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로 묻힐 뻔한 ‘산낙지 의문사’의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4.10 12: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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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새 애인과 외제차 타고 나타난, 그놈이 결국…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2년 전 인천에서 20대 여성이 낙지를 먹다 질식한 것으로 사고사(死) 처리된 일명 ‘산낙지 질식사’ 사건. 그런데 사건 발생 2년 만에 범인은 ‘산낙지’가 아닌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최근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이 여성의 남자친구를 구속했다. 낙지가 목에 걸려 죽었다는 의문 가득한 죽음을 맞이한 딸과 보험금을 둘러싼 그녀의 남자친구, 그리고 그 진실을 밝혀내려는 아버지. 스물두 살 젊은 여성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그 의문점을 추적해봤다.

2010년 4월 19일 새벽, 술에 취한 딸 윤혜원(당시 22세)씨와 그녀의 남자친구 김모(당시 30세)씨는 횟집에 들러 낙지를 샀다. 2만원어치는 잘게 썰었고 두 마리는 통째로 구매했다. 이들이 통째로 가져간 낙지는 연포탕 등에 쓰이는 낙지로 일반적으로 절단을 해 가져가지 통째로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큰 낙지였다. 낙지를 산 둘은 횟집 인근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1시간 뒤 다급한 목소리로 모텔 카운터에 전화가 왔다.

“낙지 먹다가
내 딸이 죽었다?”

다짜고짜 119를 불러달라는 전화였다. 이에 모텔주인은 전화가 온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을 확인해 보니 사망한 윤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병원으로 곧바로 후송됐지만 결국 낙지로 인한 기도 폐쇄로 뇌사상태에 빠졌고, 16일 후인 2010년 5월 5일 결국 숨을 거뒀다.

갓 스물두 살, 윤씨는 사회초년생이었다. “다툰 남자친구와 화해할지 모른다”며 나갔던 딸은 그렇게 집을 나선지 1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사건은 단순 변사사건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딸의 죽음은 억울하다”는 아버지의 고발로 1년 만에 재조명됐다. 그의 아버지는 딸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남자친구 김씨에 의한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고,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보도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까닭은 하나. 아버지의 주장대로 이 죽음은 남자친구의 계획살인 정황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남자친구 김씨가 유가족 모르게, 또 보험사와 충돌하지 않고 보험금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 정황들이 포착된 것이다.

“딸의 죽음은 억울하다”는 아버지의 고발로 1년 만에 재조명
딸의 남자친구를 둘러싼 보험 관련 의문들…‘계획살인’의 정황까지

윤씨의 부모는 중환자실, 목숨이 바람 앞 등불 같던 딸 옆에서 남자친구 김씨로부터 처음 딸의 보험에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

윤씨의 어머니에 따르면 “딸이 죽기 3일 전, 걔(남자친구)가 우리에게 처음으로 보험 얘기를 꺼냈다. 몰랐는데 보험설계사인 자기 고모한테 혜원이가 실비보험을 들어놨더라고 하더라. 딸이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정신이 없어 그때는 흘려들었다”는 것이다.

또 김씨는 “혹시라도 혜원이가 잘못되면 입원비로 5천만 원이 나오니 나중에 입원비에 보태 쓰시라”고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윤씨가 가입했다는 그 보험은 실비보험이 아닌 생명보험이었다. 또 보험 가입을 권유한 이는 김씨의 고모가 아닌 김씨였으며, 보험금 역시 5000만 원이 아닌 2억 원이었다.

당시에는 딸이 사경을 헤매고 있어 보험 이야기는 그냥 흘려듣기만 했다는 유족들은 “(김씨가) 식물인간 상태인 딸과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미 한 달 전에, 자기를 배우자로 올려서 혜원이 사망보험금을 받게 손을 써놓았다”고 증언했다.

남자친구의 거짓말과
수상한 행적들


이상한 건 보험금뿐만이 아니다. 특히 이 죽음에 결정적 사망 동기로 등장한 ‘산낙지’에 강한 의구심이 든다.
윤씨는 치아가 모두 썩어 저작 능력이 매우 부실한 상태였다. 그런 윤씨가 대형 낙지를, 그것도 산 채로 먹다가 목에 걸려 질식했다는 것이다.

