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추적> 임기 말까지 우물에서 숭늉 찾는 MB정권 권력 수뇌부 인사

  • 이수지 suji@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1:17:26
  • 댓글 0개

‘안정’ 찾는 척 하더니 끝까지 ‘MB공화국’ 만들었다

[일요시사=이수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잔여임기 9개월여를 남긴 상황에서 단행된 막바지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까지 ‘제 식구 챙기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과연 이번에도 MB정부 인사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MB정권 권력기관 인사의 면면을 살펴봤다.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조현오 경찰청장 후임으로 김기용(55) 경찰청 차장이 내정되면서 차기 경찰청장 1순위로 꼽혔던 이강덕(경찰대1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해양경찰청장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정치논란을 고려해 ‘영포라인’ 핵심인 이강덕 카드는 부담스러웠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경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MB정권 떠받드는
마지막 수호자들

정부는 이날 서울경찰청장에 김용판 경찰청 보안국장을, 경기경찰청장에는 강경량 경찰대학장을, 경찰청 차장에는 김정석 본청 기획조정관을, 경찰대학장에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을 각각 내정했다.

이와 함께 경찰청 기획조정관에는 최동해 치안비서관, 수사국장에 김학배 경찰교육원장, 정보국장에 강신명 수사국장, 경찰교육원장에 김성근 정보국장 등 치안감급 승진·전보 인사도 발표됐다.

앞서 7일에는 국정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정원 1ㆍ2차장을 전격 교체했다. 국가정보원 제1차장(해외ㆍ대북담당)에 남주홍(60) 주 캐나다대사를, 제2차장(국내담당)에 차문희(61) 정보교육원 국내정보연구실장을 내정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에 김응권(50)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지원실장, 병무청장에 김일생(60)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조달청장에 강호인(55)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각각 임명했다.

대통령실 일부 비서관도 교체했다. 의전비서관에는 김상일(52)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치안비서관에는 백승엽(50) 서울경찰청 교통지도부장을, 교육비서관에는 이성희(58)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을 각각 임명했다.

MB정권의 마지막 수호자들을 둘러싸고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면서 비교적 수평적인 인사를 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임기 막판까지 ‘고소영 인사’, ‘측근 돌려막기 인사’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과연 이들의 출신과 이력은 어떨까.

또 깃발 꽂은
TK·고려대 출신

먼저 김용판 신임 서울경찰정장은 경찰청 보안국장 출신으로 김기용 경찰청장과 더불어 행정고시 30회 동기다. 이들은 철저한 보안통으로 꼽힌다.

대구 달서구에서 태어난 김 신임 서울청장은 영남대학교 경제학과,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7월 경찰에 입문한 그는 경북 성주경찰서장, 베이징 주재관, 서울경찰청 차장, 충북경찰청장 등을 역임했고 주폭(酒暴·주취폭력자)과의 전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외적으로는 온화한 성품으로 직원들의 신임을 얻고 있는 반면, 업무에 있어서는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도 겸비하고 있어 좋은 평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찰 안팎에서는 MB정부 임기 말 권력누수 방지 차원에서 보안전문가들을 경찰수뇌부로 채웠다는 분석이다. 또 김 신임 서울청장이 TK 출신인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수뇌부 새판 어떻게? MB 또 ‘측근 챙기기’ 선심
임기 말 보안통…대구ㆍ고려대ㆍ경찰대학 출신 낙점
 

김정석 신임 경찰청 차장은 경남 고성 출신으로 부산 동래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30회에 합격한 인물이다.

1992년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경북경찰청 수사과장, 경찰청 법무과장,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 등을 거치면서 주로 정보·수사 업무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10년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치안비서관에 임명돼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경찰청 기획조정관에 내정된 최동해 치안비서관 역시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최 신임 조정관은 사시25회, 행시32회에 합격한 경찰의 재원으로 지난 1994년 경정(특채)에 임용되어 대구 북부서 수사과장, 서울 북부서 형사과장, 서울 수서서 형사과장을 지냈으며 2004년 총경에 임용되어 경북 칠곡경찰서장, 경찰청 경무기획국 법무과장, 경기 가평경찰서장, 서울청 수사부 형사과장, 서울 노원경찰서장,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등 주요보직을 역임했다.

