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는 ‘달인’ 김병만

노력하는 ‘작은 거인’ “목숨 걸고 웃겼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김병만이 KBS 2TV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인 ‘달인’을 떠난다. 지난 2007년 첫 방송 이후 3년11개월만이다. 달인은 그간 숱한 부침 속에서도 꾸준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달인을 떠나보내는 시청자들의 표정엔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섭섭하기는 김병만도 마찬가지. 달인이야말로 지금의 김병만을 만들어 준 코너기 때문이다. 박수를 받으며 떠나가는 김병만이지만 그 뒷모습이 사뭇 쓸쓸해 보이는 이유다.

두개골 골절에도 노동판 전전하며 생계유지
소싯적 개그맨 꿈 이루기 위해 무작정 상경

김병만은 전북 완주군 화산면의 작은 산골마을의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여기에 아버지가 영농자금을 빌려 시작한 하우스 농사를 태풍으로 망치면서 가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집안이 빚더미에 올랐다.

산골마을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장남

어머니는 식당 허드렛일로 집안을 책임져야 했고, 누나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봉제공장에 다녀야 했다. 두 여동생의 생활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병만도 고교 졸업과 함께 건설현장 막일을 피할 수 없었다. 4층 건물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에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시 아파트 현장으로 향해야 했다.
김병만의 꿈은 어릴 적부터 개그맨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던진 말에 사람들이 웃는 것을 보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계기가 됐다. 김병만은 19세가 되던 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단돈 30만원을 손에 쥔 채 무작정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개그맨이 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건물철거, 신문배달, 보조출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개그맨 시험에 올인 했지만 생활이 녹록치 않았다. 방세가 없어서 무술체육관 바닥에 몸을 뉘어야 했고, 라면 살 돈이 없어 라면 하나를 사골처럼 고아서 먹기도 했다.

이렇게 배고픈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개그맨 공채시험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김병만은 MBC와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서 각각 4번, 3번씩 모두 7번 고배를 마셨다.

주변에서는 158.7cm의 작은 키 때문에 방송출연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수면제 40알을 사들고 포기하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병만은 거듭된 실패 속에 스스로 체득한 교훈으로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뜻이 있는 자에게는 길이 있었다. 김병만은 지난 2002년 여덟 번째 만에 개그맨 합격 통보를 받고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그야말로 칠전팔기인 셈이었다. 김병만은 벅차오르는 감격에 말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꿈에도 그리던 개그맨이 됐지만 방송 출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김병만은 불평하지 않았다. 대신 항상 웃길 준비를 했다. 동료 개그맨들이 방송에 나가 웃음을 주며 대중의 사랑을 받을 때에도 무대 뒤편에서 묵묵히 웃음의 무기들을 갈고 닦았다.

그런 김병만의 화려한 날갯짓이 시작된 건 지난 2007년 KBS2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달인을 맡으면서다. 당초 이 코너에 대한 제작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포맷의 코너들이 있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반대에도 김병만은 달인을 밀어붙였고 보기 좋게 성공했다.

달인에서 김병만은 트램펄린의 달인, 추위를 못 느끼는 오한의 달인, 흡입의 달인, 몸 그림의 달인, 링 위의 달인, 미각을 못 느끼는 달인, 잠수의 달인 등을 연기하며 그간 쌓아 올린 무기를 아낌없이 선보였다.

스탠딩 개그가 대세일 때 그는 슬랩스틱 개그로 시청자에 웃음을 선사했다. 외줄과 외발자전거 타기는 물론 각종 격투기와 묘기에 가까운 차력쇼 등 신기에 가까운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줬다.

수많은 부상조차도
그에겐 영광의 상처

상상을 초월한 개인기와 관객반응과 상황에 따른 기막힌 애드립, 허를 찌르는 코믹 연기 등 매회 달라지는 달인을 보며 수많은 시청자들은 갈채를 보냈다. 2분짜리 브리지 코너로 시작한 달인이 <개콘>의 최고 인기코너로 자리 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순히 뛰어난 개인기와 코믹 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매회 고도의 육체적 고통과 어려움을 동반하는 달인 아이템을 완벽하게 소화하기위해 온몸을 던지는 김병만의 노력과 피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김병만이 매주 달인을 위해 들인 노력은 매우 특별하다. 그의 사무실에는 외발자전거가, 차 안에는 카우보이들이 쓰는 채찍이 항상 준비돼 있다. 달인 코너를 준비하기 위한 트레이닝은 이미 생활이 됐다. 5분 남짓한 꼭지를 위해 1주일 내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구르고, 맞고, 뛰는 만큼 그의 몸은 휘어지고, 부러지고, 뒤틀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에겐 영광의 상처다. 달인이 김병만에 의한, 김병만을 위한, 김병만의 코너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웃음을 위한 그의 끝없는 노력은 김연아와 함께 하는 SBS <키스 앤 크라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병만은 첫 번째 경연 당시 인대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자 파트너와 놀라운 호흡으로 멋진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평발이라는 약점과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는 악조건에서도 혹독한 연습을 거듭한 결과다.

8번 만에 공채 합격했지만 출연 못해
뼈와 살 깎는 노력 끝에 최고의 개그맨

당시 연기를 끝내고 심사평을 듣는 순간 김병만은 심사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릎을 꿇은 채 심사평을 들었다. 김병만은 “난 정말 꾀병 같은 건 부리기 싫다. 너무 너무 죄송한데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었다. 연기할 땐 모르지만 연기가 끝나면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말해 시청자도 울리고 김연아도 울렸다.

주위에선 몸으로 하는 게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김병만은 힘  닿는 데까지 ‘몸으로 웃기는’ 개그맨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말로 웃기는 개그맨’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병만은 이처럼 선천적인 몸개그와 뛰어난 운동감각, 지독한 연습과 노력,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웃음의 포인트를 가장 잘 잡는 예능인으로,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코믹 연기력을 갖춘 이시대의 최고의 광대로 우뚝 섰다. 이를 바탕으로 김병만은 2009년 제4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예능상과 제21회 한국PD대상 코미디부문 출연자상, 2010년 KBS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동안 쉴 새 없이 달려온 김병만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달인을 떠난다. 지난 2007년 12월 첫 선을 보인 후 4년여만이다. 이날 마지막 녹화를 마친 김병만은 “달인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라며 “여기까지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참 길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벌써 새로운 시작을 고민 중이었다. 김병만은 “(개콘을) 관두는 분위기처럼 됐는데 아니다. 다시 또 새로운 코너를 준비할 것”이라면서 “달인을 이길 수 있는 코너를 선보여야 할 것 같아 부담이 크다. 복귀는 2~3주 뒤가 될 수도 있고, 빠르면 다음 주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병만은 새로운 코너에서도 달인에서 호흡을 맞춘 류담, 노우진과 함께할 계획이다.

웃음 위한 노력
‘현재진행형’

빚더미 아버지, 식당일 하는 어머니, 봉제공 누나, 그리고 노가다 김병만. 이것이 젊은 시절의 그를 규정했던 가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깊은 아픔 속에서도 그는 화려한 꽃을 활짝 피워 냈다. 최고의 개그맨으로 저 높은 곳에 우뚝 섰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더욱 큰 웃음을 주기 위한 그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저는 거북이입니다. 언제 도착할지는 모를지언정 쉬거나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더 빨리 움직이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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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