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로 묻힐 뻔한 ‘산낙지 의문사’의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4.10 12: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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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새 애인과 외제차 타고 나타난, 그놈이 결국…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2년 전 인천에서 20대 여성이 낙지를 먹다 질식한 것으로 사고사(死) 처리된 일명 ‘산낙지 질식사’ 사건. 그런데 사건 발생 2년 만에 범인은 ‘산낙지’가 아닌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근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이 여성의 남자친구를 구속했다. 낙지가 목에 걸려 죽었다는 의문 가득한 죽음을 맞이한 딸과 보험금을 둘러싼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그 진실을 밝혀내려는 아버지. 스물두 살 젊은 여성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그 의문점을 추적해봤다.

2010년 4월 19일 새벽, 술에 취한 딸 윤혜원(당시 22세)씨와 그녀의 남자친구 김모(당시 30세)씨는 횟집에 들러 낙지를 샀다. 2만원어치는 잘게 썰었고 두 마리는 통째로 구매했다. 이들이 통째로 가져간 낙지는 연포탕 등에 쓰이는 낙지로 일반적으로 절단을 해 가져가지 통째로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큰 낙지였다. 낙지를 산 둘은 횟집 인근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1시간 뒤 다급한 목소리로 모텔 카운터에 전화가 왔다.

“낙지 먹다가
내 딸이 죽었다?”

다짜고짜 119를 불러달라는 전화였다. 이에 모텔주인은 전화가 온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을 확인해 보니 사망한 윤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병원으로 곧바로 후송됐지만 결국 낙지로 인한 기도 폐쇄로 뇌사상태에 빠졌고, 16일 후인 2010년 5월 5일 결국 숨을 거뒀다.

갓 스물두 살, 윤씨는 사회초년생이었다. “다툰 남자친구와 화해할지 모른다”며 나갔던 딸은 그렇게 집을 나선지 1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사건은 단순 변사사건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딸의 죽음은 억울하다”는 아버지의 고발로 1년 만에 재조명됐다. 그의 아버지는 딸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남자친구 김씨에 의한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고,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보도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까닭은 하나. 아버지의 주장대로 이 죽음은 남자친구의 계획살인 정황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남자친구 김씨가 유가족 모르게, 또 보험사와 충돌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 정황들이 포착된 것이다.

“딸의 죽음은 억울하다”는 아버지의 고발로 1년 만에 재조명
딸의 남자친구를 둘러싼 보험 관련 의문들…‘계획살인’의 정황까지

윤씨의 부모는 중환자실, 목숨이 바람 앞 등불 같던 딸 옆에서 남자친구 김씨로부터 처음 딸의 보험에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윤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딸이 죽기 3일 전, 걔(남자친구)가 우리에게 처음으로 보험 얘기를 꺼냈다. 몰랐는데 보험설계사인 자기 고모한테 혜원이가 실비보험을 들어놨더라고 하더라. 딸이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정신이 없어 그때는 흘려들었다”는 것이다.

또 김씨는 “혹시라도 혜원이가 잘못되면 입원비로 5천만 원이 나오니 나중에 입원비에 보태 쓰시라”고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윤씨가 가입했다는 그 보험은 실비보험이 아닌 생명보험이었다. 또 보험 가입을 권유한 이는 김씨의 고모가 아닌 김씨였으며, 보험금 역시 5000만 원이 아닌 2억 원이었다.

당시에는 딸이 사경을 헤매고 있어 보험 이야기는 그냥 흘려듣기만 했다는 유족들은 “(김씨가) 식물인간 상태인 딸과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미 한 달 전에, 자기를 배우자로 올려서 혜원이 사망보험금을 받게 손을 써놓았다”고 증언했다.

남자친구의 거짓말과
수상한 행적들


이상한 건 보험금뿐만이 아니다. 특히 이 죽음에 결정적 사망 동기로 등장한 ‘산낙지’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
윤씨는 치아가 모두 썩어 저작 능력이 매우 부실한 상태였다. 그런 윤씨가 대형 낙지를, 그것도 산 채로 먹다가 목에 걸려 질식했다는 것이다.

