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지수 발표 후폭풍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3: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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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 열리자 56개 대기업 우등생·열등생으로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 발표에 대한 재계의 반응이다. 이번 발표로 ‘우수부터 개선까지’ 대기업들의 실명이 공개됐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56개 대기업들은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양분됐다.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여러 가지 ‘특전’이 주어지게 된 때문이다. 반면 하위등급을 받은 기업들의 표정엔 불만이 가득하다. 공정위가 불이익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기업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이 불가피해서다.

지난 10일 국내 56개 대기업의 지난해 중소기업 동반성장지원 실적을 4개 등급으로 나눈 동반성장지수가 공개됐다. 평가대상이 된 대기업은 매출액 상위 200대 기업이면서 자율적으로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한 기업 중 업종별 특성,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선정됐다.

실적과 연관

이날 삼성·현대차·포스코는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으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특히 우수를 받은 6개사 중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계열사가 5곳을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 업황 부진을 겪은 한진중공업·동부건설·STX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해 효성, LG U+, 홈플러스 등 7개사는 최하등급인 ‘개선’을 받았다. 나머지 대우조선해양, 두산인프라코어 등 43개 대기업은 ‘양호’나 ‘보통’ 등 중간등급이 매겨졌다.

동반성장지수 결과는 실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우수 평가를 받은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매분기 매출·영업이익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해왔다. 반면 개선 등급 기업은 한진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전반적인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나빠졌거나 LG U+처럼 같은 업종 내에서도 후발 주자인 경우가 많았다. 동부건설도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작년에 적자를 냈다.

동반위는 우수 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우수 등급을 받은 6개사는 향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분야 직권?서면실태조사 1년 면제가 주어진다. 지식경제부는 기술개발관리지침을 개정해 사업별로 가점을 주고, 기획재정부는 공공입찰 시 가점을 줄 계획이다. 또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선정 시 우대하는 등 정부 차원의 포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위 등급 기업에 대한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4등급엔 향후 동반성장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가이드라인 및 상담 등의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최하위 등급을 받은 기업일지라도 아직 평가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다른 기업에 비하면 월등히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기업이기 때문에 불이익은 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현대차·포스코 웃고…조선·건설·중공업 울고
우수기업에 인센티브…하위 등급엔 불이익 없어


공정위는 동반성장지수 산출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동반성장에 소홀했던 기업들이 일종의 ‘창피주기 효과’ 때문에 자발적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리란 기대에서다.

유 위원장은 “(전날 등급 통보 이후)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로부터 전화가 수십통 왔다”며 “이런 것들이 사실상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동반위 측 관계자도 “이번 발표를 앞두고 평가대상 기업들 사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며 “좋지 않은 등급을 받은 기업들이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의 생각은 달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은 동반성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으나 동반성장지수가 자칫 줄 세우기 식의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일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회장단은 동반성장지수가 잘하는 기업을 칭찬하고 북돋아주는 지수가 됐으면 했으나 결국 줄 세우기 식의 지수가 됐다고 성토했다”며 “지수가 제조업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경우에 대해 걱정했다”고 말했다.

재계 “발표 유감”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동반성장지수 발표에 대해 “내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기업 이름이 공개된 것은 우리 생각과 많이 다르다”고 유감을 표했다. 허 회장은 동반성장위원장을 직접 만나 동반성장지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동반성장위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반성장위원장을 만나서”라고 말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동반성장지수 ‘개선’ 평가를 받은 것과 관련 서운함을 내비쳤다. 강 회장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우리가 개선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다만 호황과 불황을 구분하는 등 업종 간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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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