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51>단독주택 집중탐구

“성냥갑은 가라”… 이젠 ‘나만의 집’


최근 아파트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단독주택이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나만의 집’을 짓고 안락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데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단독주택에 관심을 갖는 수요층도 확대되는 추세다.

아파트 시장 여전히 침체 속 투자처로 인기
주거 트렌드 변화…땅 등 거래량 크게 증가

아파트에 밀려 인기를 잃었던 단독주택 신축이 최근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도 올 들어 작년대비 40% 이상 많이 팔려나갔다.

단독주택은 올 들어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8월 6만8733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8만103건으로 16.5% 늘어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양하는 단독주택용 땅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해 1∼8월 7879억원(106만4000㎡)이 판매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면적은 60%, 금액은 4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주택 거래량 16%↑
부지 거래량 60%↑

그렇다면 단독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먼저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아파트의 매력이 많이 떨어진 반면 단독주택은 건축 규제가 상당부분 풀려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 정부는 ‘5·1부동산 대책’을 통해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 층수를 최고 2∼3층에서 3∼4층으로 완화하고 최대 3가구인 가구수 제한도 풀었다. 이른바 ‘땅콩집’(1개 필지에 단독주택 2채를 붙여 놓은 집) 열풍을 타고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싸게 내집 마련을 하겠다는 젊은층의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단독주택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은 집을 짓는 방식에 따라 2층짜리 주거전용과 1층에 상가를 두고 2∼3층에 집이 있는 점포 주택으로 나뉜다. 주거전용의 경우 땅주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세를 놓는 경우가 가장 많다. 점포주택은 주인이 3층에 직접 살면서 나머지 주택과 상가를 임대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점포주택은 최근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본인의 거주문제를 해결하면서 매달 꼬박꼬박 임대 수익도 챙길 수 있다. 최근 전세난으로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3층짜리 점포주택이라면 적게는 100만∼200만원, 많게는 400만∼500만원대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축규제 상당부분 완화
‘쾌적한 환경’욕구 채워


판교신도시의 경우 점포주택의 264㎡(80평) 기준으로 땅값은 3.3㎡당 1800만∼2000만원, 건축비가 300만∼35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땅을 사서 집을 짓는데 15억∼16억원 정도 필요한데 이미 지어놓은 주택을 구입하려면 20억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50대 이상 은퇴자들의 투자 문의가 많지만 매물은 잘 나오지 않는다.

그 사례로 경기 용인시 동백지구도 점포주택이 인기다. 전세금이 급등한 수원이나 분당에서 밀려나 전세금이 싼 동백지구에서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가 늘면서 임대 사업하기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3층짜리 점포주택은 8억∼11억원 선에 거래된다. 가령 3층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총 6가구를 세놓으면 400만원 안팎의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동백지구의 경우 3.3㎡당 땅값이 500만∼800만원선으로 통상 연면적 198∼264㎡ 규모의 집을 짓는 데 7억5000만∼8억원 정도가 든다.

언뜻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하루 30여 통씩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는 단독주택이 아파트 시장의 불황에 따른 ‘일시적인 인기’인지, 장기적인 트렌드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공사가 공급하는 택지지구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이들이 공급하는 지역의 경우 도시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 들어서는 데다 배후 상권이 탄탄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H가 분양을 앞둔 택지지구 상당수는 아파트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입주를 눈앞에 둔 곳들이 많다”며 “SH공사가 공급하는 은평·문정지구는 수익성이 이미 검증된 알짜 부지인 만큼 투자처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LH가 공급하는 택지지구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땅은 단독주택 용지다. 상가를 넣을 수 있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 3층 규모의 상가주택을 지어 1층엔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을 들이고, 2∼3층은 다가구주택을 지어 전·월세를 놓는 식이다.

청라·은평·문정
삼송지구 등 주목

LH는 연말까지 인천 청라지구와 평택 청북지구 등 전국 21개 지역에서 단독주택지 1263필지(54만3000㎡)를 공급 예정에 있다. 고양 삼송지구는 은평 뉴타운과 고양 원흥, 지축지구와 인접해 있어 수도권 북서지역의 신흥 주거벨트가 기대되는 곳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원흥역이 2013년 개통 예정인 점도 호재다.

