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나이트클럽 '꽃뱀알바'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10 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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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아는 레스토랑 있는데…같이 가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연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애인이 없는 남성들은 마음도 추운 날씨다. 이런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지갑을 활짝 열게 하는 얼굴만 예쁜 '꽃뱀알바'가 판치고 있다. 이들은 수려한 외모와 입심으로 남성들을 유혹해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게 하고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 한 끼 식사가 180만원, 하룻밤 술값이 150만원이면 말 다했다. '꽃뱀'은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이들 중 일부가 경찰에 적발됐지만 꽃뱀알바들의 미인계 영업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꽃뱀알바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꽃뱀 10명이 남성 720명에게 4억원 뜯어내
계산서 받아들면 늦어, 메뉴판 ‘꼭’ 확인해야

지난달 30일 수도권 일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인해 최대 180만원의 음식값을 내게 한 업주 A(4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레스토랑을 내고 이른바 '꽃뱀알바'들을 고용해 부천과 고양, 인천, 서울 구로구 등지의 나이트클럽에서 남성들을 유인해 30만원에서 최고 180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도록 하는 등 지난해 11월까지 총 4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업소의 신용카드 거래내역과 금융계좌를 추적을 통해 720명의 남성이 최소 30만원에서 많게는 180만원에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A씨 등 식당관계자 4명과 꽃뱀알바 여성 종업원 10명에 대해서는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다.

한 끼 식사가
180만원이라고?


꽃뱀알바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9시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조금 이른 시간 때문인지 손님이 많아 보이게 하는 역할인 속칭 '바람잡이'들만 테이블에 앉아 있을 뿐 내부는 한산했다.

나이트클럽 관계자를 만나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 요청을 했다. '기자'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던 이 관계자는 꽃뱀알바에 관한 취재라고 밝히자 얼굴이 밝아졌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꽃뱀은 큰 골칫거리다"며 취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상을 올려주는 남자손님을 빼가는 꽃뱀이 그 만큼 많다는 것.

관계자가 소개한 꽃뱀을 잘 알고 있다는 3년차 웨이터 김익철(30·가명)씨의 안내를 받아 나이트클럽 전경이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밤 11시가 넘자 클럽 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과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남녀 쌍쌍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30여 분이 지나자 김씨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을 데려와 기자의 맞은편에 앉혔다. "즐거운 시간 되십쇼"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김씨는 기자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드디어 꽃뱀이 나타난 것.

자신을 '24살의 간호사'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자연스럽게 기자의 옆 자리로 옮겨 앉았다. 몇 마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눈 지 20여 분이 지났을 무렵 이 여성은 기자에게 "답답하다. 잘 알고 있는 분위기 좋은 단골 칵테일바가 있다"며 "조용한 곳에서 술 한 잔 더 하자"고 말했다. 기자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말로 일단 여성을 돌려보냈다.

다짜고짜 나가서
술 마시자는 여성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한 여성이 웨이터의 안내 없이 홀로 기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 여성은 대뜸 "이 시간까지 여자 한 명 못 낚고 뭐하고 있냐. 시간도 늦었으니 나가서 바람도 쐬고 밥이나 먹자"며 기자를 이끌었다. 기자는 못 이기는 척 이 여성을 따라나섰다. 5분 정도를 걸었을까? 이 여성을 따라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레스토랑을 잘 알고 있는 듯 직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열어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몇 가지 안주와 하우스와인 두 잔을 주문하고 메뉴판을 직원에게 다시 건넸다. 메뉴판을 금방 다시 받아드는 직원의 행동과 주문을 한 이 여성의 행동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기자는 이쯤에서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했다. 이 여성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고 한동안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허둥지둥 짐을 챙기고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직원을 불러 주문을 취소하고 메뉴판을 가져다 줄 것을 요구했다. 직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기자의 눈이 의심스러워졌다. 이 여성이 주문했던 안주 몇 개의 가격은 각각 10만원에 육박했고 하우스와인 1잔이라는 글씨 옆에는 4만원이라는 가격이 적혀있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팔리는 하우스와인은 시중에서 병당 5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카운터를 보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방금 나간 여성이 이곳에 자주 오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다"고 답하더니 "주문하지 않을 거면 나가달라"고 말했다.

"기다리겠다"는 여성, 계산하고 나오니 어디로?
이름도 모르는 싸구려 양주가 한 병에 50만원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는 박모(34)씨는 비슷한 사례 때문에 쓴맛을 봤다. 박씨는 얼마 전 경기도 안양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꽃뱀알바에 걸려 바가지 술값에 호되게 당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밤 11시께 나이트에 들어간 박씨는 담당 웨이터에게 팁까지 찔러주며 부킹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퇴짜만 맞았다.

