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77>주거 트렌드 따라잡기

  • 장경철 cta2002@naver.com
  • 등록 2012.04.26 1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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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그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

최근 부동산 분양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난 획기적인 신평면 개발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미분양 부담을 덜기 위해 디자인 경쟁에 뛰어들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차별화된 실속형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작은공간 넓게 쓰는 ‘미니맥스’등 실속형 유행
자유자재로 변형해 사용 ‘스마트 설계’도 눈길

아파트의 최근 주거 트렌드가 ‘다운사이징’ ‘실속형’등으로 변화함에 따라 평면도 진화하고 있다. 작은 공간을 넓게 쓰는 ‘미니맥스’바람이 불고 현재와 과거의 트렌드를 접목시킨 ‘모던헤리티지’스타일을 더한 다양한 평면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원하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설계도 눈길을 끌고 있다. 

“경쟁력을 높여라!”
건설사 간 경쟁 심화

▲작지만 넓게 쓰는 ‘미니맥스’ =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최근 1∼2인 가구의 증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등으로 주거 트렌드가 소형, 실속형으로 빠르게 재편됨에 따라 중소형 아파트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소형 면적이라고 해서 내부 전용면적이 너무 작거나 생활 편의성이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십상이다. 한정된 면적 안에서 죽은 공간(dead space)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아이디어 설계를 더해 실내공간을 극대화하는 ‘미니맥스’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중소형도 4∼4.5베이(BAY)까지 적용 = 과거 대형아파트의 전유물이었던 4∼4.5베이 아파트가 소형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근 분양한 양산 반도 유보라4차 아파트는 전용면적84㎡에 방 4개를 전면 배치시키고 큰 방의 욕실을 전면에 노출시켜 혁신적인 4.5베이를 선보였다. 베이(BAY)는 아파트 전면부의 구획된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베이 수가 늘어날수록 채광과 통풍이 좋아지고 발코니 면적이 늘어나 서비스 면적이 더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


▲채광, 환기, 수납 극대화한 부분 복층형 = 최근 거실 사용 공간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부분 복층형’이라는 신개념 평면이 개발돼 화제를 모았다. 거실부분이 복층으로 이뤄진 평면을 블록처럼 서로 엇갈리게 쌓아 올려 동 라인 전체를 복층으로 구성했다. 거실천장을 다른 실내공간보다 2배 이상 높게 만들어 채광과 환기를 극대화하고 넓은 실내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수납공간의 효율적 배치를 통하여 미니맥스 트렌드에 부응하는 평면도 여럿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인 천장보다 40㎝ 높게 만든 뒤 그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거나 화장대 아래 공간을 깊게 하여 수납공간을 확보해 주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틀에 박힌 아파트는 싫다’내 집은 내가 직접 설계 = 나만의 차별화된 주거 공간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니즈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거주자의 성향에 따라 쉽게 실내구조를 변형할 수 있는 ‘스마트’평면 설계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

최근 선보인 스마트 설계 중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셀(smartcell)’과 ‘스마트핏(smartfit)’평면이다. 기존에도 유사한 가변형 설계 평면이 있었지만 구조 변경의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한정된 공간에 보다 다양하고 효율적인 공간배치가 가능해졌다.

▲무빙퍼니처 이용한 ‘스마트셀’ = 스마트셀은 움직이도록 설계된 무빙퍼니처(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가구)와 책상에서 침대로 바꿀 수 있는 트랜스포머 퍼니처(형태를 바꿔 다른 기능으로 활용이 가능한 가구)를 이용해 거주자가 좀 더 쉽게 공간을 변형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스마트핏’ = 스마트핏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집안 구조의 변형이 가능한 평면이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집을 옮겨 다니는 대신 무빙월(movingwall)과 무빙퍼니처(muvingfurniture)를 이용해 별도의 공사 없이 자유롭게 공간을 나누거나 합쳐서 활용할 수 있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모던헤리티지’ = 모던헤리티지 아파트는 현대를 뜻하는 모던(modern)과 유산을 뜻하는 헤리티지(heritage)의 합성어로 현대와 과거의 유산이 공존하는 아파트를 의미한다. 아파트와 우리의 전통 한옥을 접목시킨 한옥형 아파트부터, 넓게는 최신형 아파트에 과거의 대가족형 거주 스타일을 더하거나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매치시킨 테라스하우스까지 다양하다.


