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개항누리길 탐방

근대의 풍경, 낯선 시공(時空)을 거닐다

[일요시사= 박상미 기자] 지도도, 물도, 간식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다. 코스는 짧고 단순하며, 먹고 마실 곳은 지천이다.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과 차이나타운을 한데 묶은 ‘인천 개항누리길’ 탐방로는 근대와 현대가 뒤섞여 놀랍도록 매력적인 곳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건 오정희가 단편 <중국인 거리>에서 묘사했던 ‘바람에 실려 오는 해조류의 냄새’ 혹은 ‘중국인 거리에서 돋아나는 저녁 불빛들’과 같은 감각적인 표현들이었다.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오늘의 차이나타운을 상상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1호선 타고 만나는 붉은 나라…이질적인 공간, 차이나타운
갯벌 위에 올린 20세기 예술 공간, 구도심 인천아트플랫폼


수도권 전철 1호선 종착역인 인천(차이나타운)역을 빠져나오자 길 건너편에 제1패루가 보인다. 패루는 마을 입구나 대로를 가로질러 세운 탑 모양의 중국식 전통 대문을 일컫는다, 공식 여행안내 책자는 설명하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패루를 지나니 온통 붉은색 일색인 이질적인 공간이 등장한다. 차이나타운에 들어선 것이다.
 

치파오 입고 칭따오 한모금
차이나타운

어지러울 만큼 화려한 치파오, 각종 장신구와 칭따오 맥주 등을 늘어놓은 상점, 월병과 옹기병을 구워 파는 중국식 제과점,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길게 늘어선 줄이 한숨짓게 만드는 양꼬치 가게, 그리고 무슨무슨 ‘루’, 무슨무슨 ‘관’으로 끝나는 간판을 단 중국집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흥성거리는 분위기가 마치 재래시장 구경에 나선 것 같아 나쁘지 않다.

양꼬치는 엄두가 안 나고, 그보다 줄이 좀 짧은 제과점에서 옹기병을 하나 사서 우물거리며 걷는다. 차이나타운 5대 먹거리 중 하나라는 옹기병은 화덕 벽에 붙여서 구워낸 만두의 일종이다. 속재료로 고구마, 단호박, 고기, 깨 등을 쓴다. 만두라고는 하나 화덕 벽에 구운 것이라 과자처럼 바삭거린다. 고기는 제법 양이 많고 육즙이 흥건해 출출한 속을 달래기에 딱 적당했다. 옹기병을 제외한 나머지 4가지 먹거리는? 자장면, 공갈빵, 월병, 전통차다.

자장면의 발상지는 인천, 그 중에서도 차이나타운의 ‘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산둥 출신 화교가 1911년에 개업해 일제강점기에는 서울과 인천의 상류층을 상대로 한 고급 요릿집이었고, 한국전쟁 이후에 자장면처럼 대중적인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당시의 건물이 인천시 등록문화제 제246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차이나타운의 다른 오래된 건축물들과 함께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인기 있는 촬영지다.

붐비는 거리를 벗어나 청일조계지 경계계단까지 왔다. 말 그대로 일본인 거주지역인 ‘일본 조계’와 중국인 거주지역인 ‘청국 조계’의 경계에 위치한 계단이다.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면 눈썰미가 보통 이상은 되는 여행자다. 계단을 마주보고 왼쪽은 지금껏 지나온 차이나타운, 즉 청국 조계지이고, 오른쪽은 이제부터 펼쳐질 일본 조계지다. 그래서 계단 양쪽의 석등 모양도 다르고, 건물 생김새도 완전히 다르다. 계단을 오르면 중국 칭다오 시에서 기증한 공자상이 서 있고, 더 올라가면 맥아더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과 연결된다.


도심 속 타임머신 체험
근대역사문화타운

세트장에 들어선 줄 알았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석조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 뒤로 현대식 하버파크 호텔의 실루엣이 겹치는 이곳은 도대체 어디고 지금은 어느 시대란 말인가. 안내판은 이 석조건물들이 옛날 일본 제1은행, 18은행, 58은행이었고, 각각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7호, 50호, 19호로 지정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인천 개항과 동시인 1883년에 개설돼 금괴와 사금 매입 업무를 대행하고, 예금과 대출 등의 업무를 보았던 일본 제1은행은 2010년 10월에 ‘인천개항박물관’이 되었다. 나가사키에 본점이 있던 제18은행 인천지점은 현재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변신했다. 오사카에 본점을 둔 제58은행은 해방 후 조흥은행 인천지점, 대한적십자 경기도지사 사옥으로 활용되었고, 지금은 인천시 중구 음식업지부 사무실로 쓰인다.