경찰대 1기 의리
서로 보직 바꾸기

지난달 1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에 구두로 사의를 표명한 서천호 경기경찰청장과 강경량 경찰대학장은 서로 자리를 맞바꿨다. 둘은 경찰대학교 1기(법학과) 출신이다.

서 경기청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강 신임 경기청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경찰대학교 (1기) 법학과와 한양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5년 경찰에 첫 발을 내디뎠다.

수도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수사통으로 통한다. 경기 평택서장·김포서장, 경찰청 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 서울 강북서장, 광주경찰청 차장,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전북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맡은 바 있다.

서천호 경찰대학장은 경남 남해 출신으로 경남 진주고등학교와 경찰대학교(1기) 법학과를 졸업했다. 경비와 정보분야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경찰대학 경찰학과장, 경찰청 정보2과장, 서울 수서경찰서장, 경남경찰청 차장, 경찰청 경비국장을 지냈으며 부산청장을 거쳐 최근까지 경기경찰청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이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서 청장이 경찰대학장으로 발령 나자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소속된 14개 시민단체는 일제히 “서 청장이 책임지고 사퇴할 줄 알았는데 ‘시늉’만 내고 슬그머니 살아남아 오히려 경찰을 가르치는 곳으로 취임했다”고 반발했다.

류명화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정부가 서 청장을 파면하지 않고 경찰대학장으로 전보 발령한 것은 국민을 우습게보고 민생치안을 가볍게 여긴 처사”라고 격분했다.

남주홍 국정원 1차장 내정에 보은인사 논란 일기도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지역차별 없는 균형인사 해야

이들 외에도 경찰대 1기 출신은 또 있다. 청와대 치안비서관에 내정된 백승엽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지도부장(49)은 충남 예산 출신으로 경찰대를 1기로 졸업했다.


그는 경찰청 교통기획계장, 서울경찰청 경비지도관, 대구 달성경찰서장, 경찰청 인사과장,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충남지방경찰청 교통지도부장 등을 역임했다.

부임한지
8개월 만에?

이 대통령이 이번에 단행한 인사의 백미는 따로 있다. 차관급 인사에서 국가정보원 1ㆍ2차장을 바꾼 것이다. 1차장에 발탁된 남주홍 주 캐나다대사는 경기대 교수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안보ㆍ통일분야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대선캠프 때부터 이 대통령에게 통일정책을 조언했으며, 한때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청문회를 앞두고 사퇴한 바 있다.

대표적인 저서인 <통일은 없다>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2000년 남북정상회담 6·15공동선언이 대남 전략용 공작문서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번 인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뒤늦게 포착한 것에 대한 반성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전형적인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북 강경 인사를 내세워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는 것.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도 남 대사가 1차장에 내정된 직후 논평을 내고 “대표적인 대북강경론자이자 햇볕정책 비판론자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더 꼬이게 만들 인사를 오히려 국정원 제1차장으로 내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남 내정자가 지난해 9월 주 캐나다대사에 부임한 지 8개월여 만에 국정원 1차장으로 내정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남 내정자가 부임하기 전 5개월이나 공석이던 주 캐나다대사직은 향후 다시 한 달 이상 공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가 캐나다 정부에 대한 외교적인 결례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 대통령의 이번 경찰·국정원 등 인사를 두고 정권 말기까지 측근 회전문 인사를 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판이 거세다.

민주통합당 박 대변인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말기가 되어도 측근 인사, 회전문 인사의 잘못을 시정할 생각이 손톱만치도 없음을 확인했다”고 질타하며 “인사는 만사라는데 모든 인사를 망사로 만드는 대통령의 왜곡된 인사관을 강도 높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경찰 인사와 관련해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지역 차별 없는 균형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