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로 묻힐 뻔한 ‘산낙지 의문사’의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4.10 12: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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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새 애인과 외제차 타고 나타난, 그놈이 결국…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2년 전 인천에서 20대 여성이 낙지를 먹다 질식한 것으로 사고사(死) 처리된 일명 ‘산낙지 질식사’ 사건. 그런데 사건 발생 2년 만에 범인은 ‘산낙지’가 아닌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근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이 여성의 남자친구를 구속했다. 낙지가 목에 걸려 죽었다는 의문 가득한 죽음을 맞이한 딸과 보험금을 둘러싼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그 진실을 밝혀내려는 아버지. 스물두 살 젊은 여성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그 의문점을 추적해봤다.

2010년 4월 19일 새벽, 술에 취한 딸 윤혜원(당시 22세)씨와 그녀의 남자친구 김모(당시 30세)씨는 횟집에 들러 낙지를 샀다. 2만원어치는 잘게 썰었고 두 마리는 통째로 구매했다. 이들이 통째로 가져간 낙지는 연포탕 등에 쓰이는 낙지로 일반적으로 절단을 해 가져가지 통째로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큰 낙지였다. 낙지를 산 둘은 횟집 인근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1시간 뒤 다급한 목소리로 모텔 카운터에 전화가 왔다.

“낙지 먹다가
내 딸이 죽었다?”

다짜고짜 119를 불러달라는 전화였다. 이에 모텔주인은 전화가 온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을 확인해 보니 사망한 윤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병원으로 곧바로 후송됐지만 결국 낙지로 인한 기도 폐쇄로 뇌사상태에 빠졌고, 16일 후인 2010년 5월 5일 결국 숨을 거뒀다.

갓 스물두 살, 윤씨는 사회초년생이었다. “다툰 남자친구와 화해할지 모른다”며 나갔던 딸은 그렇게 집을 나선지 1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사건은 단순 변사사건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딸의 죽음은 억울하다”는 아버지의 고발로 1년 만에 재조명됐다. 그의 아버지는 딸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남자친구 김씨에 의한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고,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보도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까닭은 하나. 아버지의 주장대로 이 죽음은 남자친구의 계획살인 정황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남자친구 김씨가 유가족 모르게, 또 보험사와 충돌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 정황들이 포착된 것이다.

“딸의 죽음은 억울하다”는 아버지의 고발로 1년 만에 재조명
딸의 남자친구를 둘러싼 보험 관련 의문들…‘계획살인’의 정황까지

윤씨의 부모는 중환자실, 목숨이 바람 앞 등불 같던 딸 옆에서 남자친구 김씨로부터 처음 딸의 보험에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윤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딸이 죽기 3일 전, 걔(남자친구)가 우리에게 처음으로 보험 얘기를 꺼냈다. 몰랐는데 보험설계사인 자기 고모한테 혜원이가 실비보험을 들어놨더라고 하더라. 딸이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정신이 없어 그때는 흘려들었다”는 것이다.

또 김씨는 “혹시라도 혜원이가 잘못되면 입원비로 5천만 원이 나오니 나중에 입원비에 보태 쓰시라”고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윤씨가 가입했다는 그 보험은 실비보험이 아닌 생명보험이었다. 또 보험 가입을 권유한 이는 김씨의 고모가 아닌 김씨였으며, 보험금 역시 5000만 원이 아닌 2억 원이었다.

당시에는 딸이 사경을 헤매고 있어 보험 이야기는 그냥 흘려듣기만 했다는 유족들은 “(김씨가) 식물인간 상태인 딸과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미 한 달 전에, 자기를 배우자로 올려서 혜원이 사망보험금을 받게 손을 써놓았다”고 증언했다.

남자친구의 거짓말과
수상한 행적들


이상한 건 보험금뿐만이 아니다. 특히 이 죽음에 결정적 사망 동기로 등장한 ‘산낙지’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
윤씨는 치아가 모두 썩어 저작 능력이 매우 부실한 상태였다. 그런 윤씨가 대형 낙지를, 그것도 산 채로 먹다가 목에 걸려 질식했다는 것이다.