인천개항박물관 옆은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었던 대불호텔 터다. 흔히 서울 정동의 손탁호텔이 최초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손탁호텔보다 14년이나 앞선 1888년에 문을 열었단다. 얼마 전 상가건물 신축 과정에서 대불호텔 기초로 보이는 유구가 출토돼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옛 일본영사관으로 쓰였던 현 중구청 앞으로 슬슬 걸어가보았다.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가을 오후의 햇살을 등지고 서 있다. 전쟁통에 남아난 건물이 없었을 텐데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최근에 주변을 근대테마문화거리로 조성하면서 옛 거리의 느낌을 살려 일본식으로 지은 것이란다. 기존의 근대건축물과 새로 지은 건물들, 오래된 적산가옥들이 묘하게 믹스매치된 이국적인 풍경, 이것이 바로 옛 일본 조계지의 특징이다.


물류창고에서 예술공간으로
인천아트플랫폼

개항 후 갯벌을 매립해 만들었던 물류창고가 훌륭한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개항누리길 탐방에 나선 목적 중 하나는 ‘인천아트플랫폼’을 보는 것이었다. 오래된 것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는 방법, 구도심 재생의 바람직한 해법을 보여준 모범 사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옛 일본우선주식회사와 같은 근대 개항기 건물과 대한통운 창고, 삼우인쇄소 등 1930~40년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창작 스튜디오, 공방, 교육관, 전시장, 공연장으로 변신시킨 복합문화예술 매개공간이다.

과연 놀라웠다. 인쇄소로 쓰였던 A동은 소규모 전시를 위한 크리스탈 큐브와 교육공간으로, 창고로 쓰였던 B동은 전시장으로, 대한통운 창고였던 C동은 붉은 벽돌에 노란 문이 예쁜 공연장으로, 옛 일본우선주식회사 건물이었던 D동은 문화예술 관련 전문서적과 자료를 구축하고 열람할 수 있는 아카이브로 탈바꿈했다. E1, E2, E3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예술가들의 창작공간, F동은 해외 초청작가 등의 단기체류 주거공간, G동은 공방, H동은 커뮤니티 홀과 프로젝트 룸이 있는 공간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 연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미리 신청을 받아 매주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하루 2회씩 진행된다. 아동 또는 성인을 위한 도자기 공방은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니 홈페이지 공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밖에 사진예술·인문지리 통합 캠프, 외국어·예술 통합 캠프, 도자·건축 통합 캠프, 문학·미술·공연 통합 캠프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차이나타운에서 근대역사문화타운을 거쳐 아트플랫폼에 이르는 하루 산책길은 자유공원에 올라 월미도 너머로 지는 낙조를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해도 좋다.

<개항누리길 탐방 코스>

* 1코스(1시간)
인천역 → 중화가 → (구)공화춘 →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 삼국지벽화거리 → 차이나타운 거리 → 의선당 → 선린문 →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 자유공원 → 인천기상대 → (구)제물포구락부 → 각국조계지 경계계단 → 중구청 → (구)일본제58은행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 인천개항박물관 → 대불호텔 터 → 인천아트플랫폼 →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 한중문화관

* 2코스(2시간)
인천역 → 중화가 → (구)공화춘 →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 삼국지벽화거리 → 차이나타운 거리 → 의선당 → 선린문 →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 자유공원 → 인천기상대 → 홍예문 → 내동교회 → (구)인천우체국 → 중구청 → (구)일본제58은행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 인천개항박물관 → 대불호텔 터 → 인천아트플랫폼 →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 한중문화관

* 3코스(3시간)
인천역 → 중화가 → (구)공화춘 → 화교중산학교 → 청일조계지 경계계단 → 삼국지벽화거리 → 차이나타운 거리 → 의선당 → 선린문 →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 자유공원 → 인천기상대 → 홍예문 → 내동교회 → 신포문화의거리 → 신포시장 → 신포지하상가 → 답동성당 → 중구청 → (구)일본제58은행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 인천개항박물관 → 대불호텔 터 → 인천아트플랫폼 →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탑 → 한중문화관

<교통 안내>
* 대중교통 : 1호선 인천역 하차해 도보 1분 거리
* 승용차 : 경인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인천항)에서 월미도 방향으로 15분 거리

<주차장 안내>
* 차이나타운 공영주차장 : 인천역 맞은편 차이나타운 패루 지나 왼쪽
* 신포동 공영주차장 : 신포사거리 옆 인천중동우체국, KT 맞은편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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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