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 김정숙-리설주 안주인 역할론

진짜 회담은 각자 집에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지난 9월 개최된 평양 정상회담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박 3일 간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신선한 장면을 낳았다. 그 중에서도 퍼스트레이디들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비핵화에 비해 다소 가벼운 보건·예술 분야 등의 사안과 함께 마주하며 남북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이 결정될 경우, 김정숙·리설주 여사는 재회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18∼20일 평양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 번째로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비핵화에 뜻을 함께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다.

다양한 합의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북관계 역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남북은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통해 사실상 불가침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외에도 경제·문화·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평양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지난 2000년과 2007년 평양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이전과 달리 파격적이었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선 ‘최초’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다녔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의 직접 영접과 21발의 예포를 시작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카퍼레이드, 북한의 노동당 본부 청사 공개 및 생중계 허용, 문 대통령의 능라도 5·1경기장 육성 연설, 그리고 문 대통령의 백두산 천지 방문 등이 이어졌다. 모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북은 ‘이례적’인 정상회담을 관통했다.

평양정상회담은 여러 관전 포인트를 남겼지만 이목을 끈 건 김정숙·리설주 여사의 만남이었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서 처음 만났다. 당시 리 여사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했다. 남북 퍼스트레이디가 처음으로 만난 때였다.

두 여사는 평양서 재회했다. 남북 정상의 부인들이 평양서 만난 건 처음있는 일이었다. 앞서 2000년과 20007년 평양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동행한 적 있다. 그러나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은 따로 성사되지 않았다.

평양서 다시 만난 김 여사와 리 여사는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동시에 이들은 보건·문화 분야에서 일정을 함께했다. 남북 정상 간 비핵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사안을 두고 교류한 것이다. 김 여사와 리 여사의 동행이 ‘작은 정상회담’이라고 평가받는 까닭이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정상회담 첫 날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했다. 옥류아동병원은 북한 내 유일한 아동 전문 병원이면서 북한 최대 어린이 종합병원이다. 지난 2013년 김 위원장의 지시로 개원한 곳으로, 북한 당국은 세계적인 의료수준을 보유한 병원이라고 자랑한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리 여사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 내부를 둘러봤다. 김 여사는 병원서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에게 말을 건네며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놀이방서 아기의 볼을 만지며 특유의 친근함을 보이기도 했다. 

리 여사는 김 여사에게 “우리나라가 보건 의료부문이 좀 많이 뒤떨어졌다”며 “국가적으로 이 부분을 좀 추켜세울 수 있게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모두 ‘엄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사이서 1남 1녀를 두고 있다. 리 여사는 김 위원장과의 사이서 2남 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퍼스트레이디들의 일정은 서로의 공통분모에 맞춰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리 2박3일간 손잡고 팔짱
평양에 이어 다음은 서울서?

다음 행선지는 평양음악종합대학이었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김 여사는 성악을 전공했고, 리 여사는 가수 출신이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 서울시립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리 여사는 북한 인민보안성 산하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을 거쳐 은하수관현악단 독창가수로 활동했다. 김 위원장과 결혼 후에는 모란봉악단 결성에 앞장섰고, 삼지연 관현악단을 창설했다.

이들이 방문한 평양음악종합대학의 현재 공식 명칭은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이다. 김원균은 북한의 애국가와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등을 작곡한 인물로 이 대학의 학장을 지냈다. 이곳은 평양의 중심지인 문수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북한 최고의 음악 예술인 양성 기관으로 손꼽힌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음악당서 나란히 앉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준비한 ‘아리랑’ 등 3곡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난 뒤 앙코르가 이어지자 합창단은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불렀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중간에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퍼스트레이디들의 동행은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에 결정적인 장면을 남겼다. 이날 남북 정상 부부는 백두산 천지를 찾았다. 문 대통령 부부는 천지 방문 기념으로 간단한 합수식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제주도 한라산이 취수원인 ‘삼다수’ 물병에 천지 물을 담기로 했다. 김 여사가 백두산 천지 물을 담기 위해 물가로 이동해 몸을 숙이자 리 여사가 곁으로 다가가 그의 옷을 잡아줬다. 옷이 물에 젖을 수 있어 배려한 것이다.

이날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천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가수 알리가 천지서 진도 아리랑을 불렀고, 이에 두 여사가 장단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른 것이다. 이들은 살짝 몸을 흔들기도 했다. 

서울서 다시?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서 재회한 남북 퍼스트레이디들은 이제 서울서 다시 만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연내 서울 방문’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 여사와 리 여사가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면 또 다른 ‘최초’의 역사가 기록된다. 

두 여사의 ‘장외 교류’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에 따르면 정상회담 두 번째 날 만찬에서 김 여사는 노래 ‘동무 생각’을 부른 뒤 리 여사에게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에 리 여사는 “저는 서울 가서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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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