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저주’의 주인공 ‘맥쿼리& MB’ 실체 <추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25 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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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고 과도한 민영화 추진 “이유 있었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업체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이하 9호선)이 일방적으로 요금을 500원 올리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9호선 사업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일가가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며 감사원에 특별감사가 청구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한국)가 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라는 사실과 9호선 대주주 변경 과정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당시 취임을 전후로 불투명 하게 진행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논란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맥쿼리한국에 대한 특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민영화’에 대한 욕심과 ‘맥쿼리한국’의 실체를 파헤쳐 봤다.

맥쿼리그룹은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은행·자문·투자·펀드운용·M&A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금융그룹으로 탄생했다. 전 세계 28개국에 70여 개 지사를 두고 한화 38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0년에 진출했고 10여년 만에 증권, 자산운용, 금융자문, 선물, 부동산 등 13개 분야의 사업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맥쿼리그룹은 특히 ‘인프라 투자’의 귀재로 미국 다음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으로 알려졌다.

맥쿼리한국은 맥쿼리그룹의 아시아 지역 총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9호선 이외 전국 주요지역 14개 교통망에 약 2조원 가량의 투자약정을 맺고 있다.

맥쿼리한국 측이 공개한 손익 계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만 411억원의 운영수익을 냈으며 289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380조 규모의
다국적 금융그룹


맥쿼리한국의 이윤창출은 주로 지분참여 방식의 간접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고 있는 9호선처럼 고율의 이자를 챙기거나 지분 투자분에 대한 배당금 등을 챙겨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자 도입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맥쿼리한국의 장기적·안정적 수익을 보장했다.

민간자본은 수십년 동안 운영권을 보장받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만큼 통행량이 많지 않으면, 정부가 예상 통행료 운영수입의 70~90%까지 지원해준다.

따라서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될수록 정부의 보장금액이 많아져 민간 업자는 통행료를 높이 책정하고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을수록 관리비는 적게 들어 천문학적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광주 제2순환고속도로(1구간)의 경우, 광주시가 2001년 개통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맥쿼리한국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광주순환도로투자㈜에 지급한 보전금 총액이 1008억원에 이른다. 특히 통행량 예측이 틀린 탓에 보전금은 2001년 62억원에서 지난해 22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요금논란 9호선 사업자 선정과 대주주 변경 과정, MB일가 연루 의혹
MB 시장 때, 우면산 터널도 맥쿼리에 ‘퍼주기 계약’ 이자비용만 123억

하지만 맥쿼리한국은 2010년 288억, 2009년 265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현상은 맥쿼리한국이 투자한 다른 13곳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보전금이 높아 졌음에도 불구하고 통행료와 사용료는 전 세계적으로도 비싸기로 유명하고 보전금으로 세금은 낭비되고 있어 맥쿼리한국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보전금 외에 맥쿼리한국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부분 이자수익이다. 광주순환도로투자㈜ 사례를 보면 주식을 맥쿼리한국에 넘긴 뒤 시공 당시 국민은행에서 빌렸던 원금을 갚으려고 맥쿼리에서 다시 대출을 받았다.

국민은행의 이자율은 7.5%였지만 맥쿼리는 10~20%나 되며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수입은 결국 맥쿼리에 들어가게 된다. 맥쿼리가 공개한 손익계산서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자수익만 모두 1618억원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맥쿼리한국인데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 50% 인상’을 일방적으로 공표하자 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9호선은 서울시로부터 운임수입 보조금으로 326억원을 받고도 466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9호선의 운영 적자 대부분은 맥쿼리와 신한은행 등 금융권이 챙겨가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손실 총 466억원 중 영업손실 26억, 이자비용 461억원으로 대부분이 이자 비용이었던 것이다. ‘이자비용이 없었다면?’이라는 의문증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감시단(이하 경실련)은 9호선 요금 책정과 관련해 “총 공사비의 3분의2를 세금으로 지출하고도, 총공사비의 3분의 1만 지출한 민자사업자에게 다른 노선과 동일한 운임을 승인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9호선 건설은 시설 부문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선로건설 등 지하철 공사의 근간이 되는 토목공사는 서울시가 세금으로 건설했고, 나머지를 민간컨소시엄이 맡아 시행했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9호선의 총공사비는 3조4768억원으로 이 가운데 민간사업자가 투입한 비용은 1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경실련은 “상식을 벗어난 요금 인상은 민간투자 사업으로 진행한 9호선 건설 과정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대기업과 외국자본에 온갖 특혜를 제공해주면서 진행된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해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급 보증을 해주는 대신 이자율을 4.3%까지 낮추자고 협상에서 제안했지만 민자사업자 쪽은 먼저 운임을 인상한 뒤에야 이자율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고율의 이자 수입을 계속 챙기려고 이자율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자 수입만
1618여억 원


