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장악 박근혜 ‘끝장 노림수’ 막전막후

박(朴-博) 터지는 파워게임 “오래 끌면 둘 다 죽는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전 대표의 표정이 요즘 사뭇 비장하다. 여태 겉으로만 맴돌다 당에 안착해 지휘봉을 잡은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9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자 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홍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공천권을 포함한 전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갈등이 극에 달한 것이다.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까지 하는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맞이하자 박 전 대표가 드디어 나섰다. 혼란하다 못 해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은 ‘여왕님의 귀환’에 일사분란하게 교통정리 됐지만 박 전 대표로서도 수많은 과제에 직면했다. 박 전 대표로선 대권으로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에서 산적한 7대 과제를 우선 풀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명박 대통령과의 ‘끝장 승부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즘이다.  

<박근혜가 풀어야 할 7대 과제>
① 비대위원회의 구성 ② 당내 화합과 소통
③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④ 합리적인 공천권 사용
⑤ 보수 대통합 ⑥ 경제 살리기 ⑦ 총선 승리 ‘121석 이상?’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탈당까지 감행한 쇄신파의 불만을 잠재운 그는 ‘대선출마 1년6개월 전 당직 사퇴’ 당헌·당규가 개정됨에 따라 당권을 잡고 대권을 도전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온갖 구설수와 책임론 등에 휩싸였지만 묵묵히 참아낸 그에게는 지난 5년5개월의 보상을 한꺼번에 받은 듯 크나큰 성과다.

당권 잡고 대권 도전
두 마리 토끼 잡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2년7개월 만에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긴박한 현 상황을 짚은 뒤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우리가 국민에게 다가가고, 또 얼마나 우리가 국민의 삶을 챙기고, 어려움에 대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얼마나 국민과 함께 하느냐, 이것에 우리 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또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짧은 기간 동안 모두가 매진하겠다고 할 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다 풀리고 녹아있다”고 ‘화합과 통합’을 외쳤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으로 난파 위기에 직면했던 당을 구했던 박 전 대표지만 다시 한 번 한나라당을 외면한 민심의 구렁텅이 속에서 꺼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첫 번째로 부딪힌 과제는 비대위원회의 구성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직면한 과제다. 15인 이내로 꾸려질 비대위는 박 전 대표의 인사 스타일을 가늠할 첫 단추로 여겨진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다. 친박계의 해체를 공언한 박 전 대표는 당내인사보다는 외부인사로 비대위를 꾸릴 예정이지만 여의치 않으면 당내인사로 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선 의원은 “비대위원들이 이명박 정부 내각처럼 ‘고소영, 강부자’ 식이거나 ‘그 나물에 그 밥’식이면 초장부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 주변에선 당내 사정에 어두운 외부인사를 영입하기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등을 포함해 통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번째 과제로 ‘당내 화합과 소통’이 박 전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가 와해되자 당내에서는 재창당 논란이 불거졌다. 비대위의 권한과 활동기간을 놓고 당내 쇄신파를 비롯해 비박계는 재창당을 강하게 요구했고, 이 와중에 김성식·정태근 의원이 탈당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쇄신파와 박 전 대표 사이에 오해를 빚은 ‘메모지’ 논란은 박 전 대표에게 ‘인의 장막’ ‘불통 정치’라는 오점을 남겼다.

박 전 대표가 쇄신파와의 회동에서 오해라고 해명했으며 해당의원을 문책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 4년간 보여 온 ‘칩거 아닌 칩거’와 이번 불통 사건은 그가 극복해야 할 크나큰 과제로 남게 됐다.

