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나이트클럽 '꽃뱀알바'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10 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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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아는 레스토랑 있는데…같이 가요"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연일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애인이 없는 남성들은 마음도 추운 날씨다. 이런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지갑을 활짝 열게 하는 얼굴만 예쁜 '꽃뱀알바'가 판치고 있다. 이들은 수려한 외모와 입심으로 남성들을 유혹해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게 하고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 한 끼 식사가 180만원, 하룻밤 술값이 150만원이면 말 다했다. '꽃뱀'은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이들 중 일부가 경찰에 적발됐지만 꽃뱀알바들의 미인계 영업은 아직도 성행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꽃뱀알바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꽃뱀 10명이 남성 720명에게 4억원 뜯어내
계산서 받아들면 늦어, 메뉴판 ‘꼭’ 확인해야

지난달 30일 수도권 일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인해 최대 180만원의 음식값을 내게 한 업주 A(4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레스토랑을 내고 이른바 '꽃뱀알바'들을 고용해 부천과 고양, 인천, 서울 구로구 등지의 나이트클럽에서 남성들을 유인해 30만원에서 최고 180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도록 하는 등 지난해 11월까지 총 4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업소의 신용카드 거래내역과 금융계좌를 추적을 통해 720명의 남성이 최소 30만원에서 많게는 180만원에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A씨 등 식당관계자 4명과 꽃뱀알바 여성 종업원 10명에 대해서는 사기혐의로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다.

한 끼 식사가
180만원이라고?


꽃뱀알바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오후 9시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조금 이른 시간 때문인지 손님이 많아 보이게 하는 역할인 속칭 '바람잡이'들만 테이블에 앉아 있을 뿐 내부는 한산했다.

나이트클럽 관계자를 만나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 요청을 했다. '기자'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던 이 관계자는 꽃뱀알바에 관한 취재라고 밝히자 얼굴이 밝아졌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꽃뱀은 큰 골칫거리다"며 취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상을 올려주는 남자손님을 빼가는 꽃뱀이 그 만큼 많다는 것.

관계자가 소개한 꽃뱀을 잘 알고 있다는 3년차 웨이터 김익철(30·가명)씨의 안내를 받아 나이트클럽 전경이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밤 11시가 넘자 클럽 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과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 남녀 쌍쌍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30여 분이 지나자 김씨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을 데려와 기자의 맞은편에 앉혔다. "즐거운 시간 되십쇼"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김씨는 기자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드디어 꽃뱀이 나타난 것.

자신을 '24살의 간호사'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자연스럽게 기자의 옆 자리로 옮겨 앉았다. 몇 마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눈 지 20여 분이 지났을 무렵 이 여성은 기자에게 "답답하다. 잘 알고 있는 분위기 좋은 단골 칵테일바가 있다"며 "조용한 곳에서 술 한 잔 더 하자"고 말했다. 기자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말로 일단 여성을 돌려보냈다.

다짜고짜 나가서
술 마시자는 여성

어느덧 시간은 새벽 1시. 한 여성이 웨이터의 안내 없이 홀로 기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 여성은 대뜸 "이 시간까지 여자 한 명 못 낚고 뭐하고 있냐. 시간도 늦었으니 나가서 바람도 쐬고 밥이나 먹자"며 기자를 이끌었다. 기자는 못 이기는 척 이 여성을 따라나섰다. 5분 정도를 걸었을까? 이 여성을 따라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레스토랑을 잘 알고 있는 듯 직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열어보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몇 가지 안주와 하우스와인 두 잔을 주문하고 메뉴판을 직원에게 다시 건넸다. 메뉴판을 금방 다시 받아드는 직원의 행동과 주문을 한 이 여성의 행동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기자는 이쯤에서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요청했다. 이 여성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고 한동안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허둥지둥 짐을 챙기고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직원을 불러 주문을 취소하고 메뉴판을 가져다 줄 것을 요구했다. 직원이 가져온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기자의 눈이 의심스러워졌다. 이 여성이 주문했던 안주 몇 개의 가격은 각각 10만원에 육박했고 하우스와인 1잔이라는 글씨 옆에는 4만원이라는 가격이 적혀있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팔리는 하우스와인은 시중에서 병당 5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카운터를 보고 있는 직원에게 다가가 "방금 나간 여성이 이곳에 자주 오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다"고 답하더니 "주문하지 않을 거면 나가달라"고 말했다.

"기다리겠다"는 여성, 계산하고 나오니 어디로?
이름도 모르는 싸구려 양주가 한 병에 50만원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있는 박모(34)씨는 비슷한 사례 때문에 쓴맛을 봤다. 박씨는 얼마 전 경기도 안양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꽃뱀알바에 걸려 바가지 술값에 호되게 당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밤 11시께 나이트에 들어간 박씨는 담당 웨이터에게 팁까지 찔러주며 부킹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매번 퇴짜만 맞았다.