그러던 중 외모가 괜찮은 여성 두 명과 합석이 이뤄졌고 맥주 몇 잔을 주고받았다. 이 여성들은 그때까지 퇴짜를 놓던 여성들과는 다르게 매우 호의적으로 다가왔고 그런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박씨는 2차를 제의했다. 그러자 여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주 한 잔 사 달라"는 말을 하며 근처 호프집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박씨의 친구는 귓속말로 "뭔가 이상하다"며 박씨를 만류했지만 미모의 여성 둘이 달라붙는 통에 결국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고 박씨만 여성들을 따라 호프집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여성이 직원을 불러 양주와 과일안주를 주문했다. 여성이 주문한 양주의 이름이 생소했지만 박씨는 '고급 룸살롱도 아니고 일반 호프집 양주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냐'는 생각에 메뉴판도 보지 않고 술을 마신 게 실수였다.

순식간에 양주 한 병을 비워버린 일행은 추가로 같은 양주를 주문했다. 박씨는 술값이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친구의 파트너였던 여성이 "집에 간다"며 자리를 피하자 하룻밤(?)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주까지 추가적으로 주문하면서 술을 마셨다.

시가 5만원 와인
한 잔에 4만원

양주 두 병을 다 비웠을 무렵 여성이 "그만 일어나자. 밖에서 기다리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빠져나갔다. 카운터에서 계산서를 받아든 박씨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술값이 150만원이 나온 것. "주문이 잘 못 된 것 같다"며 직원에게 메뉴판을 요구해 가격을 확인했지만 여성이 시킨 양주는 한 병에 6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여자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할 수 없이 계산을 마치고 술집 밖으로 나왔지만 여성은 이미 사라진 상태. 이름도 모르는 양주 두 병과 과일안주에 자신의 월급 반을 날린 박씨는 홀로 설움과 분노를 삼켜야 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께 전날 갔던 강남의 나이트클럽을 다시 찾았다. 꽃뱀알바를 잘 알고 있다던 김씨를 다시 만나 꽃뱀알바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꽃뱀알바를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다른 본업이 있다. 쉬는 날을 이용해 알바를 한다는 것. 꽃뱀알바들은 나이트클럽, 부킹호프, 클럽 등 즉석만남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자신들의 본업을 하는데도 별 지장을 받지 않는다.


짭짤한 부업 수단이라는 것. 정작 남성들을 꼬시지 못하더라도 그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꽃뱀알바들은 꼬신 남성들을 자신이 속한 고급 식당이나 술집으로 데려가고 미리 숙지한 메뉴를 주문한다. 꽃뱀알바들이 남성을 데리고 해당 술집에 들어서면 통상 술집 종업원들은 메뉴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남성들이 메뉴판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 혹시라도 남성들이 메뉴판을 요구할 경우 갖가지 애교와 말발로 남성들의 마음을 현혹한다.

일단 주문에 성공하면 남은 것은 지속적인 추가주문을 통해 술집 매출을 올리는 것. 여성들은 술을 마셨다가 준비된 수건에 뱉거나 바닥에 쏟아버리는 식으로 빠르게 술을 소비하고 취할 듯 말 듯한 모습을 보이며 남성들에게 술을 주문할 것을 요구한다. 남성이 취기가 올랐을 경우에는 남자가 용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웠을 때 술병의 술을 비워버리기도 한다. 일부 술집은 꽃뱀알바들이 앉는 의자 밑에 술을 버리기 위한 통도 비치한다. 단순한 쓰레기통으로 보여 남성들도 의심하지 않는다.

경찰 단속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

꽃뱀알바들의 수입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남성과 마신 술값의 10~50%를 챙기는 수법으로 한 달에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 이상 벌기도 한다. 비교적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남성들에게서는 적은 액수를, 완전히 넘어왔다 싶은 남성들에게서는 큰 액수를 주문하게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는 게 지속적으로 뜯어먹을(?) 수 있는 요령이다.

경찰 단속을 피하는 법도 밝혔다. 단속이 뜨면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면 된다는 것. 업주와의 관계가 들통 난다 하더라도 "기왕 팔아줄 것 아는 사람 매상 올려줬다고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나이트 등에서 여자를 만나 2차를 나가게 된다면 메뉴판을 꼭 확인해야 한다. 상대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알아 놓는 것이 꽃뱀에게 물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피해예방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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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