윤씨의 아버지는 “딸이 이가 평소에도 좋지 않아 낙지 같은 것은 먹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고, 사건당일 낙지를 판매한 상인의 말에 따르면 ‘그런 (큰)낙지를 산 채 먹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사건당일 등장한 낙지는 죽으려고 작정하지 않은 이상, 아니 죽으려고 해도 먹기 힘든 사이즈였다.

남자친구 김씨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딸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 전부터 딸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때까지 이어진 김씨의 거짓말과 수상한 행적들은 이렇다.

그동안 김씨는 사시공부를 한다며 윤씨에게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갖다 썼다. 둘은 평소에도 자주 다퉜고, 사건 직전에도 윤씨는 부모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당일 1주일간 연락이 없던 김씨의 ‘잘해보겠다’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는 것이다.

또 김씨의 전직은 보험설계사였다. 월급여 120만원인 윤씨는 월 보험료 13만 원짜리 사망보험을 들 여유가 없었음에도 김씨는 윤씨에게 “보험금 13만원을 매달 대신 내주겠다”며 안심시키고 사망보험에 가입시켰다.

사건 발생 후 김씨는 주변사람들에 자수성가한 돈 많은 사람의 이미지로 숨져가는 윤씨를 미국이라도 가서 고쳐주겠다고 했을 정도로 살가웠다고 했다. 하지만 딸 사망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어이없어 했다.

윤씨의 부모는 “딸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 딸을 어떤 경우에라도 책임질 것처럼 말해 우리 부부를 안심시켜놓고 그사이 보험금을 전액 상속받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윤씨가 뇌사상태로 누워있던 날 누군가가 보험료를 납입한 흔적까지 발견됐다. 특히 윤씨의 통장에는 잔액이 없어 자동이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확인 결과, 입금자는 박모씨로 김씨 고모의 딸이었다. 김씨가 윤씨의 보험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모 딸을 동원해 돈을 납입했던 것이다.

윤씨가 사망한 후에도 김씨의 행적은 수상했다. 김씨는 윤씨의 영정 앞에서 유가족들에게 “아버지가 십정동에 땅과 건물 1만평을 가지고 있는데 그곳에 홈플러스가 들어선다. 그래서 3억 원에 철거업체를 입찰했는데 깡패들이 매일 찾아와 자기들에게 철거를 넘기라고 해 고민이다”며 사망보험금 수령을 감추기 위해 자신이 부유한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 윤씨의 부모가 찾아가보니 김씨 가족은 반지하 월셋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2억 원의 보험금 빼돌린 후 잠적한 남자친구, “나는 죽이지 않았다”
2년 만에 드러난 보험금 노린 사기극…숨은 진실까지 모두 밝혀내야

김씨는 또 한때 연인이었던 윤씨의 사망 후에도 슬픔이나 죄책감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영위했다. 윤씨가 죽은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김씨가 새 여자친구를 데리고 유흥업소에 온 것을 목격한 윤씨 친구들의 증언, 김씨가 외제차를 사서 새 여자친구를 태우고 다니는 것을 목격한 지인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그러나 남자친구인 김씨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윤씨가 질식사한 경위에 대해 “여자친구가 무언가 먹는 걸 봤다. ‘컥’ 하는 소리가 나 등을 두들겨주고 목에 걸려 있는 것을 뺐다. 그게 (낙지의) 몸통인지 다리인지 확인할 경황은 없었다”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보험 가입 경위에 대해 김씨는 “보험설계사인 고모의 실적을 높여 주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또 보험 수익자가 윤씨의 직계가족에서 김씨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윤씨가 ‘보험금이 부모에게 가는 게 싫다’며 내가 수익자가 되길 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서 정밀감정과 최면수사 등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김씨가 보험금 수익자변경신청서를 위조한 사실을 밝혀냈고, 사건발생 2년 후에야 김씨를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구속했다.

곳곳에 드러난 ‘계획살인’
보험금 노린 타살?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윤씨가 작성한 ‘사망 시 보험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에서 자신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수익자변경신청서를 위조해 보험사에 제출했고, 질식사 시킨 도구는 산낙지가 아닌 김씨가 윤씨의 코와 입을 막아 질식으로 인한 혼수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구속 수감 중인 김씨는 아직도 범행을 강경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씨를 범인이라고 확정할 수 없고, 앞으로 긴 재판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려는 아버지의 절규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단순사고사로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음 후에도 가족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은 단 하나. 진실을 파헤치는 것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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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