정치전문가들은 “당 전면에 나선 이상 지금까지 보여준 ‘신비주의’ 전략으로는 힘들다”며 “소통의 기술, 능력, 방법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통’을 통한 ‘화합’으로 박 전 대표의 통합 능력이 입증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친박을 해체하며 계파 갈등을 없애고 하나 됨을 강조한 박 전 대표지만 여전히 잠재해있는 쇄신파들의 추가적인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고 친이계나 비박계 인사들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당내 대권 경쟁주자인 김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과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 불통의 정치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이들을 끌어안고 공정한 경쟁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공정한 경쟁으로 치열한 경선이 되어 흥행에 성공한다면 박 전 대표에게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배척하고 싱거운 경선이 되어 버린다면 당내의 비난은 물론이고 흥행에 실패해 대선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MB와의 차별화
필수과제, 본격화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세 번째 과제로 손꼽혔다. 친박계는 그간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선언을 공공연히 해왔지만 이제는 본격화 할 태세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가 아닌 양극화 문제 해결에 관한 정책이나 복지에 관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 대통령의 성장주의와는 다른 점을 부각하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원칙적이고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차별화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권을 잡은 박 전 대표지만 궁극적 최종 목적지는 대권이기 때문에 민심을 잃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하되 갈등과 반발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지만 각고의 노력을 기울듯 여겨진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과 동남권 신공항 등의 문제로 이미 이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온 박 전 대표이기에 더욱더 신중해 보인다.

네 번째 과제로 많은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공천문제다.
 
박 전 대표는 “가장 모범적인 공천을 완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원들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기 때문에 아주 민감한 부분이다.

주도권을 내준 쇄신파와 비박계로서는 당장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어 이들을 잘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비대위 쇄신 과정에서 인적 쇄신을 통해 ‘친박 공천에 기득권을 주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을 넘어 친박계 의원들의 자발적 불출마 유도를 통해 각 계파 밑바닥에 쌓인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일단 박 전 대표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엔 ‘여야가 동시에 하지 않으면 채택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따라서 지난 2004년 당 대표 시절 김문수, 박세일 두 공심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던 것처럼 외부인사 위주의 공심위에 전권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박 전 대표는 공심위에 ‘외풍’을 막는데 주력하는 방안이 점쳐지기도 한다.

또한 당 밖으로는 ‘박세일 신당’ 등 보수진영의 새로운 정당 출현으로 분열되는 보수정치세력을 한나라당의 든든한 우군으로 묶어야 하는 것도 다섯 번째 과제로 지목됐다.
 
‘중도’라 선언했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지지층과 겹치는 박세일 신당이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울 수 있어 어떻게든 ‘통합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야권이 통합정당을 도출해낸 상황에 보수의 분열은 곧 대권판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크나큰 문제이기에 박 전 대표에게는 무엇보다 크나큰 과제이다.

5년5개월 만에 당 전면에 등장, 혼란한 한나라당 한방에 교통정리 
많은 악재 속에 귀환한 여왕님 파워, 어느 정도 일지 정치권 촉각

여섯 번째 과제로 ‘경제 살리기’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져 있고 고물가와 전세난, 등록금 문제 등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제 하나만큼은 꼭 살리겠다’던 이명박정부가 이를 실패한 만큼 국민들은 가시적이고 피부에 느껴질 수 있는 경제정책을 내놓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살펴 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과제로 총선 승리가 남아 있다. 이것이 박 전 대표로서는 마지막 퍼즐로 여겨진다. 현재의 위기를 잘 추슬러 4달여 남은 총선에 승리한다면 박 전 대표 체제로의 비대위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대권행보 역시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전 대표는 지난 17대 총선 선전, 2006년 5.31지방선거 압승,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연전연승 등 불패의 신화를 기록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이번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패배하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일단 정치권에서는 지난 2004년 탄핵 이후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한나라당이 거둔 121석을 기준으로 잡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과감한 당 개혁 조치를 내놓은 뒤 전국을 돌며 읍소해 여당의 개헌 저지선인 121석(지역구 100석+비례대표 21석)을 얻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한나라당의 현 상황이 탄핵 후폭풍 당시와 비슷한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점에서 121석 안팎을 건지느냐가 비대위원장인 박 전 대표의 총선 성패를 가를 기준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선거의 여왕’
기준은 121석?

이처럼 당 전면에 나선 박 전 대표에게는 검증받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간 보여 왔던 ‘수첩공주’ 이미지를 탈피해 당을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해 한나라당을 재건하는 것은 그의 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악재 속에 귀환한 여왕님의 파워가 어느 정도일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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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