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불행해지기를 작정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예전처럼 결혼으로 팔자를 고치겠다든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인생의 필수조건이라든지 하는 생각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결혼이 행복으로 가는 ‘쪽문’ 정도는 열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미혼남녀들은 어떤 상황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
‘5월의 신부’란 말이 있듯 만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계절, 봄이다. 짝이 있어 행복한 사람은 ‘결혼’을 통해 사랑의 결실을 보고 싶어 할 테고, 짝이 없어 외로운 솔로들은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여성들은 분위기에 약해 마음이 움직일 때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의 생각은 달랐다.
설문조사 결과 여성들은 명품으로 치장하고 여유롭게 여행을 일삼는 등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유한부인을 볼 때 결혼욕구가 부쩍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남성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족한 삶을 위해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연애결혼 정보업체 커플예감 필링유와 공동으로 전국 미혼남녀 536명(남녀 각 268명)을 대상으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39.6%가 ‘(연인의 날이나 가을 등) 특정 시기 및 계절’을 꼽았고, 여성은 31.7%가 ‘유한부인’으로 답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직장인 김미영(29·여)씨는 “지금은 결혼 할 생각이 별로 없지만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선배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하고 싶기도 하고 혼자 사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한다”면서 “큰 걱정 없이 여유 있게 사는 부부들을 보면 누군가를 만나서 정착하고 싶지만, 없는 돈으로 애까지 키우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부부를 보면, 아이도 불쌍하고 ‘결혼’이 꼭 족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은 ‘사촌 등 가까운 지인의 결혼소식’(22.0%)과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17.5%), ‘주변의 결혼 재촉’(8.6%) 등이라고 답했고, 여성들은 ‘특정 시기 및 계절’(28.0%)과 ‘가까운 지인의 결혼소식’(19.8%),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7.8%) 등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비에나래의 손동규 명품커플위원장은 “충동적이고 경쟁 심리가 강한 남성은 연인의 날이나 생일, 가을 등과 같은 특정 시기나 계절에 남녀 커플을 보면서 외로움을 강하게 느껴 결혼 의사가 급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여성은 평생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면서 자신과 자녀들을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 심리가 커 풍족한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결혼의욕을 꺾는 요인으로는 일명 ‘식물부부’가 꼽혔다. ‘주변 여건 중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란 질문에 남녀 공통적으로 ‘등 돌리고 사는 (식물)부부’(남 45.5%, 여 35.1%)라는 대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남 “계절 탓, 연인의 날이나 가을에 결혼하고 싶어”
여 “명품으로 치장한 유부녀 보면 결혼의욕 높아져”
직장인 백모(28·여)씨는 “예전에 한 케이블방송에서 투명인간 부부가 나오는 것을 봤는데, 그렇게 살게 될까봐 무섭고 결혼이 망설여 진다”며 “남자친구가 삐지면 말 안하고 잠수 타는 스타일인데, 지금 화났으니 생각 정리되면 얘기하자는 식이어서 10일이고 한 달이고 연락을 안 하고 지낸 적이 있는데 결혼까지 하면 더 심해져서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문모(31·남)씨 역시 “퇴근한 뒤 와이프와 함께 편한 옷차림으로 동네 치킨집에 들러 그날 하루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면서 작은 행복을 나누고 살고 싶은 게 꿈인데 식물부부들을 보면 이혼하는 편이 낫겠다 싶다”면서 “안정을 찾고자 선택했던 결혼이 지옥 같은 공간이 돼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 외 남성은 ‘이혼증가’(33.2%), ‘신혼집 마련 비용’(11.6%). ‘결혼 후 배우자 가족의 개입’(6.0%) 등의 순이고, 여성은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부부’(18.7%), ‘맞벌이, 가사 등 여유 없는 부부’(16.8%), ‘이혼증가’(15.7%) 등의 순으로 답했다.
식물부부는 싫어
‘결혼 후 배우자와 같이 사는데 있어서 가장 걱정이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남녀 간 생각이 달랐다. 남성은 ‘꼬치꼬치 따지며 잔소리할까봐’(44.0%)와 ‘생활습성 차이’(39.9%) 등을 지적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여성은 ‘혼자 자는데 익숙하여 (배우자가) 거추장스럽다’(30.6%)와 ‘술주정, 폭행’(24.3%), ‘생활습성 차이’(20.9%), ‘꼬치꼬치 따지며 잔소리할까봐’(18.7%) 등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꼽았다.
커플예감 필링유의 손숙현 매니저는 “남성은 속박이나 제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라면서 “여성의 경우 최근 결혼이 늦어지고 개성이 뚜렷해지면서 자신의 생활 속에 제 3자가 개입하는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