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68>임진년 주목할 상권

명동 안 부러운…수원역 vs 부평역 ‘용호상박’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열린다. 이에 따라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다시 말해 부동산 투자의 적기란 얘기다. 올해 어느 지역 상권이 뜰까. 임진년 주목할 상권을 꼽아봤다.

수원역, 잇따른 교통 호재…점포 권리금 ‘껑충’
부평역, ‘역세권+오피스권’인천 최고 복합상권

자영업자들은 올해 주목할 만한 수도권 소재 상권으로 수원역 일대를 지목했다.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월 한 달간 진행한 ‘올해 주목할 만한 수도권 소재 상권은?’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236명 중 78명(33%)이 수원역 상권을 선택했다.

33% 수원역 선택
유동인구 20만명

수원역 상권은 국철 1호선 수원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상권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수원 일대 대학으로 통학하는 대학생이 대부분 거쳐 가는 곳으로 하루 유동인구만 20만명을 상회하는 지역. 유동인구만 놓고 보면 서울 명동도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아울러 이달 초 수원시가 민간기업과 비용분담 공동협약을 체결하는 등 수원 역세권 개발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는 점은 상권의 향후 전망을 더욱 밝게 하는 요소다.

수원역 일대는 도로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자가용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개발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면 상권을 찾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여기에 수원 신도시 입주민이 대거 늘어남에 따라 지역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업계는 외부인구와 지역민 소비가 모두 활발한 수원역이 최대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상권이 형성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상태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 상권정보업체 대표는 “같은 상권 내에서도 건물과 점포별 노화의 정도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점포를 얻을 때는 반드시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역 상권은 잇따른 ‘교통 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2013년 말 서울 왕십리와 수원을 잇는 지하철 분당선, 현재 역 앞에서 공사가 한창인 수인선 복선전철은 2015년 말 개통 예정에 있다. 2016년에는 서울 강남역과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로 이어지는 신분당선도 들어선다.

2010년부터 KTX가 수원역에 정차하기 시작한 데 이어, KTX 출발역으로 바꾼다는 계획도 나온 상태다. 하루 최대 20만명인 수원역 유동인구는 4∼5년 뒤에는 3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과 인천은 물론 안산·화성·시흥 등 경기도 주민들의 이동이 한층 편해진다.

이런 교통 호재는 수원이 명실상부한 경기 남부권의 최대 교통 요충지로 부상하는 것이어서 지역 상인들의 기대감은 최고에 달한 상태다. 가장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는 상권 중 하나는 수원역 맞은편에 음식점·커피숍 등이 포진한 ‘테마거리’다. 수원에 거주하는 10∼30대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오산·안양 등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원역에서 경기 남부권 대학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런 기대감은 점포 권리금에도 반영되고 있다. 상권정보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수원역 인근 점포의 3.3㎡당 평균 권리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9년 125만원이던 것이 작년 말 257만원 선까지 올랐다.

점포라인 관계자는 “수원역이 인근 주요 도시를 모두 아우르는 교통편을 갖추게 되면 이 지역 상권이 인근 지역의 소비 수요를 빨아들이는 ‘중력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수원역전시장이나 매산시장 등의 영세 상인들도 수원에서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역세권 수혜를 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역 인근 상인들에게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원역이 교통의 요지로 떠오르면서 롯데자산개발이 수원역 인근에 백화점·대형마트·쇼핑몰·영화관 등을 갖춘 연면적 21만㎡ 규모의 롯데몰을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수원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군림한 애경의 AK플라자도 2014년 완공 예정으로 수원역과 연결된 연면적 8만6000㎡ 규모의 쇼핑몰을 새로 지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두 대형 쇼핑몰이 문을 열면 수원역 주변의 중·저가 의류매장이나 액세서리 가게 등은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원역에 이어 많은 선택을 받은 곳은 인천 부평역 상권이었다. 부평역 상권도 올해 주목 받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안양 1번가, 안산 중앙동, 의정부 중앙로…’
수도권서 뜨는 상권 주목…자영업자들 몰려

부평역 일대는 역세상권의 특징과 오피스 상권의 특징이 어우러진 인천 최고의 복합 상권. 지역 명물로 통하는 지하상가 역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올해도 인천 최고 상권의 위상을 굳건히 할 전망이다.

인천의 동쪽 끝에 위치한 부평구는 원래 김포평야의 일부로 곡창지대였으나 수출공업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급속히 변모되었다. 주변에 대우자동차 등의 산업단지와 대규모의 아파트단지가 형성된 부평상권은 부평역 주변을 중심으로 인천최대의 상권으로 발전되고 있다.

1899년 개통되어 105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쉴 새 없이 연결해온 경인선국철은 서울역에서 노량진, 영등포를 지나 부천을 거쳐 인천의 관문인 부평을 지나간다. 부평은 영등포공업단지와 인천임해공업지대 사이에 위치해 있어 경인공업지대의 중심에 해당되는 곳이다.

따라서 자연히 교통시설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위치상의 장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부평역은 기존의 1호선과 인천선이 환승하는 유일한 지점으로 서울등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천시민들 역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이다.