윤씨의 아버지는 “딸이 이가 평소에도 좋지 않아 낙지 같은 것은 먹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고, 사건당일 낙지를 판매한 상인의 말에 따르면 ‘그런 (큰)낙지를 산 채 먹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사건당일 등장한 낙지는 죽으려고 작정하지 않은 이상, 아니 죽으려고 해도 먹기 힘든 사이즈였다.

남자친구 김씨의 거짓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딸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 전부터 딸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때까지 이어진 김씨의 거짓말과 수상한 행적들은 이렇다.

그동안 김씨는 사시공부를 한다며 윤씨에게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갖다 썼다. 둘은 평소에도 자주 다퉜고, 사건 직전에도 윤씨는 부모에게 ‘남자친구와 헤어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건 당일 1주일간 연락이 없던 김씨의 ‘잘해보겠다’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는 것이다.

또 김씨의 전직은 보험설계사였다. 월급여 120만원인 윤씨는 월 보험료 13만 원짜리 사망보험을 들 여유가 없었음에도 김씨는 윤씨에게 “보험금 13만원을 매달 대신 내주겠다”며 안심시키고 사망보험에 가입시켰다.

사건 발생 후 김씨는 주변사람들에 자수성가한 돈 많은 사람의 이미지로 숨져가는 윤씨를 미국이라도 가서 고쳐주겠다고 했을 정도로 살가웠다고 했다. 하지만 딸 사망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어이없어 했다.

윤씨의 부모는 “딸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 딸을 어떤 경우에라도 책임질 것처럼 말해 우리 부부를 안심시켜놓고 그사이 보험금을 전액 상속받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윤씨가 뇌사상태로 누워있던 날 누군가가 보험료를 납입한 흔적까지 발견됐다. 특히 윤씨의 통장에는 잔액이 없어 자동이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확인 결과, 입금자는 박모씨로 김씨 고모의 딸이었다. 김씨가 윤씨의 보험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모 딸을 동원해 돈을 납입했던 것이다.

윤씨가 사망한 후에도 김씨의 행적은 수상했다. 김씨는 윤씨의 영정 앞에서 유가족들에게 “아버지가 십정동에 땅과 건물 1만평을 가지고 있는데 그곳에 홈플러스가 들어선다. 그래서 3억 원에 철거업체를 입찰했는데 깡패들이 매일 찾아와 자기들에게 철거를 넘기라고 해 고민이다”며 사망보험금 수령을 감추기 위해 자신이 부유한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 윤씨의 부모가 찾아가보니 김씨 가족은 반지하 월셋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2억 원의 보험금 빼돌린 후 잠적한 남자친구, “나는 죽이지 않았다”
2년 만에 드러난 보험금 노린 사기극…숨은 진실까지 모두 밝혀내야

김씨는 또 한때 연인이었던 윤씨의 사망 후에도 슬픔이나 죄책감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영위했다. 윤씨가 죽은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김씨가 새 여자친구를 데리고 유흥업소에 온 것을 목격한 윤씨 친구들의 증언, 김씨가 외제차를 사서 새 여자친구를 태우고 다니는 것을 목격한 지인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그러나 남자친구인 김씨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다. 김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윤씨가 질식사한 경위에 대해 “여자친구가 무언가 먹는 걸 봤다. ‘컥’ 하는 소리가 나 등을 두들겨주고 목에 걸려 있는 것을 뺐다. 그게 (낙지의) 몸통인지 다리인지 확인할 경황은 없었다”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보험 가입 경위에 대해 김씨는 “보험설계사인 고모의 실적을 높여 주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또 보험 수익자가 윤씨의 직계가족에서 김씨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윤씨가 ‘보험금이 부모에게 가는 게 싫다’며 내가 수익자가 되길 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문서 정밀감정과 최면수사 등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김씨가 보험금 수익자변경신청서를 위조한 사실을 밝혀냈고, 사건발생 2년 후에야 김씨를 ‘사망보험금을 노린 살인죄’로 구속했다.

곳곳에 드러난 ‘계획살인’
보험금 노린 타살?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윤씨가 작성한 ‘사망 시 보험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에서 자신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수익자변경신청서를 위조해 보험사에 제출했고, 질식사 시킨 도구는 산낙지가 아닌 김씨가 윤씨의 코와 입을 막아 질식으로 인한 혼수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구속 수감 중인 김씨는 아직도 범행을 강경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김씨를 범인이라고 확정할 수 없고, 앞으로 긴 재판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려는 아버지의 절규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단순사고사로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죽음 후에도 가족들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은 단 하나. 진실을 파헤치는 것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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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