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9> 대규모 PF사업 총점검

제2, 3 파이시티 사태 또 터질라

정·관·재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양재동 파이시티. 그리고 사업자를 선정한 지 5년이 지나서야 기공식을 가진 알파돔시티 사업. 최근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PF사업들을 점검해봤다.

정권 실세들 금품수수 의혹 양재동 파이시티 주목
초대형 프로젝트 인허가 어려워 유혹 빠지기 쉬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정권 실세들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파이시티’사업은 어떤 사업일까. 파이시티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 대형 복합유통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9만6007㎡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35층, 5개동으로 판매시설 및 업무시설, 교육연구시설, 운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자금만 충분하다면…
로비 없이 안 된다?

총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연면적도 75만8606㎡에 달해 단일 복합유통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시행사로 사업을 추진해온 (주)파이시티는 지난 2006년 부지 매입을 마쳤지만, 이후 인허가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사업지 용지는 1982년 당시 ‘유통 업무설비’로 용도 지정돼 있었지만, 2006년 5월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과 연결된 도로를 넓히는 등 기부체납을 통해 대규모 상업시설 조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설계상의 문제를 보완한다는 이유로 2009년 11월에서야 건축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주)파이시티는 이 과정에서 인허가를 빨리 받기 위한 로비에 나서는 동시에 1조450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사업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대출금도 갚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2010년 2월과 6월엔 연대보증을 섰던 시공사 대우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잇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주)파이시티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이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사업시행권과 부지가 모두 채권단에 넘어가는 처지에 이르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규모 PF사업의 특성상 제2·3의 파이시티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규모 PF 개발사업 특성상 수많은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다 금융권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정치권 로비’에 대한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이 막히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인허가가 장기화되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대출이자에 부담을 느끼는 시행사 등이 차라리 돈을 써서 정부 고위층을 통해 기간을 단축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나가는 이자보다는 훨씬 싸게 먹히는 이유에서다.

전국 공모형 PF 31개…사업비 81조원
상당수 자금조달 등 문제로 추진 차질

공모형 PF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출자한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가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를 말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전국의 공모형 PF사업은 총 31개 사업, 81조1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당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과 수익성 등의 문제로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 토지대금 연체이자를 둘러싼 금융상 갈등이나 주상복합빌딩 평형변경을 비롯한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발주자와 주간사, 금융기관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수십조의 돈이 묶이며 건설업계 경영난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돼 정부는 금융사와 건설업계 간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 강남 세곡동 헌인마을에 고급 주택단지를 짓는 헌인마을 PF 프로젝트도 파이시티와 비슷한 경우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공동 시공사로 대출금 4270억원에 대해 각각 절반씩 지급보증을 섰으나,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두 회사 모두 잇달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주저앉았다.


강남구의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등 일정이 미뤄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인허가 과정에서 당초 아파트와 주상복합, 타운하우스를 골고루 짓는다는 안에서 3층 이하 빌라와 단독주택을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사업성도 떨어졌다.

퇴짜…결국 무산
줄줄이 주저앉아

 
총사업비 3조6783억원, 133층 높이 상암DMC랜드마크타워 사업도 인허가로 무산될 위기다. 2009년 서울시와 초고층빌딩개발 사업계약을 맺은 시행사 서울 라이트타워는 현재 건물 높이를 낮추는 사업계획변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건물 높이를 100층으로 낮춘다고 했다가 서울시에 퇴짜를 맞았고, 올해는 70층으로 낮추는 사업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큰둥하다.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높이 640m)으로 건립할 예정이었던 상암DMC랜드마크타워는 지상 133층 규모의 원안을 지상 70층 높이로 변경하는 수정안을 서울시에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는 착공 시한을 5월 말로 늦추고 계획 변경안을 협의 중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대형 PF 사업이 자금 조달 문제로 인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지만 모두 파이시티와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없다”면서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업의 경우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데, 인허가 과정이 늘어지게 되면 건설사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선 PF사업도 있다. 바로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판교 알파돔시티 등이다. 두 사업은 이미 정상화 발판을 마련한 상태.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 침체로 최근 몇년 새 지지부진한 전국의 주요 공모형 PF사업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업무지구·알파돔시티 재개
정체 10여 곳 정상화 여부 관심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용산역세권개발(주)은 조만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23개 초고층 빌딩 설계안을 확정, 계획설계(SD) 결과 보고회를 개최하고 미래 용산의 스카이라인을 공개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지난 1월 1855억원 규모의 설계용역을 발주한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8조원 규모의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할 예정이다. 또 내년 상반기 착공 및 분양에 나서 2016년 말 사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총 사업비 31조원이 투입될 이 개발 프로젝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코레일의 대규모 토지대금 이자 탕감과 대금 납부 시점 연기 결정에 이어 주요 건물 설계사와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까지 선정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진용을 완전히 갖췄다는 평가다.

판교신도시 알파돔시티 PF사업도 지난달 24일 사업자 선정 5년 만에 첫 삽을 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날 오후 기공식을 갖고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2월 LH는 사업기간 연장 및 단계별 개발, 대물 인수, 토지대금 납부조건 완화 등을 통해 사업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 민간 출자사도 공사비 절감, 자산 선매각 등의 노력으로 착공에 필요한 1조5000억원의 자금 조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알파돔시티는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중심상업용지 13만8000㎡ 부지에 들어서는 복합개발단지다. 주상복합과 백화점·호텔·상업시설 등을 짓는 대규모 공모형 PF사업이다.


2007년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주택건설 사업계획까지 승인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 우려로 사업이 지연돼왔다. LH는 오는 6월 6-4블록과 6-3블록 및 주상복합 블록 등 1단계 사업을 착공하고 9월 주상복합아파트 931가구를 분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5곳 계획안 조정 중
아예 착공 늦추기도

이밖에도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대형 공모형 PF사업은 약 10건에 이른다. 이 중 경기도 남양주 별내역 인근에 업무·주거기능이 집적된 복합단지를 짓는 ‘남양주 별내 복합단지’, KTX 광명역 인근에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쇼핑몰을 조성하는 ‘광명역세권복합단지 개발사업’등 5곳은 지난 3월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공모형 PF 정상화 대상으로 선정돼 사업계획을 조정 중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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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