그러던 중 외모가 괜찮은 여성 두 명과 합석이 이뤄졌고 맥주 몇 잔을 주고받았다. 이 여성들은 그때까지 퇴짜를 놓던 여성들과는 다르게 매우 호의적으로 다가왔고 그런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박씨는 2차를 제의했다. 그러자 여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주 한 잔 사 달라"는 말을 하며 근처 호프집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박씨의 친구는 귓속말로 "뭔가 이상하다"며 박씨를 만류했지만 미모의 여성 둘이 달라붙는 통에 결국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고 박씨만 여성들을 따라 호프집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여성이 직원을 불러 양주와 과일안주를 주문했다. 여성이 주문한 양주의 이름이 생소했지만 박씨는 '고급 룸살롱도 아니고 일반 호프집 양주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냐'는 생각에 메뉴판도 보지 않고 술을 마신 게 실수였다.

순식간에 양주 한 병을 비워버린 일행은 추가로 같은 양주를 주문했다. 박씨는 술값이 걱정되기 시작했지만 친구의 파트너였던 여성이 "집에 간다"며 자리를 피하자 하룻밤(?)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주까지 추가적으로 주문하면서 술을 마셨다.

시가 5만원 와인
한 잔에 4만원

양주 두 병을 다 비웠을 무렵 여성이 "그만 일어나자. 밖에서 기다리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빠져나갔다. 카운터에서 계산서를 받아든 박씨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술값이 150만원이 나온 것. "주문이 잘 못 된 것 같다"며 직원에게 메뉴판을 요구해 가격을 확인했지만 여성이 시킨 양주는 한 병에 60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여자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할 수 없이 계산을 마치고 술집 밖으로 나왔지만 여성은 이미 사라진 상태. 이름도 모르는 양주 두 병과 과일안주에 자신의 월급 반을 날린 박씨는 홀로 설움과 분노를 삼켜야 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께 전날 갔던 강남의 나이트클럽을 다시 찾았다. 꽃뱀알바를 잘 알고 있다던 김씨를 다시 만나 꽃뱀알바의 모든 것을 들어봤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꽃뱀알바를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다른 본업이 있다. 쉬는 날을 이용해 알바를 한다는 것. 꽃뱀알바들은 나이트클럽, 부킹호프, 클럽 등 즉석만남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자신들의 본업을 하는데도 별 지장을 받지 않는다.


짭짤한 부업 수단이라는 것. 정작 남성들을 꼬시지 못하더라도 그녀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꽃뱀알바들은 꼬신 남성들을 자신이 속한 고급 식당이나 술집으로 데려가고 미리 숙지한 메뉴를 주문한다. 꽃뱀알바들이 남성을 데리고 해당 술집에 들어서면 통상 술집 종업원들은 메뉴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남성들이 메뉴판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 혹시라도 남성들이 메뉴판을 요구할 경우 갖가지 애교와 말발로 남성들의 마음을 현혹한다.

일단 주문에 성공하면 남은 것은 지속적인 추가주문을 통해 술집 매출을 올리는 것. 여성들은 술을 마셨다가 준비된 수건에 뱉거나 바닥에 쏟아버리는 식으로 빠르게 술을 소비하고 취할 듯 말 듯한 모습을 보이며 남성들에게 술을 주문할 것을 요구한다. 남성이 취기가 올랐을 경우에는 남자가 용변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웠을 때 술병의 술을 비워버리기도 한다. 일부 술집은 꽃뱀알바들이 앉는 의자 밑에 술을 버리기 위한 통도 비치한다. 단순한 쓰레기통으로 보여 남성들도 의심하지 않는다.

경찰 단속 나와도
'모르쇠'로 일관

꽃뱀알바들의 수입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남성과 마신 술값의 10~50%를 챙기는 수법으로 한 달에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 이상 벌기도 한다. 비교적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남성들에게서는 적은 액수를, 완전히 넘어왔다 싶은 남성들에게서는 큰 액수를 주문하게 하지만 무리하지는 않는 게 지속적으로 뜯어먹을(?) 수 있는 요령이다.

경찰 단속을 피하는 법도 밝혔다. 단속이 뜨면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면 된다는 것. 업주와의 관계가 들통 난다 하더라도 "기왕 팔아줄 것 아는 사람 매상 올려줬다고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나이트 등에서 여자를 만나 2차를 나가게 된다면 메뉴판을 꼭 확인해야 한다. 상대의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알아 놓는 것이 꽃뱀에게 물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피해예방법"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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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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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