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자정당’ 인식 지우기 나선 내막

지킬 것 많은 의원들 선거철 다가오니 발등의 불?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한나라당이 10·26 재보선 완패에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자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 당내에서 ‘버핏세(부유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며 부자감세를 줄기차게 주장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따라서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국민들의 시선도 ‘선거가 다가오니 또 시작이다’며 차갑기만 하다. 부자들의 ‘부자정당’ 인식 지우기 실태를 조명해봤다.

부자감세 노래를 부르더니 ‘버핏세’ 도입 논란
부자의원 상위 10명중 9명이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을 떠올릴 때 블루컬러, 고급오픈카를 타고 농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 2일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한 20대 토론자가 밝힌 한나라당에 대한 인식이다. 그만큼 한나라당은 ‘부자정당’ ‘부자들을 위한 정당’으로 인식되고 각인되어 있다. 

뿌리깊이 각인된
‘부자정당’ 인식


국민들의 인식만 부자정당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국회 299석 중 169석(56.5%)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의석수 부자정당’은 물론 소속 의원들의 평균재산 역시 다른 당을 압도하고 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의원 1인당 평균재산은 대기업 오너인 정몽준(현대중공업 등 3조6708억원)·김호연(빙그레 등 2104억원) 의원을 제외하고도 36억2942만원이다. 이는 민주당(19억85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부자의원 상위 10명을 살펴봐도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110억원)을 뺀 9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정몽준·김호연 의원에 이어 조진형(945억원)·김세연(825억원)·윤상현(212억원)·강석호(158억원)·정의화(153억원)·김무성(149억원)·임동규(113억원) 의원 순으로 1위부터 9위까지를 휩쓸고 있다.

그에 반해 하위 10명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4명밖에 없다. 또한 지난해 서민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회의원 4명 중 3명이 재산을 불렸다.

재산이 증가한 의원은 전체 국회의원 292명(이재오·정병국·유정복·진수희 장관 겸임자 제외) 중 75.0%인 219명이다. 이는 2009년 293명 중 53.2%인 156명의 재산이 늘었던 것과 비교할 때 확연히 높아진 수치이다.
 
특히 1억원 이상 재산 증가자도 전체의 47.3%인 138명이었다. 주요 재산 증가 요인으로는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평가액 변동이 꼽혔다.

재산 증가 상위 10인을 살펴보면 이 또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 금액도 실로 엄청났다.

정 의원이 2조2207억4586만원 증가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김 의원이 272억4639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윤상현(150억7011만원), 조진형(59억1905만원), 정의화(31억5107만원) 의원 순으로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한나라당 의원이 차지했다.
 
6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에는 한나라당 의원으로 8위에 13억498만원 증가를 보인 배영식 의원이 있었고 나머지 순위는 민주당 2명, 창조한국당 1명, 미래연합연대 1명씩 차지했다.

상위 10명의 재산 증가 총액은 2조2797억4795만원이었고 정 의원과 김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1년만에 317억5570만원이라는 엄청난 증가 금액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도 7800만원이 증가해 총액은 22억4000만원이 됐다. 재산 증가는 거주지인 서울 삼성동 단독주택 평가액이 오른 게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 박 전 대표의 재산에 대한 의혹들이 더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의원 평균 재산 민주당의 약 두 배
자신의 기득권 버릴 수 있는 결단과 용기 필요


국회의원 전 직업을 살펴봐도 법조인·기업인·고위관료 등 정치권 입문 전부터 ‘기득권층’인 인사가 상대적으로 많다.
 
판사·검사·변호사 출신이 38명이나 돼 ‘한나라당=법조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언론계(15명), 기업가·기업체 임원(10명), 관료(12명), 의약계(7명) 등 전문직 출신이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직 종사 경력을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 처리에 앞장서 국민들의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검찰 출신 의원들이 여야 합의마저 뒤집으면서 검찰 쪽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힘을 쏟았고, 신문기자 출신 의원들은 지난해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법’ 처리에 앞장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산상위 1~9위
한나라당 싹쓸이


이렇듯 부자와 기득권 세력이 많은 한나라당에서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물리는 ‘버핏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을 필두로 한 쇄신파들이 쇄신을 요구하며 도입을 공론화하고 있어 물밑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버핏세 도입 주장은 한나라당이 ‘부자정당’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에 불고 있는 쇄신 바람과도 무관치 않다. 중산층과 중도층에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는 점도 당 일각에서 버핏세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버핏세는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지난해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를 재정적자 감축 방안의 하나로 도입을 제안했지만,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소장파 등 쇄신파에서 주로 거론하고 있는 버핏세는 소득세의 최고구간과 최고세율의 과표 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고 증권소득과 이자소득까지 모두 합산해 종합부동산처럼 과세하는 방안이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복지수요 확대 및 재정 건전성 유지와 관련해 부자증세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버핏세는 어차피 총선 전에 야당이 한나라당을 부자 정당으로 몰면서 제기할 문제”라며 “그때 가서 수세적인 입장에서 논의하느니 차라리 한나라당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버핏세 도입에 대해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보수층과 대기업으로부터 포퓰리즘과 좌클릭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다, 주요 지지층인 강남권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공론화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나성린 의원은 “누진적 재산세와 종부세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부유세 효과를 보고 있다”며 버핏세 신설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고소득층에 대해 유보한 소득세 감세를 철회하기로 한 것이 엊그제인데, 다시 그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자면 그들이 우리 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간 친서민 정책에 힘을 실어온 유승민 최고위원도 지난 9일 “버핏세는 어떤 의미의 세금인지도 애매하고, 세수 증대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고가의 그림에 대해 양도세를 매기는 등의 방식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정태근 의원이 질문한 버핏세 도입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커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해 사실상 도입을 반대했다.

버핏세 도입에
당내 혼란 가중

일부에서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이지만 이를 진정성있는 주장이라 보는 시각은 사실상 드물어 보인다. 선거를 앞둔 ‘환심성 공약’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고 버핏세를 주장하기에 이들은 지켜야 할 기득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보선 패배의 책임과 쇄신론에 등 떠밀려 보이는 일종의 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 완패해 민심의 경고등이 줄곧 켜져 있었으나, 줄 곳 입으로만 ‘쇄신’을 외쳤던 안일함을 또다시 보이고 있다.

부자인 자신들의 세금을 늘리는 결단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좌고우면’ ‘아전인수’ 식의 자세가 아니라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보여야 할 시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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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