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한국자산신탁 ‘잡도리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16 09:22:58
  • 호수 1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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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의혹 제기 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금융감독원 종합검사가 3년 만에 부활했다. 7개 금융사가 첫 타깃으로 지목됐다. 이중에는 불공정약관 의혹이 제기된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도 포함돼있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지난달 금감원은 한자신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앞서 신임 금감원장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 행위를 한 금융사에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달 첫째 주. 금감원이 한자신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한자신에 머물며 2주가량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한자신의 기본 업무는 물론 인사, 예산 집행 등 관련 사안을 전반적으로 살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자신 관련 자본시장법상 허용되는 업무 부분을 검사했다. 건전성, 리스크, 내부 통제 등 전반적인 사안을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업무
꼼꼼히 들여다봐

이번 금감원 종합검사서 한자신의 ‘갑질’ 의혹도 집중 검사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사정에 정통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의 기조는 금융사들의 갑질에 초점이 맞춰졌다. 금감원장도 대외적으로 부당한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7월9일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서 금융회사의 갑질, 불완전판매, 일감 몰아주기, 금리조작 등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첫 단추가 감독·검사 기능을 강화한 금감원의 종합검사 부활이다. 금감원 검사 인력 20명 이상이 최소 2∼3주 정도 은행 등 금융회사에 머무르며 회사의 전반적인 문제를 샅샅이 훑는 ‘저인망’식 검사로 금융사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2015년 2월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은 금융사의 자율성 강화와 부담 완화를 이유로 약 2년마다 실시하던 종합검사를 폐지한 바 있다. 이후 금감원 내부에선 ‘물검사’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체성 상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았다.

윤 원장은 금융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행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우선 금융사가 정보와 협상력이 열악한 소비자에게 위험과 비용을 전가하는 갑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감독·검사 역량을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3년 만에 부활한 종합검사 착수 
검사원 2주 회사 상주하며 조사

그는 “고령층에 고위험 투자상품을 권유하는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전체 검사의 60% 이상을 영업행위 검사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원 건수·불완전판매 비율 등 소비자피해와 관련해 금융회사의 자체 공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불완전판매는) 사전적인 소비자보호장치 틀을 만들고 사후적으로도 소비자보호 쪽으로 감독 역량을 이끌어감으로써 금융회사들과의 전쟁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저희 감독검사 역량의 많은 부분을 불완전판매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종합검사를 받은 한자신은 금감원의 첫 번째 타깃이었다. 지난달 4일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대한 종합검사 시범 실시 방안’에서 하반기 종합검사 대상을 발표했다. ▲NH농협은행 ▲NH농협금융지주 ▲현대라이프생명 ▲미래에셋대우증권(006800) ▲한국자산신탁(123890)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캐피탈, 7개 금융사를 선정했다고 알렸다.


앞서 <일요시사>는 두 차례 기사를 통해 한자신의 갑질 의혹을 제기했다. 

‘한자신의 이상한 영업’(<일요시사> 지령 1160호) 보도를 통해 한자신이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지상 오피스텔 및 근린 생활 시설 신축 및 분양 사업’서 위탁자의 재산을 쌈짓돈처럼 시공사에게 쓴 의혹을 제기했다. 

하도대금 미지급
방조한 의혹도

부도난 시공사가 하지 않은 공사를, 한자신은 했다며 허위 공사 대금을 위탁자 동의 없이 지급한 의혹이 있다. 시공사에 하도대금 미지급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 추가공사가 없었음에도 공사비를 증액하는 등 신탁사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위탁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자신 불공정약관 의혹 추적’(<일요시사> 지령 1183호) 기사에서는 한자신이 위탁자를 상대로 갑질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보도했다. 한자신의 신탁계약서(약관) 견본 2부와 위탁자들과 체결한 신탁계약서 11건을 입수. 비교·분석 결과 한자신의 신탁계약서가 공정거래위원회서 정한 불공정약관의 대표적인 유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7개에 달하는 특약 조항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부당한 면책 조항으로 위탁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들이었다. 

법조계에선 한자신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을 특약에 넣음으로써 약관규제법을 우회적으로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복수의 위탁자가 특약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갑질’ 금융사와의 전쟁 선포
신탁부터 인사, 예산 등 점검

금감원도 이런 한자신의 행태가 선관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지상 오피스텔 및 근린 생활 시설 신축 및 분양 사업’ 토지신탁계약을 맺은 위탁자 정모씨는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했다’며 진정서를 넣었다. 

금감원의 답변서를 요약하면 ‘한자신이 신탁법상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답했다. 

신탁사는 시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할 선관주의·충실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한자신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위탁자들의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특약 때문에 한자신이 신탁계약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한자신의 신탁계약서는 현재 공정위에 불공정약관 심사가 청구된 상태다. 한자신은 이런 의혹에 당시 <일요시사>와 통화서 ‘정당한 계약’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자신 관계자는 “신탁계약서는 표준계약서(약관)이다. 특약도 큰 틀에서 같지만, 위탁자와 협의해 이뤄진 계약”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이 이번 한자신 종합검사를 계기로 그동안 신탁업계 전반에 걸친 불공정약정도 손볼 지 주목된다. 

국내 대기업 건설사의 한 고위인사는 “신탁사들이 대부분 특약으로 위탁자에게 갑질을 일삼는다. 한자신의 문제만은 아니다”며 “부동산 신탁사 규제를 풀기 전에 신탁사들의 약관부터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한 특약
계약서 손보나

한자신은 이번 종합검사에 대해 ‘예정된 검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자신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정기적으로 하는 검사를 받는 것일 뿐이다. 언론서 이번 종합검사 대상을 발표했던 9월에 한자신은 이미 종합검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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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