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금수저 문 ‘슈퍼베이비’ 리스트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5.18 17: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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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잘 만나 태어날 때부터 나는 갑부였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억대 주식을 보유한 ‘어린이 주식 부자’ 수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짬짬이 증여’가 재벌가 대물림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고 부자는 450억원대의 주식을 가진 11살 어린이였다. 9억원대 주식을 보유한 한살배기 젖먹이도 있었다.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이다. 대체 어느 집안 어린이 길래….

최근 <재벌닷컴>이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지난 4월30일 종가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1억원 이상을 기록한 올해 만 12세 이하(1999년 4월 30일 이후 출생자) 어린이는 102명이었다. 상장사 억대 어린이 주식부자가 100명을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GS가 1~3위 휩쓸어

어린이 주식부자 가운데 1~3위는 모두 GS일가 어린이들이 휩쓸었다. 허용수 (주)GS 전무의 장남(11세)과 차남(8세)이 453억원과 163억원으로 어린이 주식부자 1위와 3위에 올랐고,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12세)이 17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허 전무의 장남은 3살이던 2004년에 증여받은 (주)GS 주식 25만9000여주가 현재 76만341주로 늘었고, 차남도 5살인 2009년 (주)GS 주식 27만3000주를 증여 받아 매년 2~3억원대 배당금을 받고 있다.

허 사장의 딸은 3살이던 2003년에 증여받은 GS건설 주식 2700주가 현재 6만2700주로 23배가 넘게 불었다. 또 4살 때인 2004년에 증여 받은 (주)GS 주식 13만7000여주는 현재 19만5916주로 증가했다.

GS일가 어린이를 제외하고도 10억원 이상의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어린이 부자가 15명이나 됐다. 먼저 박상돈 예신그룹 회장의 딸(9세)이 47억원,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아들(11세)이 40억원,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조카(9세)가 36억원, 정호 화신 회장의 손녀(12세)가 27억원,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손자(12세)가 22억원, 권철현 세명전기 대표이사의 아들(12세)이 20억원,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의 손녀(12세)가 18억원 등을 기록해 10위권에 들었다.


또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손자(7세)가 17억원,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아들(8세)이 16억원,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 자녀(8세)가 14억원, 김정 삼양사 사장 아들(12세)이 13억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손자(5세)가 12억원,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 아들(10세)이 10억원 등이 10억원대를 넘었다.

지난해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회사 주식을 증여 받아 단숨에 수억원대 주식부자 대열에 합류한 어린이도 많았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친인척인 구모양(9세) 등 LS일가 어린이 3명은 지난해 말 (주)LS 주식 8억~9억원대를 증여 받았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친인척인 이모군(12세)도 지난해말 5억원대의 주식을 증여 받았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6~9세 된 손자, 손녀들도 수 년 전부터 증여 받은 주식가치가 9억원씩을 기록했고, 정해창 듀오백코리아 회장과 김원일 골프존 대표이사 친인척 어린이도 주식 증여로 억대 주식부자가 됐다.

새로운 어린이 주식부자 22명 명단에 이름 올려
‘짬짬이 증여’로 세금부담과 사회적 비판도 피해

태어난 지 2년도 안된 갓난아이를 비롯해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5세 이하의 재벌가 어린이들도 주식을 증여 받아 수억원대의 주식부자에 오른 사례도 많았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친인척인 이모군은 생후 1년 젖먹이 시절에 (주)LS 주식 1만2000여주를 증여 받아 단숨에 9억원대 주식갑부가 됐다. 김상헌 동서 회장의 친인척인 김모군도 올해 2살의 나이에 3억원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의 친인척인 최모군과 이화일 조선내화 회장의 손자 이모군은 3살의 나이에 7억원과 5억원대의 부자였고, 지난해 회사 주식을 한국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이사의 친인척인 송모군도 1살의 나이에 억대 주식부자가 됐다.


한편, 올해 상장사 어린이 부자 수는 지난해 같은 시점의 87명보다 15명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억원 이상을 기록했던 어린이 87명 중 올해 만 12세를 넘겼거나 주가하락 등으로 지분가치가 줄어든 7명을 감안하면 새로 억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어린이는 22명에 달했다.

이처럼 어린이 주식부자가 급증하는 것은 이른바 ‘짬짬이 증여’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짬짬이 증여’는 상장사 대주주들이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회사 주식을 일회에 수백에서 수천주씩 나누어 증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짬짬이 증여’는 나중에 증여하는 주식에 대해 배당금 등 소득원을 제시할 수 있어 세금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량 주식증여에 따른 세금부담과 사회적 비판시각도 피할 수 있어 최근 재벌가에서 각광받는 대물림 방식이다.

주식 폭락도 원인

지난해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시장 폭락도 어린이 억대부자가 많이 늘어난 배경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행법상 주식을 증여할 때 물리는 세금은 증여시점을 전후한 3개월 이내 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기에 증여를 하면 증여규모가 줄어 절세를 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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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