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초호화 의원회관’ 논란의 현장을 가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29 11: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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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쾌적한 방 드렸으니 제발 일들 좀 하세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대한민국 입법기관인 국회의사당이다. 이곳에 최근 새로운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제2의원회관이다. 2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국민혈세가 투입되면서 준공되기도 전에 초호화 논란을 빚은 제2의원회관은 지난 23일 준공식을 치르며 가려졌던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초호화 논란과 함께 잡음이 터져 나오자 급기야 사무처에서 해명에 나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왜 그랬을까? 그 논란의 현장을 <일요시사>가 꼼꼼하게 둘러봤다.  

준공식 하루 전날인 22일 제2의원회관(이하 신관)을 둘러본 기자는 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간 취재차 드나들며 수없이 봐왔던 모습이지만 공사가 마무리 된 모습을 유심히 둘러보니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신관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 기자는 먼저 외관을 살펴보기 위해 구(舊)의원회관(이하 구관) 7층으로 올랐다.

구관 중앙 엘리베이터에서 바라본 신관의 모습은 벽면의 95% 이상이 유리로 돼 있어 호화롭기 그지없었고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모습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신관 총 건립비용은
1881억 9600만원

신관은 지하 5층·지상 10층의 10만 6732㎡(3만 2286평) 크기로 기존 구관의 ‘ㄷ’자형 건물 양 끝쪽을 연장하는 모양으로 지어졌다.

신관 건물 사이에는 휴식용 야외 데크가 설치돼 있었고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건물 사이로 여의도와 영등포 사이의 샛강 습지가 보여 보는 이의 눈을 편안케 했다.


구관 7층에서 신관으로 연결통로를 찾기 위해 ㄷ자 부분의 끝을 향했지만 커다란 천으로 덮여있었고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반대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들어갈 방법을 찾던 기자는 구관 2층을 통해 신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새 건물 냄새가 신축건물임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내부에서도 수많은 인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막바지 마감작업에 한창이었다. 손때 하나 묻지 않은 깔끔한 내부 모습에 다시 한 번 기자는 감탄했다.

복도를 지나가며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널찍널찍하게 배치되어 있는 사무실들이었다. 답답하리만큼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구관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넓은 방과 밖이 훤히 보이는 탁 트인 광경이 구관과 비교해 엄청난 변화를 실감케 했다. 외벽이 유리라 시야적으로도 훨씬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넓은 사무실에 9개의 책상이 널찍하게 배치돼 있었고 출입문 왼쪽에 위치한 회의실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끔 유리로 되어 있었다. 회의실 안에는 커다란 원형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고 회의실 옆에는 싱크대 등이 구비되어 있는 탕비실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자 구관의 크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의원 집무실이 있고 새로 들인 소파와 책상이 주인을 맞을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집무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화장실도 마련돼 있다. 이러한 배치는 옆 사무실을 둘러봐도 모두 같았고 회의용 원탁과 소파, 책상도 모두 동일했다.

340평 규모의
대형 사우나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명패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기자가 들어온 구관의 층수는 분명 2층이었는데 신관의 명패는 300호로 표시되어 있다. 신관의 층수가 구관 층수보다 1층 더 높게 설계된 것이다. 처음 방문하는 방문객과 민원인들이 혼돈을 일으킬 여지가 있어 보였다. 

의원전용 건강관리실이 보여 지나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들어가 보았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위해 마련된 약 340여 평의 건강관리실에는 각종 헬스기구가 배치되어 있었고 사우나와 이·미용실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는 5명의 트레이너와 4명의 이·미용사, 1명의 보조사무원이 상근하게 된다.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과 서비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수코팅 된 이중유리로 제작된 외벽과 함께 대리석으로 이뤄진 벽면과 카펫이 깔린 바닥이 왜 호화 논란을 빚고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심지어는 각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바닥도 값비싼 대리석이었고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층마다 구비돼 있는 소화전과 방수기구함도 철문 대신 대리석문으로 돼 있었다. 신관은 그야말로 초호화판 그 자체였다.

2009년 4월 착공 지난달 30일 준공식,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 
사무실 192개 의원 1인당 면적(45평) 구 의원회관(25평)의 두 배

자연적으로 관심은 이곳을 사용하게 될 의원들이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사실 신관 준공을 앞두고 당선자들 사이에서는 은밀하게 방 배정 경쟁이 치열했다.

