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 터진 여권 ‘핵분열’ 막전막후

‘탈당’ 압력 받을 바엔 ‘신당’ 창당 하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친이-친박 간의 갈등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를 지속해왔던 이들이 각자의 살길을 모색하며 ‘두나라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각자 노선을 주장하는 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입지가 좁아진 친이계들이 친박을 견제하며 헤쳐모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야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통합논의가 한창인 것과는 정반대의 풍경이라 이채롭다. 이른바 여권의 ‘핵분열’로 일컬어지는 신당창당 움직임을 추적해봤다.

박세일 이사장 “진보와 보수의 통합형 새 정당 필요”
‘반(反) 박근혜’ 성격 지닌 반박세력의 집결소 전망

‘권력무상’이라 했던가? 지난 4년간 국정을 장악하고 당내 세력을 확대했던 친이계가 몰락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레임덕과 보조를 함께 하고 있지만 권력의 달콤함을 맛본 이들이 쉽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줄 리는 만무하다. 당내에서 쏟아지는 각종 쇄신안에도 무뚝뚝한 반응이고 오히려 생채기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본격화 되는
창당 움직임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 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한 보수단체 포럼에 참석한 김 지사는 ‘당 쇄신이 안 되면 신당으로 가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신당 창당 움직임이 시작됐다. 박세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도 있고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의 발언 다음날인 8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신당 창당과 관련, “이제는 구체제에 대해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아니라 ‘뜨거운 안녕’을 해야 할 때”라며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서 새로운 정치주체가 등장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기존의 정당 개혁만으로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실현되기 힘들다는 의미다. 박 이사장은 이어 “새로운 정당은 진보와 보수를 통합하고 국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창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석연 변호사를 보수 진영의 시민후보로 추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보수성향의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묶어야 한다. 극단적 입장을 제외하고 모두 대동단결해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창당 의사를 밝힌 박 이사장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지난 10일 박 이사장은 “올 12월 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밝혔고 “국회의원 중심의 원내정당이 아닌 당원 중심의 ‘원외정당’을 목표로 한다”며 신당의 성격을 설명했다.

또 신당이 창당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당연히 후보를 낼 것”이라 밝혔고 “내년 4월 총선 예비후보등록일인 12월13일 이전에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가칭) 대표와 함께 신당 창당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사회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박 이사장과 장 대표가 수 차례 만나 창당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테스크포스팀 운영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박 이사장이 밝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묶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개혁적 보수’는 박 이사장 자신, ‘합리적 진보’는 장 대표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장 대표는 대표적 진보 정치인이지만 박 이사장과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박 이사장은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 등을 지내면서 YS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지금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YS계 인사들 상당수가 박 이사장 조직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YS와 같은 길을 걸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YS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사람이 YS와 가까운 만큼 아직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YS계가 신당을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심지어 “YS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개혁적 보수를 대표하는 박 이사장과 합리적 진보의 상징인 장 대표의 협력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벌써부터 두 사람이 만들 정당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접촉하고 있다.

구체제에 대한
‘뜨거운 안녕’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한나라당은 노심초사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
 
당의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친박 진영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이사장은 박 전 대표와 앙숙지간으로 잘 알려져 있어 신당이 창당된다면 ‘반 박근혜’ 성향을 가질 여지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탓인지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총선에서 공천 기준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사람인지 아닌지 여부”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그의 발언은 박 전 대표에게 계속 반발하는 반 박근혜계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발언으로 여겨진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표는 당의 ‘정책 쇄신’을 요구할 뿐 별다른 반응 없이 창당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친이계에서는 보수신당 창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공천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마당에 새로운 동아줄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에 정쟁 종식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신당이 출범하면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 중에도 합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이명박 탈당 후 입당 가능성도 제기
한나라당=친박계당, 신당=친이계당 재편되나?

대선주자의 움직임도 남다르다. 신당 창당을 공언한 바 있는 김 지사는 이미 많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고 김 지사와 동맹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정몽준 전 대표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정 전 대표는 그간 박 전 대표를 흠집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공격을 해왔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친박계 의원들의 역습을 받으며 본전도 못 찾는 형국이다.

자서전을 출간하고, 강연회를 돌며 박 전 대표를 공격해도 수년째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부친이 이루지 못했던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년 대선 출마를 몇 차례 공언한 바 있는 정 전 대표로서는 시간이 없다. 급박한 위기에 놓인 정 전 대표인 것이다. 따라서 정 전 대표는 신당이 창당되면 기회를 틈타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자신과 뜻이 맞는 인사들을 데리고 갈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적인 인사로 최근 연일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전여옥 의원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결국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친박 진영에 대한 흠집을 내고 자신과 뜻이 맞는 인사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치밀한 로드맵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입지가 좁아진 마당에 탈당 후 당적 이동은 국민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정당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또한 기득권을 버리고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와 김 지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의원을 결집할 수 있다면 신당은 거대신당이 될 수 있는 날개를 다는 형국이고 기존의 한나라당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는 한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한편 신당 창당에 대해 이 대통령의 시름도 깊어만 보인다. 자신의 세력인 친이계가 신당 창당에 호의적이지만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자진 탈당설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듯 집권 말기로 다가갈수록 탈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얼굴 붉히며 탈당하느니 스스로 탈당하고 배후에서 신당을 지지해 자신의 세력들을 재결집 한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의
파급력 얼마나?


이처럼 박세일 신당 창당은 여권의 잠룡들과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나다.

하지만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파괴력 있는 인사들이 얼마나 합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여권의 한 의원은 “한국 역사에서 제3세력을 중심으로 한 정당이 성공한 적이 없다”면서 “창조한국당과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위기와 발맞춰 본격 움직임에 돌입한 신당 창당의 움직임은 쉽게 사그라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현재 정치권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한나라당은 친박계, 신당은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통합정당으로 재편된다.
 
말로만 떠돌던 ‘한나라당=두나라당’ 공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야권의 ‘핵분열’이 이뤄지는 것이고, 이에 따른 후폭풍은 가히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이다. 내달 13일 윤곽을 드러낼 신당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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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