윤씨의 아버지는 “딸이 이가 평소에도 좋지 않아 낙지 같은 것은 먹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고, 사건당일 낙지를 판매한 상인의 말에 따르면 ‘그런 (큰)낙지를 산 채 먹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사건당일 등장한 낙지는 죽으려고 작정하지 않은 이상, 아니 죽으려고 해도 먹기 힘든 사이즈였다.

남자친구 김씨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딸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 전부터 딸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때까지 이어진 김씨의 거짓말과 수상한 행적들은 이렇다.

그동안 김씨는 사시공부를 한다며 윤씨에게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갖다 썼다. 둘은 평소에도 자주 다퉜고, 사건 직전에도 윤씨는 부모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당일 1주일간 연락이 없던 김씨의 ‘잘해보겠다’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는 것이다.

또 김씨의 전직은 보험설계사였다. 월급여 120만원인 윤씨는 월 보험료 13만 원짜리 사망보험을 들 여유가 없었음에도 김씨는 윤씨에게 “보험금 13만원을 매달 대신 내주겠다”며 안심시키고 사망보험에 가입시켰다.

사건 발생 후 김씨는 주변사람들에 자수성가한 돈 많은 사람의 이미지로 숨져가는 윤씨를 미국이라도 가서 고쳐주겠다고 했을 정도로 살가웠다고 했다. 하지만 딸 사망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어이없어 했다.

윤씨의 부모는 “딸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 딸을 어떤 경우에라도 책임질 것처럼 말해 우리 부부를 안심시켜놓고 그사이 보험금을 전액 상속받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윤씨가 뇌사상태로 누워있던 날 누군가가 보험료를 납입한 흔적까지 발견됐다. 특히 윤씨의 통장에는 잔액이 없어 자동이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확인 결과, 입금자는 박모씨로 김씨 고모의 딸이었다. 김씨가 윤씨의 보험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모 딸을 동원해 돈을 납입했던 것이다.

윤씨가 사망한 후에도 김씨의 행적은 수상했다. 김씨는 윤씨의 영정 앞에서 유가족들에게 “아버지가 십정동에 땅과 건물 1만평을 가지고 있는데 그곳에 홈플러스가 들어선다. 그래서 3억 원에 철거업체를 입찰했는데 깡패들이 매일 찾아와 자기들에게 철거를 넘기라고 해 고민이다”며 사망보험금 수령을 감추기 위해 자신이 부유한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 윤씨의 부모가 찾아가보니 김씨 가족은 반지하 월셋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2억 원의 보험금 빼돌린 후 잠적한 남자친구, “나는 죽이지 않았다”
2년 만에 드러난 보험금 노린 사기극…숨은 진실까지 모두 밝혀내야

김씨는 또 한때 연인이었던 윤씨의 사망 후에도 슬픔이나 죄책감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영위했다. 윤씨가 죽은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김씨가 새 여자친구를 데리고 유흥업소에 온 것을 목격한 윤씨 친구들의 증언, 김씨가 외제차를 사서 새 여자친구를 태우고 다니는 것을 목격한 지인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그러나 남자친구인 김씨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윤씨가 질식사한 경위에 대해 “여자친구가 무언가 먹는 걸 봤다. ‘컥’ 하는 소리가 나 등을 두들겨주고 목에 걸려 있는 것을 뺐다. 그게 (낙지의) 몸통인지 다리인지 확인할 경황은 없었다”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보험 가입 경위에 대해 김씨는 “보험설계사인 고모의 실적을 높여 주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또 보험 수익자가 윤씨의 직계가족에서 김씨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윤씨가 ‘보험금이 부모에게 가는 게 싫다’며 내가 수익자가 되길 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서 정밀감정과 최면수사 등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김씨가 보험금 수익자변경신청서를 위조한 사실을 밝혀냈고, 사건발생 2년 후에야 김씨를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구속했다.

곳곳에 드러난 ‘계획살인’
보험금 노린 타살?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윤씨가 작성한 ‘사망 시 보험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에서 자신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수익자변경신청서를 위조해 보험사에 제출했고, 질식사 시킨 도구는 산낙지가 아닌 김씨가 윤씨의 코와 입을 막아 질식으로 인한 혼수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구속 수감 중인 김씨는 아직도 범행을 강경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씨를 범인이라고 확정할 수 없고, 앞으로 긴 재판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려는 아버지의 절규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단순사고사로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음 후에도 가족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은 단 하나. 진실을 파헤치는 것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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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