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69>틈새상품 베스트4

투자 고수는 불황 피해 지름길로 간다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라 하지만 틈새 상품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부동산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나 투자 고수들은 완만한 상승기보다 오히려 현재와 같이 가격 조정기를 투자 적기로 보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남다른 발상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완만한 상승기보다 가격 조정기가 투자 적기
발상의 전환 필요 시점…트렌드 파악 우선

틈새시장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우선 트렌드를 잘 파악해야 한다. 또 부동산 규제가 풀리는 상품이나 지역, 개발호재가 풍부한 지역,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 등을 눈여겨보고 그 지역의 특성, 인구분포, 성향 등을 잘 파악하는 것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니어타운은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매력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전의 실버주택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주거와 의료, 문화, 공동체생활 등이 어우러진 선진형 복합단지로 취득세 등 세제 혜택은 물론 양도나 임대 등 재산권 행사도 자유롭다.

경기도 용인경전철 동백역 앞에 들어서는 ‘로드랜드MC’시니어타운은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총 1190가구의 대단지다. 대지면적 약 17만3000㎡, 지하 5층, 지상 23층 10개동 규모로 임대형 595가구와 분양형 595가구로 구성돼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본격적인 실버시대
선진 복합단지 인기


가장 큰 매력은 부지기증 방식을 통해 800여 병상 규모의 연세세브란스병원이 단지 내에 건립돼 국내 최고 수준의 전용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에서 병원까지 전용 통로로 연결되고 입주민 전용 진찰실이나 주치의 진료 등 평생 의료건강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청소에서 식사, 운동, 여행 예약 등 개인비서나 집사와 같은 철저한 맞춤형 생활서비스 시스템이 운영된다. 각종 취미나 공동체 활동을 위한 1만평 규모의 부대·편의시설과 전용 등산로 등 녹지가 제공된다. GS건설이 시공을 맡을 예정이며 오는 5월 착공과 함께 분양할 계획이다.

로드랜드개발 관계자는 “단지 내 연세세브란스병원과 연계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아파트를 감싸는 보존녹지가 주어지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국내 최대이자 유일무이한 시니어타운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밖에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앞에 위치해 건대병원 의료센터와 연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서울 더 클래식500’과 단지 내에 노인 전문 재활병원을 갖춘 경기도 성남시 금곡동의 ‘더 헤리티지’도 뜨는 시니어타운으로 눈길을 끈다.

최근 다양한 형태의 소모임이 늘면서 모임공간을 빌려주는 사업도 임대시장의 틈새로 떠오르고 있다. 모임공간 임대사업은 책상과 의자, 음료수 등을 갖추고 이용자들이 편하게 모임을 갖도록 장소를 빌려주는 사업을 말한다.

모임공간은 테이블과 의자만 갖춘 방도 있고 노트북이나 빔프로젝터 등 사무용품을 갖춘 방도 있다. 이용료는 보통 1인·2시간 기준으로 5000원 안팎. 커피나 탄산음료 등 수십 가지 음료수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커피숍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트북 등은 시간 단위로 유료로 빌릴 수 있고 장소에 따라 복사나 팩스 서비스도 무료로 할 수 있다. 모임공간은 서울을 중심으로 2009년부터 생기기 시작해 현재 약 100여 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기업형도 등장했다. ‘CNN The Biz’는 YBM의 계열사인 ‘YBM비앤씨’가 최근 론칭한 브랜드로 홍대·건대·선릉·신촌·강남·종로 등 서울에 6개 지점을 갖고 있다. ‘토즈’란 업체는 서울에 16개, 부산에 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모임공간 임대사업은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에서 적합한 사업이다. 아직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오프라인 모임도 늘어나 수요는 꾸준할  것이란 전망이다.

모임공간 임대사업은 근린상가나 사무실 용도의 건물에서 별도의 인허가 없이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모임공간 임대사업을 하려면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나 강남 테헤란로, 신촌이나 홍대 같은 대학가가 좋다고 조언한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1인 창조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소수 인원을 가진 기업이 늘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오피스 임대사업도 틈새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5일부터 1인 창조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이 시행되고 올해 1800억원의 관련 예산이 책정되는 등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소형 오피스의 내부 구조는 면적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컴퓨터와 전화기를 놓을 수 있는 책상과 책장으로 단순하게 구성돼 있다. 각 사무실 중간에는 회의실과 응접실·주방·수면실도 있다.