경실련은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과 대주주 변경과정에 이 대통령과 그 일가가 연루된 의혹도 제기했다.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을 전후로 사업자가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가기간 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자가 바뀌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경실련은 또 2008년 9호선 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도 지적했다. “당시 9호선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맥쿼리한국이 2대 대주주로 등극했다. 맥쿼리IMM자산운영 대표가 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라는 사실 때문에 특혜 논란이 일었다”고 밝힌 것이다.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이상득 의원 아들이 포함된 ‘탐욕의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의 정경유착 탓”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통령과의 인척관계를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의 아들 지영씨가 자산운용사 맥쿼리 계열사 대표로, 정치권의 특혜와 연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도 있고, 또 하나의 대주주인 현대로템과 현대건설에 대해서도 어떤 특혜를 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엄청난 특혜와 커넥션이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맥쿼리 전국에 14개 교통망 투자, 높은 이자율에 이자수익만 1618억원
‘돈 놓고 돈 먹는’ 황금알 사업? 대한민국 민자사업 허점 여실히 드러나


서울시가 이 대통령이 시장 재직시절인 2005년 5월 실시협약을 맺을 때 9호선에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시 9호선은 투자한 자본과 운영비 회수,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민간사업자에게 운임 자율징수권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9호선은 이를 근거로 요금을 묶어두려면 손실을 보전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서울시가 끝까지 요금 인상을 막으면 법정으로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강경한 태도다. 끝까지 인상안을 고집할 경우 이 대통령이 시장 시절에 체결해 특혜 의혹을 낳고 있는 협상회의록 등을 전면 공개하겠다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공개사과 요구와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와 함께 9호선 사장 해임·사업면허 취소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하며 9호선 측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9호선 측도 “공개 사과 요구와 과태료 부과에 수긍하기 어렵다”며 “6월16일 요금 변경일 전까지 협상의 여지를 두겠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예정대로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러자 서울시는 더 나아가 도시철도 사업면허·사업 지정자 취소도 검토하고 있다며 유사시 9호선 매수 방침도 분명히 했다. 9호선 매수에는 6천억원 정도의 거금이 필요하나 민자의 일방적 횡포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력한 의지로 알려지고 있다. 

9호선 vs 서울시
양보 없는 신경전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민영화 추진의 욕심은 강력하다. 2008년 ‘공기업 민영화’ 명단에 포함되어 현재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인천공항은 당시 이 대통령과 맥쿼리 간 유착설까지 돌아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을 맥쿼리에게 팔려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밖에 서울시의 또 다른 민간자본 투자사업인 우면산터널도 지하철 9호선과 마찬가지로 대주주한테서 차입한 자금에 치르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고 최대주주는 맥쿼리로 알려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가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적용한 곳은 맥쿼리가 관련되어 있는 우면산터널과 지하철 9호선 두 곳뿐으로 나타나 특혜 의혹을 더욱더 증폭시키고 있다.

하루 평균 2만7000여대가 이용하는 우면산터널은 지난해 123억의 수입을 냈지만 이자비용으로 고스란히 123억의 지출이 있어 보조금 37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라는 고금리만 없었다면 이윤창출의 효과도 기대 해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대한민국 민자사업의 허점을 꿰뚫은 최초의 금융상품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규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논란의 중심인 9호선이 맥쿼리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4.2%밖에 안 된다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고 민자사업의 허점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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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