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석면폐기물 부실처리 논란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5.17 15: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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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기업, 유치원에 소리 없는 살인자 풀었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KCC 수원공장부지가 시끄럽다. 해당 부지에 매립된 5만여 톤의 석면폐기물이 부실하게 처리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특히 공사장 인근 지역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석면이 검출됐다.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 받고 있는 상황. 당연히 KCC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KCC가 친환경기업을 표방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 일대 KCC수원공장부지에 매립된 5만여 톤의 석면폐기물이 비산방지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부실하게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석면은 1급 발암성 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입되면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어 ‘조용한 살인자’로 불린다.

‘조용한 살인자’ 풀다

수원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대학교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은 지난 8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내용을 담은 <수원KCC공장 석면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들 단체가 최근 KCC수원공장부지 석면시멘트제품폐기물 선별처리작업현장 안팎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 및 주변 토양 샘플조사 등을 통해 작성했다.

보고서를 통해 환경단체는 공사장에 대한 조사결과 토양에 매립된 석면폐기물을 굴착, 덤프트럭으로 운반하는 과정은 물론 선별작업장 입구와 석면을 골라낸 토양의 외부 야적 과정에서 석면이 흩날리는 비산방지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굴착기, 덤프트럭 기사 등 중장비를 다루는 작업자들도 석면노출방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고 있으며, 외부 지역사회에 석면공사 진행을 알리는 공지 등 기본적인 석면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환경단체는 “세 차례에 걸쳐 선별과정을 마친 토양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모두 석면이 검출됐다”며 “검출된 석면 농도는 1% 미만이었으나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암을 일으키는 최소량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미량에 노출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장 외부 상황도 심각했다. 석면폐기물 선별작업장과 약16m 거리에 있는 서평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놀이터 미끄럼틀 위의 먼지 시료에서 석면이 검출돼 어린이들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는 “석면이 검출된 서평초교 유치원 어린이들의 안전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공사장 내부의 정황으로 볼 때 비산된 석면은 서평초교 유치원뿐만 아니라 수원역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비산방지조치 제대로 안 했다”
인근에서도 석면 검출돼…주민 건강 위협?

특히 현재 KCC공장부지 주변엔 주거지역과 초중고교 27곳이 밀집해 있다. 또 하루 약 12만 명이 이용하는 수원역과의 직선거리는 약 44m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근 주민들과 학생, 수많은 불특정 시민들이 석면 먼지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 단체는 “공사를 즉시 중지시키고, 전 공정에 대해 석면비산방지조치는 물론 민·관·업체 공동으로 주변 환경오염 정밀조사와 지역주민들에 대한 건강조사를 실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KCC를 보는 시선은 싸늘해졌다. 그동안 ‘친환경 정밀 화학기업’을 표방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 KCC는 친환경상품 연구·개발(R&D)에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페인트, 보온단열재 및 흡음재, 바닥장식재, 벽 및 천장 마감재 등 모두 100여개 제품이 친환경상품진흥원의 환경마크를 획득했다.

이와 관련, KCC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침에 따라 석면을 처리하고 있고 검출된 석면의 농도 역시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이다. KCC 측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지침에 따라 폐기물을 성상별로 분리, 선별해 처리하고 있고 선별토사에 대해 정기적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며 “분석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0.25%라는 기준치 이하의 미미한 슬레이트성분이 검출되는 등 토양환경보전법에 적합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수원역사 근처는 차량이 많아 평소에도 타이어 분진 등에서 나온 석면이 검출되는 지역”이라며 “인증된 업체를 통해 정식 허가를 받아 국내 처리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최대한 빨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기준에 따라 처리”

한편, KCC 수원공장은 1969년부터 2004년까지 35년간 약 100만 톤의 석면원료를 사용해 약 1000만 톤의 각종 석면시멘트제품을 만들어온 국내 최대의 석면공장이었다. KCC는 현재 해당부지의 공장을 철거하고 백화점과 주상복합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KCC는 지하토양에 5만여 톤의 석면폐기물이 묻혀있는 것을 확인, 지난 3월 노동부와 수원시의 허가를 얻어 석면폐기물 처리공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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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