는 것이 대통령 후보감인지 이정현 의원이 답해보라”고 거듭 비난했다.

그러자 서병수 새누리당 신임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박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확한 그런 진술과 육성을 가지고 있다면 즉시 검찰이나 언론에 이렇게 내어서 제시를 해야 될 것”이라며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이런 행위, 현행법으로 당연히 처벌해야 되고 검찰에서도 빨리 수사해야 된다고 본다”며 검찰에 신속한 수사착수를 촉구했다.


24일에는 한 언론사가 익명의 친박계 의원과 박 전 위원장 측근이 “박지원과 박태규가 가깝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박지원의 거짓말이 다시 도졌다”고 보도한데 대해 민주당 측은 맞고발 했다.

이처럼 박 원내대표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벼르는 상황이고 박 전 위원장 측은 “즉각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 측은 당장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가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저축은행 로비스트와 만났다는 의혹제기만으로도 충분한 공세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박태규 만난 적 없는데 계속 허위 네거티브” 
박지원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겠구나 싶어 기뻐”

논란이 계속되자 새누리당에선 “박 원내대표가 깔아놓은 ‘덫’에 박 전 위원장이 빠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로비와 돈이 오갔다면 큰일이지만 박 전 위원장이 박씨를 만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안 되는 사안”이라며 “그런데 박 전 위원장이 ‘박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고소를 해놓고 보니 박 원내대표가 박씨를 만났느냐, 안 만났느냐는 ‘거짓말 프레임’에 들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김태호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회장을 만난 적 없다”고 했다가 함께 찍은 사진이 드러난 뒤 낙마한 것처럼 작은 거짓말이 큰 도덕적 결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 측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치 일정을 다 확인했지만 분명히 (만난 적) 없다. 가능성이 있다면 여러 명 만나는 자리에 박씨가 끼어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박 원내대표가 말하는 건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가 박 전 위원장의 고소에 맞서 무고로 맞고소를 할 것이란 소식도 들리고 있어 로비스트 박씨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지금보다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두 거물의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저축은행사태는 서민의 쌈짓돈을 힘을 가진 자들이 제 멋대로 굴려 빚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여기에 연루됐다는 ‘설’만 나와도 정치인으로서는 타격을 면키 힘든 게 사실이다.

진실은 무엇?

박 원내대표로선 자칫 의혹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닥칠 정치적·도덕적 비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20년 동안 국회와 청와대를 넘나들며 정치권에 몸담았던 박 원내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이처럼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데는 뭔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고소를 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는데도 명확한 근거자료를 내놓는 대신 말만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혹시 박 원내대표가 공수표를 날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진위여부에 따라 어느 한쪽은 ‘쪽박’을 차게 될 ‘박’ 터지는 싸움의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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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