소형 오피스 임대료
월 40만∼120만원

소형 오피스의 장점은 초기 시설 투자비가 적고 월 임대료가 일반 오피스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소형 오피스의 월 임대료는 면적에 따라 월 40만∼120만원이다. 보증금은 따로 없고 한 달 치 임대료를 시설 예치금으로 내야 하지만, 아무 문제없이 퇴소하면 돌려받을 수 있다.

소형 오피스는 주로 컨설팅이나 IT기업, 전자 상거래, 인터넷 홈쇼핑, 이벤트 업체가 이용한다. 소수 인원을 가진 기업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독특한 아이디어로 창업해 수익을 창출하는 1인 창조기업은 2007년 4만2000개 수준에서 2010년에 23만5000개로 크게 늘었다. 이는 경제활동 인구(2500만명)의 1%에 해당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63.3%가 몰려 있고,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 이상이 각각 37.3%, 32.6%로 많다. 현재 소형 오피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분간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형 오피스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서울의 경우 지하철 2호선 역세권이 좋다. 강남의 테헤란로나 구로, 마포, 여의도 일대가 소형 오피스 임대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에 따라 월 임대료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고 1인 기업이 요구하는 법무·세금·특허 등의 정보를 제공하면 좋다.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아 비즈니스호텔 역시 틈새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류바람 등을 타고 밀려드는 관광객이 든든한 수요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수익형 상품 인기 바람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전까지 호텔은 대기업이나 부호들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큰돈을 들여 짓는 투자상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 등을 대상으로 한 호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공급되고 있다.


비즈니스호텔의 경우 오피스텔 등에 비해 관리가 쉽고 수익률도 다소 높은 편이라 요즘 일반인도 분양 받을 수 있는 호텔에 관심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 중구·마포구·강남구 등 도심을 중심으로 40곳에서 약 6400실 규모의 관광호텔이 건축 공사를 벌이고 있다.

올 연말까지 24개 호텔(3557실)이 문을 열고 2014년까지 새 호텔이 30여 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호텔이 늘어난 데는 외국인 관광객에 비해 숙박시설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외국인 관광객 수는 최근 몇 년 새 급증하고 있다. 2006년 615만명에서 지난해 979만명으로 40% 증가했다.

고령화 시대 시니어타운
소모임 공간 임대사업
1인 기업 소형 오피스
한류바람 비즈니스호텔

호텔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반인도 소액을 투자해 분양받을 수 있는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콘도처럼 객실별로 분양받아 임대수익금(객실 이용료)을 챙기는 것이다.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 중인 호텔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보다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서울 강남권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임대수익률은 평균 연 4∼5%선이다. 중개수수료나 세금, 수리비 등을 제하면 수익률은 더 낮아진다. 반면 현재 운영 중이거나 분양 중인 호텔의 투자수익률은 평균 6∼7%선이다.

투자금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분양 중인 호텔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900만∼1000만원으로, 실당 1억5000만∼2억원선이다. 호텔은 전문업체에서 운영·관리를 맡고 투자자들에게 객실 운영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오피스텔 등처럼 세입자가 바뀔 때마다 매번 중개수수료를 내거나 공실이나 수리 등을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

거래도 자유롭다. 분양 시 각 실별로 구분등기를 하기 때문에 재산권의 제약은 없다. 하지만 호텔은 이전에 접했던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상품과는 다른 점이 많아 투자에 앞서 신중하고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 많다.

우선 한번 분양 받으면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리스크 헤지(위험해소)가 어렵다는 것이다. 구분등기를 하기 때문에 재산권에 제약은 없지만 거의 전문운영업체가 맡아서 관리하기 때문에 내가 분양 받은 객실만 호텔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소액투자 호텔 분양
수익률 평균 6∼7%

새 호텔을 분양 받는다면 영업이 활성화하기까지 예상했던 수익률을 못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금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이라도 광고대로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영업이 부진해 객실 가동률이 낮아질 경우 확정수익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정수익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허위·과장광고로 소송을 할 수도 있지만 피해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허위·과장광고로 판명되고 제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이에 대한 제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가 정도 수준이다.

분양계약 해지나 분양대금 감면 등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들이 주요 수요층이기 때문에 입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일반화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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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