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자정당’ 인식 지우기 나선 내막

지킬 것 많은 의원들 선거철 다가오니 발등의 불?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한나라당이 10·26 재보선 완패에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자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 당내에서 ‘버핏세(부유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며 부자감세를 줄기차게 주장하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따라서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고 국민들의 시선도 ‘선거가 다가오니 또 시작이다’며 차갑기만 하다. 부자들의 ‘부자정당’ 인식 지우기 실태를 조명해봤다.

부자감세 노래를 부르더니 ‘버핏세’ 도입 논란
부자의원 상위 10명중 9명이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을 떠올릴 때 블루컬러, 고급오픈카를 타고 농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지난 2일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한 20대 토론자가 밝힌 한나라당에 대한 인식이다. 그만큼 한나라당은 ‘부자정당’ ‘부자들을 위한 정당’으로 인식되고 각인되어 있다. 

뿌리깊이 각인된
‘부자정당’ 인식


국민들의 인식만 부자정당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국회 299석 중 169석(56.5%)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는 ‘의석수 부자정당’은 물론 소속 의원들의 평균재산 역시 다른 당을 압도하고 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의원 1인당 평균재산은 대기업 오너인 정몽준(현대중공업 등 3조6708억원)·김호연(빙그레 등 2104억원) 의원을 제외하고도 36억2942만원이다. 이는 민주당(19억85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부자의원 상위 10명을 살펴봐도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110억원)을 뺀 9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정몽준·김호연 의원에 이어 조진형(945억원)·김세연(825억원)·윤상현(212억원)·강석호(158억원)·정의화(153억원)·김무성(149억원)·임동규(113억원) 의원 순으로 1위부터 9위까지를 휩쓸고 있다.

그에 반해 하위 10명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4명밖에 없다. 또한 지난해 서민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회의원 4명 중 3명이 재산을 불렸다.

재산이 증가한 의원은 전체 국회의원 292명(이재오·정병국·유정복·진수희 장관 겸임자 제외) 중 75.0%인 219명이다. 이는 2009년 293명 중 53.2%인 156명의 재산이 늘었던 것과 비교할 때 확연히 높아진 수치이다.
 
특히 1억원 이상 재산 증가자도 전체의 47.3%인 138명이었다. 주요 재산 증가 요인으로는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평가액 변동이 꼽혔다.

재산 증가 상위 10인을 살펴보면 이 또한 한나라당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그 금액도 실로 엄청났다.

정 의원이 2조2207억4586만원 증가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김 의원이 272억4639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윤상현(150억7011만원), 조진형(59억1905만원), 정의화(31억5107만원) 의원 순으로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한나라당 의원이 차지했다.
 
6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에는 한나라당 의원으로 8위에 13억498만원 증가를 보인 배영식 의원이 있었고 나머지 순위는 민주당 2명, 창조한국당 1명, 미래연합연대 1명씩 차지했다.

상위 10명의 재산 증가 총액은 2조2797억4795만원이었고 정 의원과 김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1년만에 317억5570만원이라는 엄청난 증가 금액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도 7800만원이 증가해 총액은 22억4000만원이 됐다. 재산 증가는 거주지인 서울 삼성동 단독주택 평가액이 오른 게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최근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 박 전 대표의 재산에 대한 의혹들이 더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의원 평균 재산 민주당의 약 두 배
자신의 기득권 버릴 수 있는 결단과 용기 필요


국회의원 전 직업을 살펴봐도 법조인·기업인·고위관료 등 정치권 입문 전부터 ‘기득권층’인 인사가 상대적으로 많다.
 
판사·검사·변호사 출신이 38명이나 돼 ‘한나라당=법조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도 언론계(15명), 기업가·기업체 임원(10명), 관료(12명), 의약계(7명) 등 전문직 출신이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직 종사 경력을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와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 처리에 앞장서 국민들의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검찰 출신 의원들이 여야 합의마저 뒤집으면서 검찰 쪽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힘을 쏟았고, 신문기자 출신 의원들은 지난해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법’ 처리에 앞장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산상위 1~9위
한나라당 싹쓸이


이렇듯 부자와 기득권 세력이 많은 한나라당에서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물리는 ‘버핏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을 필두로 한 쇄신파들이 쇄신을 요구하며 도입을 공론화하고 있어 물밑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버핏세 도입 주장은 한나라당이 ‘부자정당’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에 불고 있는 쇄신 바람과도 무관치 않다. 중산층과 중도층에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는 점도 당 일각에서 버핏세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버핏세는 미국의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지난해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를 재정적자 감축 방안의 하나로 도입을 제안했지만,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소장파 등 쇄신파에서 주로 거론하고 있는 버핏세는 소득세의 최고구간과 최고세율의 과표 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고 증권소득과 이자소득까지 모두 합산해 종합부동산처럼 과세하는 방안이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복지수요 확대 및 재정 건전성 유지와 관련해 부자증세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버핏세는 어차피 총선 전에 야당이 한나라당을 부자 정당으로 몰면서 제기할 문제”라며 “그때 가서 수세적인 입장에서 논의하느니 차라리 한나라당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버핏세 도입에 대해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보수층과 대기업으로부터 포퓰리즘과 좌클릭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다, 주요 지지층인 강남권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도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공론화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나성린 의원은 “누진적 재산세와 종부세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부유세 효과를 보고 있다”며 버핏세 신설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나 의원은 “고소득층에 대해 유보한 소득세 감세를 철회하기로 한 것이 엊그제인데, 다시 그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자면 그들이 우리 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간 친서민 정책에 힘을 실어온 유승민 최고위원도 지난 9일 “버핏세는 어떤 의미의 세금인지도 애매하고, 세수 증대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고가의 그림에 대해 양도세를 매기는 등의 방식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정태근 의원이 질문한 버핏세 도입에 대해 “합리적이지 않다”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커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말해 사실상 도입을 반대했다.

버핏세 도입에
당내 혼란 가중

일부에서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이지만 이를 진정성있는 주장이라 보는 시각은 사실상 드물어 보인다. 선거를 앞둔 ‘환심성 공약’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하고 버핏세를 주장하기에 이들은 지켜야 할 기득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보선 패배의 책임과 쇄신론에 등 떠밀려 보이는 일종의 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 완패해 민심의 경고등이 줄곧 켜져 있었으나, 줄 곳 입으로만 ‘쇄신’을 외쳤던 안일함을 또다시 보이고 있다.

부자인 자신들의 세금을 늘리는 결단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좌고우면’ ‘아전인수’ 식의 자세가 아니라 ‘필생즉사 필사즉생’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보여야 할 시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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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