새 건물인 신관 입주 희망자가 많았고 구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일부 의원실의 경우 많게는 2번 이상 이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초선 의원들이 구관에, 다선 의원들은 주로 신관을 배정받고자 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재선 이상 의원들도 현재의 방을 계속 쓸 것인지 신관으로 옮길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슨 현재 구관의 의원실(82.64㎡) 두 곳을 합쳐 사용할 경우 면적이 165.28㎡로 신관 의원실(148.76㎡)보다 더 넓어지고 지내던 곳에서 지내는 것이 낫다는 의식 때문에서다.

또한 새집증후군의 위험성이 있고 유리창 면적이 넓어 여름에 더울 것을 우려해 재선 이상의 의원 중에서도 구관을 그대로 사용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이자 19대 국회 최다선 의원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의화 국회의장 권한대행이 대표적인 예다. 정 전 대표는 구관인 762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고, 정 권한대행은 이명박 대통령이 의원시절 사용하던 구관 469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자신이 쓰던 방은 아니지만 구관 871호에 자리를 잡았고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강창희 당선자는 761호와 362호로 결정됐다.

구관이긴 하지만 본청과 가깝고 분수대와 본청이 보이는 조망권이 좋은 명당자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어 연말까지 공사 소음과 먼지에 시달려야 하는 불편함을 안고 있다.


선수 높은 선배의원들
명당자리 줄줄이 차지

그렇다면 신관 배정상황은 어떠할까? 새누리당 지도부가 다수 입주하는 6층 이상은 양화대교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권을 갖추고 있는 최고의 명당자리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20호를, 양 옆에는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619호)과 친박으로 돌아온 진영 정책위의장(622호)이 입주해 ‘좌경필 우진영’ 구도를 이뤘다.

또한 이한구 원내대표(618호), 김영우 대변인(627호), 홍일표 원내대변인(623호) 등 주요 당직자들이 포진해 박 전 위원장을 무난하게 호위(?)할 것으로 여겨진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6층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잇는다는 차원에서 18대 국회 때부터 615호를 사용해온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의원실과 불과 15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최근 고소전으로 불편한 사이이면서도 가까운 이웃사촌이 되고 말았다.

박 원내대표 역시 최측근인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616호)와 3선의 노영민 의원(613호)이 배정받아 ‘좌영민 우기춘’ 구도를 갖췄다.

대선주자들을 살펴보면 각기 다른 층수를 선택했다. 먼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신관 325호로 배정받았다.


선수 등을 고려해 방이 배정되는 만큼, 초선들은 신관을 신청해도 구관 입주 가능성이 높았지만 문 고문은 대선주자임이 감안돼 신관을 배정받았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신관 718호를, 이재오 의원은 신관 818호를 사용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명당에 자리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신관 914호를, 비박계 심재철 최고위원과 친박계 정우택 최고위원은 신관 714호와 713호에 나란히 위치하게 됐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신관 934호에 입주한다. 민주통합당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킹메이커’ 이해찬 의원은 10층을 사용하게 됐다.

박근혜, 박지원, 남경필, 이한구, 진영 입주한 6층 최고 ‘로얄층’ 등극
의원 사용할 시설은 최상급이지만 일반인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어

이처럼 제2의원회관은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 주인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방의 주인은 국회의원이지만 그 국회의원을 만들어준 이는 유권자인 국민들이고 방을 만든 2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 역시 국민혈세란 점에서 아이러니한 부분이 몹시 거슬렸다.

의원들이 이용하는 집무시설과 휴게시설은 최상급이지만 일반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각종 민원서류나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걸어 다녀야 할 민원인과 방문객들의 동선은 2배로 늘었지만 방문자센터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판기 2대와 의자와 테이블 몇 개만 있는 방문자센터는 협소하기 그지없다. 또한 야외 테라스가 있다고 하지만 악천후 시 민원인이 앉아 쉴만한 공간도 전무하다.

실제 젊은 기자가 신관을 둘러보는데도 상당히 힘들었던 점을 고려할 때 방문자를 위한 휴식공간 증설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각종 토론과 세미나가 진행될 공간도 4개로 협소했다. 구관의 5개 간담회실과 2개의 세미나실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그간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릴 당시 협소한 공간으로 불편을 겪은 점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실들은 의원실 하나가 서울의 중형 아파트보다 넓고 건설비용이 1만여 명의 공무원이 상주할 서울시 신청사와 맞먹는다는 사실은(신관 상주 직원 3000여명) 씁쓸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넓어진 의원회관 만큼
일도 두배로 하는 국회 되길

특히 새로 지어진 의원회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국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의정활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었다면 국민의 시선이 지금처럼 따갑지만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완공된 제2의원회관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의원들이 시설을 잘 활용해 질 높은 입법활동과 수준 높은 의정활동을 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두 배로 넓어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도 두 배로 하는 국회가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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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