▲실버세대를 위한 ‘한옥형 아파트’= 아파트 내외부에 한옥 디자인을 도입한 한옥형 아파트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차가운 도시 아파트들 사이에서 한옥의 온기 있는 설계가 결합돼 실버세대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한옥형 아파트는 올해의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꼽히기도 한다.

▲‘한지붕 두가족’ 세대 분리형 = 세대 분리형(two in one)아파트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부모 자식 세대가 한 집에 거주하면서도 별도의 아파트처럼 독립된 생활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임대주택사업의 활성화 영향으로 주거와 임대를 혼합한 형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세대는 본인이 거주하고 또 다른 세대는 임대를 놓는 방식으로 기존 세대 분리형에 비해 독립성이 극대화된 것이 특징이다. 프라이버시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구의 분리 등 신경을 쓰고 있다.

▲정원을 품은 ‘테라스하우스’ = 고가의 타운하우스에서 볼 수 있던 테라스하우스가 최근에는 도심의 일반 아파트에도 적용되고 있다. 아파트의 편리함은 유지하면서 마당과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 생활을 원하는 수요자들을 위한 맞춤형 설계이다. 아파트 베란다를 테라스 형식으로 넓게 만들어 정원을 가꾸거나 야채 등을 경작할 수 있는 텃밭을 꾸려 도시 속에서 전원생활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과거에는 비선호 층이었던 아파트 1∼2층 공간에 테라스하우스를 적용한 사례도 선보였는데 이례적으로 분양에서 로열층에 비해 더 높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침체된 수도권 분양시장이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평면과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건설회사가 늘고 있다. 인구와 주거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니즈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아파트를 공급하면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급와인바에 골프장까지 등장
오피스텔 등 수익형도 차별화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잘 점검하고 새로운 디자인과 평면들을 따져봐야 한다”며 “동시에 새롭게 선보이는 평면들이 통풍, 채광, 환기, 실내동선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갖추고 있는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남다른 커뮤니티 시설
거래 가격에도 영향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는 ‘아파트를 분양받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생각에 편의시설 등을 일일이 따지기보다 투자가치에 초점을 맞췄던 수요자들이 최근에는 직접 거주하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살기 편한 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생활 편의시설이 아파트 단지로 속속 들어오면서 피트니스센터나 골프 연습장, 수영장 등의 운동시설은 물론 영어마을, 공부방 등 교육시설과 북카페, 소극장, 게스트하우스 등 문화시설까지 등장해 주민들이 대부분 일상생활을 단지 안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리빙’이 가능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경로당이나 몇몇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전부였던 아파트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입지와 브랜드만으로 승부하던 시대가 가고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로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새로운 경쟁의 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다른 단지와 차별화할 수 있는 마케팅 포인트를 찾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도 뜨겁다. 동부건설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분양 중인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에는 마사지, 음악, 아로마테라피 등을 즐길 수 있는 릴렉스룸과 스카이라운지가 만들어진다. 스카이라운지는 야간에 와인바로 운영된다.

영종지구 ‘우미린’은 입주자 공용 펜트하우스와 스카이라운지를 최상층에 설치한다. 스카이라운지에는 하늘이 바라보이는 실내 정원이 만들어진다. 야외에는 음악분수도 들어선다. 인천 청라지구 주상복합 ‘청라 롯데캐슬’의 일부 동 옥상에는 ‘스카이 그린큐브’라는 독특한 모양의 공중정원이 자리 잡았다.


롯데건설이 경기도 용인에서 분양 중인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는 야외 골프장을 선보인다.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에는 파3 골프장 6홀이 들어서는데 골프장은 아파트 소유자들의 대지면적에 포함되는 땅으로 아파트 소유자들의 재산이다. 골프장 운영 주체 역시 아파트 입주민들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실내 골프연습장이 아닌 야외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 아파트가 처음이다.