삼송지구에서는 12월 점포 겸용 단독택지 123필지가 분양된다. 청라지구는 연말까지 3500여 가구가 집들이를 앞두고 있어 상권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서울역까지 개통된 공항철도 청라역이 내년 말 개통할 때면 입주 가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해안 개발의 거점 도시인 평택에 자리 잡은 청북지구 점포 겸용 단독택지(17필지)도 주목할 만하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 전체 사업지구의 29%가 골프장과 전원형 주택단지로 조성돼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KTX 천안아산역 역세권인 아산 배방지구에서도 점포 겸용 단독택지(4필지)가 주인을 찾는다. KTX를 이용하면 서울이 30분대, 대전·광명은 20분대에 접근이 가능한 데다 삼성 LCD 탕정산업단지 등 첨단 산업단지와도 가까워 주거 수요가 많다. 이밖에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수도권 공공기관이 이전하는 광주전남혁신도시와 인접한 광주효천2지구에서도 점포 겸용 택지 24개 필지가 공급된다.

전세난에 점포주택도 관심
3층서 500만원 월세 가능


서울에서도 상가와 빌딩 등을 지을 수 있는 알짜 부지가 쏟아진다. 서울시 SH공사는 문정, 은평, 강일, 장지, 우면2지구 등 10곳에서 총 32필지(20만6143㎡)를 분양한다. 용지별로는 유치원 등을 지을 수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 14필지로 가장 많고 빌딩이나 상가를 지을 수 있는 일반상업지역이 11개, 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 1개씩이다.

진관동 일대 은평지구에서는 2종 일반주거지역 8필지, 일반상업지역 6필지가 주인을 찾는다. 일반상업지역은 대부분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분양가는 3.3㎡당 2200만원 수준이다.

송파 문정지구에서는 일반상업용지가 공급된다. 3필지 모두 특별계획구역으로 용적률 600%, 건폐율 60%가 적용된다. 분양가는 3.3㎡당 2400만∼2700만원이다. 이들 부지는 문정지구 첨단업무단지에 속하며 부지 남측으로 가든파이브와 송파푸르지오시티, 한화오벨리스크 오피스텔이 있다. 문정지구를 제외한 9개 지구 29개 필지는 10월24∼27일까지 입찰서를 제출하고 28일 낙찰자를 결정한다. 문정지구는 11월7∼10일 입찰서를 제출, 11일 낙찰자를 발표한다.

발산지구는 강서구 내발산동 일원에서 3필지가 분양 예정이다. 2종 일반주거 2필지, 1종 일반주거 1필지다. 분양가는 3.3㎡당 580만∼713만원 선이다. 강일지구는 강일동 304의 2 일원에서 일반상업지역 2필지가 분양된다. 분양가는 1500만∼1600만원 선이다.

조립식 건축도 가능
생산기준·절차 개선

앞으로 단독주택도 아파트처럼 공장에서 벽체 등을 미리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업화주택’방식으로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적합하지 않았던 생산기준과 절차를 개선하고 인정대상도 확대된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업화주택 활성화를 위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일부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7일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현행 공업화주택 건설 기준이 공동주택에 한정돼 있어 이번에 단독주택에 적합한 기준을 별도로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땅 사서 집 짓는데 15억∼16억원
지어놓은 주택 구입하려면 20억원

공업화주택은 주요 구조부 전부 또는 일부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택이지만 까다로운 규정과 절차상 지금껏 상용화된 적이 없었다. 개정안에는 구조안전, 환기ㆍ기밀, 내구성 등 성능기준과 콘크리트 조립식 부재, 경량콘크리트 조립식 부재 등 생산기준이 마련됐다. 개정안은 또 공업화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업화주택 인정 신청서류에서 연구기관 또는 학술단체 평가서 제출을 폐지하고, 중앙건축위원회의의 심의도 없애는 등 사업 절차를 간소화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대량생산 시 건설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주택공급활성화 및 전세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오는 11월7일까지 우편·팩스 또는 국토해양부 홈페이지(
http://www.mltm.go.kr) 법령정보-입법예고란을 통해 제출할 수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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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