뿐만 아니라 부평역을 중심으로 시내버스 16개, 좌석·광역·공항버스 13개, 마을버스 30여 개의 노선이 운행 중이다. 여기에 부평역 2km거리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송내IC가 위치해 있는 것을 보면 부평역이 외부의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낮에 주부들 많고
밤엔 젊은층 몰려

이러한 지리적 요건과 함께 발전해온 부평역 일대는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이 대우사태로 흔들리고 중소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경제의 침체와 함께 한동안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인천의 문화·경제의 중심지이자 가장 번화한 상권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2000여 세대의 동아아파트를 비롯해 부평극장, 재래시장, 대한예식장,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대한극장, 진선미예식장 등과 주변 10여 개의 은행 및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다.

부평역 상권은 10∼20대 상권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부평지하상가의 1000개가 넘는 매장은 대부분 여성의류, 화장품, 쥬얼리, 이동통신 등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업종이 대다수이다.
또 번화길과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로데오거리는 인천최대규모의 의류 상권으로 국내 유명 의류브랜드 다수가 집결해 있는 곳이다. 유동인구를 분석해보면 낮 시간대에는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주부들이 많고, 저녁이 되면서 10∼20대의 유동이 급격히 많아지는데, 저녁 6∼8시 사이가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모이는 시간대다.


먼저 부평로데오거리를 살펴보면 건대입구역에 있는 로데오거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임차시세는 1층 50㎡(15평) 매장을 기준으로 권리금 2억2000만∼3억5000만원 수준인데 서울시내의 웬만한 상권보다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번화1길 ABC마트에서 문화의 거리 르까프매장까지의 의류 상권은 부평역 로드상권 중 최고의 요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텔슨상호저축은행을 끼고 시장로터리로 내려가다 왼쪽 편에 있는 더바디샵 매장에서 로데오 초입으로 연결되는 골목도 미샤, 더페이스샵 등이 입점해 있는 상급지라 할 수 있다.

다만 의류·화장품 등의 업종다수가 지하상가 내에 입점해 있는 상태여서 상당부분의 소비가 지하상가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창업자들이 로데오거리보다는 오히려 지하상가에 점포를 내려는 성향을 가진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문화의 거리의 경우 소비연령층이 다소 높은 것이 특징인데 입점해 있는 브랜드 역시 30∼40대 위주의 것이 많은 편이다. 시세는 권리금 1억∼2억원, 보증금 6000만∼1억원, 임대료 120만∼210만원 수준이다. 매장 앞에 노점상이 길게 자리 잡고 있어서 길 건너편에서의 간판노출이 쉽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시장길 대로변과 그 밖의 지역은 위의 입지에 비해 다소 여건이 떨어지지만 경우에 따라 업종선정이 잘 된 자리의 경우 상당한 매출이 기대되는 곳이다. 시장길 대로변은 패스트푸드, 이동통신, 분식 등이 주업종이며 진선미예식장으로 이어지는 먹자골목은 중대형 음식점 위주의 상권이다.

시세는 99㎡(30평) 규모의 음식점을 기준으로 권리금 8000만∼1억7000만원, 보증금 1억2000만∼2억원, 임대료 280만∼380만원 선으로 권리금은 저렴하고 보증금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젊은 사람들과 퇴근길 직장인이 동시에 몰려드는 곳이 바로 먹자골목이어서 오히려 판매업종보다 음식점 장사가 더 실속 있다는 현지인들의 설명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부평역 상권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인 부평지하상가는 서울강남역에 비견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점포수만 1100여 개에다 8000여 평의 규모로 형성된 이곳은 10∼20대가 소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상권으로 중저가 캐주얼 의류와 여성의류, 화장품 등이 주업종이다.

역사건물 내에 롯데마트와 멀티플렉스극장이 입점해 있는데다 부평역지하상가와 신부평지하상가, 성일로지하상가, 중앙지하상가 등이 하나의 큰 지하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지하상가 자체에서 소비행위를 하는 계층이 매우 많은 것이 장점이지만 화장품과 같은 일부업종은 너무 많이 입점하는 바람에 몇몇 매장이 조기에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 수도권 상권은
불황서 자유롭다”

부평지하상가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상가가 길게 퍼져 있어서 위치에 따른 매출차이가 매우 큰 편이므로 점포를 구할 때 가급적이면 지하철 이용자들의 동선이 확보되는 자리를 일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시세는 위치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는 가운데 1층 2칸(5∼6평 안팎)기준으로 보증금 2000만∼4000만원, 임대료 70만∼180만원, 권리금 5000만∼3억원까지 형성되어 있다.

동인천역사와 주안역 상권이 상권의 힘을 유지하지 못하고 차츰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부평역 상권은 아직까지 커다란 어려움 없이 꾸준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들이 외지로 이전함에 따라 지역경제가 위축되었던 부분들 역시 최근 수출 4공단 리모델링 등 수출산업공단의 첨단화 계획과 물류중심지로의 도시재생사업 등 자구노력의 성과가 발생된다면 어느 정도 치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낙후된 시설과 대형유통시설의 진입으로 활기를 잃어가던 부평종합시장 등 재래시장들도 다양한 현대화 사업을 통해 다소나마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부평역 상권은 구매력이 왕성한 10∼20대를 공략하는데 성공함과 동시에 지역 상권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인천제일의 상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역과 부평역 상권에 이어 안양 1번가 상권을 선택한 응답자가 42명(18%), 안산 중앙동 상권을 선택한 응답자가 35명(15%), 의정부 중앙로 상권을 선택한 응답자가 28명(12%) 순이었다. 비록 수원역과 부평역 상권을 선택한 응답자가 절반을 넘었지만 다른 지역을 선택한 응답자들 역시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주요 상권은 불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자영업자들의 믿음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