커뮤니티 시설은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자이’는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을 갖췄다. 이곳은 강남권에 오랜만에 들어선 대단지 새 아파트인 데다 유명 브랜드 아파트라는 점 못지않게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것으로 입주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이 같은 커뮤니티 시설 덕분에 이들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은 주변 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높게 형성돼 있다. 이런 움직임은 아파트를 넘어 오피스텔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화건설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활성화 단지에 분양 중인 ‘송파 한화 오벨리스크’가 대표적인 예다. 1500여 실 대단위 규모를 살려 소규모 오피스텔이 시도하지 않았던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했다. 피트니스클럽, 독서실, 북카페 등을 설계했다.

앞으로도 커뮤니티 시설을 차별화하려는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커뮤니티 시설에 집중 투자해 입소문이 나면 부족한 입지와 브랜드를 만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지는 커뮤니티 시설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일부 아파트에서는 관리비 부담 때문에 입주민들이 커뮤니티 시설을 외면하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이 아예 방치된 곳도 있다.

수익형 부동산도 진화하고 있다. 투자 상품으로 최근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이 주목받자 건설사들이 차별적인 상품 출시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홀로 단지’를 분양받기 꺼려하는 수요자의 심리를 고려해 오피스텔이 매머드급 단지로 조성되는가 하면, 고급스런 커뮤니티시설이나 편의시설들이 단지에 대거 들어서기도 한다. 또 새로운 수익형 브랜드 론칭, 도시형 생활주택에 타운하우스 스타일 접목 등도 눈길을 끈다.

요진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공급하는 ‘풍산역 와이하우스’는 대표적인 타운하우스풍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주택 면적은 전용 39∼59㎡ 규모의 소형인데도 대형 평형의 특징인 타운하우스 개념을 도입하고 저층저밀도 단지로 설계해 답답한 주거공간 이미지를 벗고 있다.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로 승부를 건 수익형 부동산도 있다. 유림 E&C가 부산 동구 초량동 일대에 분양 중인 ‘로미오&줄리엣’은 각 단지 내 약 330㎡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했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이 차별화된 상품으로 소형 아파트 시장에 적극 뛰어 들면서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이 차별화되고 고급화되면 임대도 쉽고 수익률도 높아지게 마련. 다만 수익형 상품에 투자할 때는 가격·입지 경쟁력뿐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도 함께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획일화됐던 전원주택 등 세컨드하우스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은퇴한 노후세대가 여가를 즐기며 별도 공간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캥거루하우스’가 대표적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차별화가 한창이다. 내·외부 벽면을 친환경 황토로 마감한 ‘힐링 전원주택’이 나오고 있다. 서울 근교에서 주거와 별장을 겸해 사용할 수 있는 ‘준반값 타운하우스’는 싼 가격이 경쟁력이다. 전원주택에 관심을 가지는 연령대가 점차 내려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젊은층 사이에서 전원주택이 세컨드하우스로 떠오른 데다 올봄 신학기부터 시행 중인 ‘초·중·고교 주 5일제 수업’이 수요에 불을 댕기고 있다. 금요일을 끼고 매주 2박 3일 가족휴가를 누리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30∼40대 학부모 사이에서 주말 가족 여행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획일화서 고급화로
입소문 타고 대박 
 
전원주택 용지로는 서울에서 두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고 풍경이 빼어난 경기도 가평·양평 일대와 강원도 횡성·평창·원주 등이 핵심 사업지다. 이 일대에서 전원주택을 갖기 위해선 1억5000만원 이상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역별로 시공과 인허가에 소요되는 비용은 거의 비슷해 땅을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원주택 용지로 조성된 토지를 사느냐, 토지 매입 후 직접 개발하느냐에 따라서도 비용과 시간에 차이가 난다. 요즘은 건축기술이 발달해 발주 이후 약 45일이면 주택이 완공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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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